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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미군 철수에 '파병 한국군 10년' 재건 노력도 물거품

사이박사 2021. 8. 22. 19:24

아프간 미군 철수에 '파병 한국군 10년' 재건 노력도 물거품

박용한 입력 2021. 08. 22. 17:12 수정 2021. 08. 22. 18:06 댓글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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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 미국 요청 파병
샘물교회 피랍 사건 이후 철군
오쉬노 부대 지역 재건팀 활동
'신이 내린 축복' 아프간 극찬

2003년 3월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위한 건설공병대(다산부대)와 의료지원단(동의부대) 3진 환송식에서 장병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장악하면서 혼란이 계속된다. 한국도 해외 파병 부대를 보내 10년간 아프간 재건을 지원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미국은 2001년 9월에 터진 ‘9ㆍ11 테러’ 직후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테러와의 전쟁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은 그해 9월 23일 파병을 결정했다.

파병부대는 수송 작전을 위한 해군 해성부대와 공군 청마부대 및 의료지원을 위한 동의부대를 창설했다. 그해 12월부터 본격적인 임무에 들어갔다.

2014년 6월 아프간 바그람기지 한국병원에서 의료진이 현지주민에게 물리치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해성부대는 상륙함 4척을 투입해 군수물자 15회 4716톤, 재해물자 2회 580톤 등 총 17회에 걸쳐 임무 수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청마부대는 다국적군 병력ㆍ물자ㆍ환자ㆍ인도적 지원 물자공수 및 자국민 보호 임무를 수행했다. 총 81회 작전에 나서 지구 둘레 35바퀴에 해당하는 144만여㎞를 비행했다.

동의부대는 키르키스탄을 거점으로 카불을 비롯한 아프간 현지로 의료진을 보내 의료지원 및 현지 주민 계몽을 위한 보건교육도 맡았다.

한국의 아프간 파병 일지 및 지원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공병 및 의료부대 현지 파병 활동

아프간 파병 오쉬노 부대 장병이 현지 어린이와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2002년 8월 미군은 공병부대 추가 파병을 요청했다. 이듬해 2월 건설공병대대인 다산부대는 바그람 기지에 자리 잡았다. 그해 8월 민사부대를 추가 창설하고 동의부대도 합류한 한국군 지원단으로 재편성했다.

다산부대는 바그람 기지 활주로 확장 및 항공기 계류장 공사 등 각종 시설 공사와 기지 운용의 핵심적 역할을 했다. 바그람 기지 내 공사 중 절반 정도를 다산부대가 수행했다.

한국군 부대는 아프간 재건에 힘을 더했다. 지역 내 토목공사와 유치원 보수 등에서도 다산부대가 활약했다. 동의부대는 파병 기간에 791명의 의료진이 25만 9569명의 환자를 돌봤다.

폭탄테러로 사망한 다산부대 소속 故 윤장호 하사 영현이 한국에 도착하고 있다. 중앙포토

폭탄테러에 장병 희생, 선교단 피랍 사건 발생

현지 재건 임무를 수행했지만 희생도 나왔다. 2007년 2월 자살폭탄 공격으로 다산부대 통역병인 윤장호 하사(사후 병장에서 추서)가 현지에서 전사했다. 테러범들이 몸에 급조폭발물(IED)을 두른 채 기지 위병소 근처에서 자폭 공격을 하면서다.

2007년 7월 샘물교회 선교단 23명은 아프간 현지에서 탈레반 세력에 피랍됐다. 탈레반은 한국군의 아프간 철군을 요구했다. 40여일 동안 협상이 진행돼 인질 21명은 순차적으로 풀려났지만 2명은 살해됐다. 파병부대는 그해 12월 군사작전 종료하고 철수했다.

2007년 12월 아프간 파병 동의부대 11진과 다산부대 9진 등 195명이 전원 철수해 한국에 도착한 뒤 박흥렬 육군참모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는 미국의 요청으로 2009년 10월 오쉬노부대 파견을 결정했다. 아프간 수도 카불과 인접한 파르완주 차리카시에 독자적인 기지를 설치한 뒤 한국 지방재건팀(PRT)의 호송 및 경호작전을 맡았다. 이전 파병 부대와 달리 전투부대 중심으로 꾸려졌다.

지방재건팀에 참여한 국제협력단(KOICA)은 행정 재건 및 개발원조 사업을 추진했고 경찰파견단은 아프간 경찰을 훈련했다. 2014년 6월 임무 종료까지 4년간 2500여명이 투입돼 병원 및 직업 훈련소 등에서 아프간 재건 및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현지 여론을 형성에 기여했다. 현지 주민들은 “신이 내린 축복, 꾸리(한국) 넘버 원”이라며 극찬했다.

당시 파병을 다녀왔던 군 관계자는 “이런 한국군 파병부대의 열성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이 다시 집권하면서 한-아프간 관계는 예측불허로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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