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2022.39)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양심선언_이준석의 말 폭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토론회 두 번하면 버티지 못한다", "곧 정리된다"_낙동강 오리알이 깨어나려는 몸부림일 듯

사이박사 2021. 8. 19. 10:18

원희룡은 왜 이준석을 디스했을까..독설의 정치학

최경민 기자, 김태현 기자 입력 2021. 08. 19. 05:40 댓글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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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2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원코리아 혁신포럼 출범식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6.22/뉴스1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이준석 대표에 대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온건한 이미지였던 원 전 지사가 연일 '독설'을 하고 있는 것. '원조 소장파'로 불렸던 원 전 지사지만, 이 대표의 취임 이후 당내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원 전 지사는 지난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대표에게 호의적인 시각을 보였었다. 그는 '이준석 돌풍'이 불자 "젊은 변화를 이루겠다는 국민의 분명한 의지"라고 호평했다. 이 대표가 당선되자 "내 일처럼 기쁘다"고 입장을 내기도 했다.

대선 국면에 접어들며 온도가 변했다. 지난달 25일 이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이준석 당대표가 당 이미지를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대선은 이와 전혀 차원이 다른 걸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을 공격하고 나아가 조롱하는 건 너무나 아마추어적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일에는 "국민의힘 대권 경선이 시작도 안 됐는데 이 대표가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를 직접 기획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이 대표는 앞으로도 이에 대해 관심을 끊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대권주자들이) 당의 후보로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준위가 컷오프, 혹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구성을 하는 식의 홍보기획안 내용을 확정된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한 월권이며 상당 부분의 아이디어가 이 대표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점은 "곧 정리된다" 발언 논쟁이 찍었다. 원 전 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대표가 자신과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을 거론하며 "곧 정리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통화 녹취록 일부를 공개하며 "곧 정리된다"의 대상이 윤 전 총장이 아닌 당내 갈등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원 전 지사는 18일 기자회견에서 "기억과 양심을 걸고 분명히 다시 말한다. '곧 정리한다'는 발언 대상은 윤석열 전 총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뿐만 아니었다. 원 전 지사는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토론회 두 번하면 버티지 못한다"고 발언했다는 설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MBC라디오에 나온 원 전 지사는 해당 설과 관련해 "정체불명이 아니다. 거기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게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가 분명히 그렇게 이야기했다는 건가"라는 질문에, 원 전 지사는 "그렇다"고 힘을 줬다.

원 전 지사는 '공정한 대선후보 경선'을 위해 자신이 총대를 멨다고 언급한다. 이 대표가 지나치게 '센터 본능'을 발휘하며 경선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날 자신이 이 대표의 "곧 정리된다" 발언을 문제삼은 것에 대해 "다시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며 "공정경선 없이는 정권교체가 어렵다. 윤석열 편들기도 아니고 원희룡 홍보도 아닌 우리의 경선을 구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공정경선에 대한 나의 진심과 당대표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깨닫게 하려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거듭 촉구하건대 이준석 대표는 앞으로 공정경선을 하겠다는 약속을 다짐하고 이를 반드시 실천에 옮기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이준석 대표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 발언에 맞대응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원 전 지사는 이 자리에서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곧 정리된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이 대표는 녹음 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밝혔다. 2021.8.18/뉴스1

명분은 이같이 세웠지만, 원 전 지사가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보수 진영의 소장파로 활약해온 원 전 지사가 '30대 당대표 이준석'이 출연한 상황에서 잃었던 존재감을 되찾기 위해 팔을 걷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중이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국민의힘 경선이 12강에서 8강, 8강에서 4강으로 줄어들 경우 현재의 지지율을 고려했을 때 원 전 지사는 4강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며 "이 대표가 원만히 경선을 정리하고 승승장구할 경우 원 전 지사 등 소장파는 더욱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당내 주도권 확보를 위해 이 대표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의 '독설' 행보는 존재감을 키우는데는 효과적이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 이 대표의 "곧 정리된다" 발언 논란부터 원 전 지사에 득될 게 없었다는 평가다. 특히 이 대표가 공개한 녹취록 일부를 보고 "곧 정리된다"의 대상이 '윤석열'이 아닌 '경선 과정의 갈등'이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당대표와의 통화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도지사까지 지낸 사람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짓인가"라며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사적 통화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세계 토픽에 나올 상식 이하의 행동이다. 대선 후보나 즉각 사퇴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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