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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세상] 우리는 매일매일 오징어 게임을 하고 있다

사이박사 2021. 10. 26. 22:07

[컬처세상] 우리는 매일매일 오징어 게임을 하고 있다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넷플릭스 공개 26일 만에 전 세계 1억 1천만명의 눈을 사로잡으며 94개국에서 1위에 오른 오징어 게임이 연일 회자되고 있다. 현지 미국인들도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웨어, 스토리텔링, 콘텐츠 등 세부적인 것에도 관심을 보이며 필자에게 문자로 물어보기도 한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줄다리기, 달고나 게임, 오징어를 닮은 그림, 한국형 동네 게임, 사운드, 한국형 서민들의 삶 등 ‘오징어 게임’에 매료된 미국인들은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내며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인들은 오징어 게임의 전체 시리즈를 시청하면서 언어의 장벽을 넘고 자막으로 보는 한국 드라마, 영화가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글로벌 콘텐츠들은 이제 서로 다른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콘텐츠가 나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여기에 스토리의 재미, 캐릭터들의 맛깔나는 연기, 반전, 미장센, 음악, ‘딱지치기’ 등 새로운 볼거리 등이 제공되는지를 통해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

최근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으로 사상 최고 주가를 기록했고 3분기에만 유료 가입자를 438만명 늘리는 성과를 올렸다. ‘오징어게임’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히트를 친 이유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점을 제대로 다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속에서 최근 갈피를 못 잡고 힘겨워하는 청년층의 비애, 계층 간의 양극화, 무엇인가 기회를 잡으려고 몸부림치는 작금의 현실을 배경으로 감정 이입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오징어 게임’의 강점은 시청자가 느끼기에 자신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실패한 낙오자들이 드라마 속에 즐비하다는 것이다. 거액의 상금을 걸고 생과 사를 가르는 게임을 수행하는 그들의 모습은 찌든 삶에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서민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대로, 오징어 게임의 ‘게임 기획자’는 최상류층으로 묘사되며 여유 있게 재즈음악을 들으며 살기 위해 생사를 다투는 서민들의 모습을 즐기기까지 한다.

오징어 게임의 매회는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지 않고 더욱 자극적인 게임의 룰들을 더한다. 투표를 통해 게임을 중단시키는 설정은 기존 서바이벌 게임에서 찾기 힘든 새로운 볼거리다. 폭력적이고 다소 잔인하지만,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다.

오징어 게임은 가난하거나 빈곤에 빠진 수백만명의 취약계층에 초점을 두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드라마 인물들의 처지가 현재 우리의 모습과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4년 넘게 외쳐온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현재 실패했고 오징어 게임 역시 불평등하고 불공평한 사람들의 모습을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과장이 아닌 현실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사람들은 부동산 안정, 더 나은 임금, 기회와 공정을 통한 희망을 꿈꾼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매료된 시청자들은 자신이 오징어 게임에 실제로 참여하고 있는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믿고 있다. 어둠 속에서 자신의 상황을 개선하려는 간절함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매일 오징어 게임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남을 밟고 돈을 더 많이 벌려고 하고, 타인을 해하고 다른 사람 위로 올라가려고 한다. 기회와 성공이라는 놀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우리의 척박한 삶은 오징어 게임과 많이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