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 이제 남은 건 이것뿐
전강수 입력 2020.12.10. 07:33 댓글 117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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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의 경세제민 ②] 변창흠 새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게 바란다
부동산 정책 전문가이자 토지정의 운동가인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전강수 교수가 경제정의와 부동산 문제에 관해 정론을 피력하고 그때그때 부각하는 경제 이슈를 해설하는 '전강수의 경세제민'을 연재합니다. '경세제민'은 세상을 잘 경영해 국민을 편안히 한다는 뜻으로 썼으며 이 말을 줄인 것이 '경제'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해방 후 농지개혁으로 잠시 실현했던 '평등지권 사회'를 회복하기를 꿈꿉니다. <편집자말>
[전강수 기자]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2020.12.8 |
ⓒ 연합뉴스 |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참담하게 실패했다. 그동안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24개나 되는데도 부동산값 상승률 역대 정부 최고, 풍선효과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최근에는 매매가격과 임대가격이 동시에 폭등하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 와중에 변창흠 LH공사 사장이 새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도무지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중책을 맡게 됐으니 변 후보자의 마음은 기쁘기보다는 착잡할 것 같다.
대통령 임기가 1년 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 국토부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정책의 방향을 잘못 잡은 채로 3년 반을 지내왔으니 지금 와서 가던 길을 돌이켜 되돌아 나오기도 어려울 것이다. 새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미 실패한 정책이 초래할 피해를 어떻게든 줄이는 것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정도라도 제대로 해내려면, 이미 시행된 정책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시행된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해 평가한 후, 새 장관이 펼쳐야 할 정책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변창흠 장관 후보자는 오랫동안 한국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온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나 가격규제 만능주의에 물들지 않은 흔치 않은 부동산 전문가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며 살아온 실천적 지식인이기도 하다. 경제학 훈련을 받았기에, 대증요법이나 규제정책의 부작용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상황이 좋을 때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됐더라면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텐데 요즘처럼 '험악한' 상황에 그리 됐으니 보는 마음이 참 안쓰럽다.
나는 현 정부 들어서 적지 않은 개혁적 지식인들이 정권에 참여해 정책성과를 내기는커녕 자신의 개혁적 정체성마저 상실하는 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이 글은 변 후보자마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는 고언이다.
변창흠 후보자도 내심 동의하리라 생각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는 바로 잡을 생각 없이 윗단추들도 계속 끼워왔다. 작금의 낭패스러운 상황은 그 정책 오류가 유발한 불가피한 결과다. 충언역이(忠言逆耳)이나 이어행(利於行)(바른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함에는 이롭다)이라고 하셨던 공자의 말씀을 상기시키며 몇 가지 냉정한 평가를 하고자 하니, 부디 변 후보자가 유념해주기를 바란다.
부동산 투기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부동산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큰 질곡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미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으로 전락하여 대수술이 필요한 상태에 도달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정권 초기에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내용으로 하는 '세 바퀴 경제정책'을 내세웠지만, 정작 그 세 가지의 발목을 잡는 것이 부동산 불로소득임을 깨닫지 못했다. 부동산 투기란 거대한 괴물과도 같은 존재임에도 그것을 제압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필요함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니 올바른 정책 철학 아래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투기를 근절할 개혁 정책을 마련할 리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그저 단기 시장조절 정책으로 부동산값이 폭등하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하면서 거기에 약간의 주거복지 정책을 덧붙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 연합뉴스
핀셋증세의 문제점
문재인 정부가 근본대책 대신에 마련한 것은 '핀셋증세'와 '핀셋규제' 그리고 사후약방문식 대책이었다. 부동산 불로소득과 부동산 투기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토지보유세 강화다. 이 정책은 불로소득을 환수하면서 가격도 안정시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가 있고, 부동산 보유비용을 높여 투기 유인을 억제하므로 선제적 대응의 효과가 크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2018년 4월 서울의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보유세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빗발치자 민간 위원이 다수인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서 보유세 개편문제를 논의하도록 했다. 같은 해 7월 이 위원회에서 발표한 최종 권고안은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연간 5%씩 높이고 세율을 약간씩 인상해 과세를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세수 증가 효과가 작아서 '찔끔증세'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는 이 권고안조차 무시하고 그보다 세수 증가 효과가 작은 정부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쉽게 끌 수 있는 투기 불길을 방치하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이었다. 주지하듯이 그 후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종합부동산세는 그 후에도 세 차례 찔끔찔끔 강화됐다.
문재인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강화는 3주택 이상 소유자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소유자에 한정되었다. 2주택 이하 소유자에 대해서는 약간의 세율 인상이 있었을 뿐이다. 토지에 대해서는 나대지 등에 부과하는 종합합산 토지의 세율을 찔끔 인상했을 뿐, 빌딩 부속 토지 등에 부과하는 별도합산 토지의 세율은 이명박 정부 때와 똑같이 그대로 두었다. 게다가 지방 보유세인 재산세는 일절 손대지 않았다. 2020년 7.10대책을 발표하면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6%로 인상한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에 해당하는 대상자는 극소수였다.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정책은 '핀셋 증세', '찔끔 증세'의 전형이었다.
언론에 의해 '세금폭탄론'이 시중에 확산되면서 실상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똘똘한 한 채' 소유자나 토지·빌딩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시종일관 부동산 부자를 배려한 셈이다. 2020년 11월 3일에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해서 자연스럽게 보유세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1주택자 재산세 감면을 거론하는 것으로 보아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될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시장 상황이나 정권의 소재에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지속해야 할 보유세 강화 정책을 단기 시장조절용으로 활용했다는 점도 문제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할 경우 이번에 강화한 종합부동산세를 다시 완화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심각한 점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배경에 '1주택자는 실수요자, 다주택자는 투기꾼'이라는 프레임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작금의 투기열풍이 다주택을 보유한 일부 투기꾼들의 탐욕스러운 행동 때문에 발생했으므로, 이들에게 중과세와 규제라는 '벌칙'을 부과하면 열풍을 잠재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부분적 진리만을 담은 이 프레임 때문에, '부동산보유세는 벌금이요, 1주택자에게는 투기적 동기가 없다'는 오해가 사회 전반에 퍼졌다. 물론 소수의 민첩한 투기꾼들이 투기열풍을 선도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다수 국민이 그들을 따라 투기에 가담했다는 사실이다. 1주택자도 얼마든지 투기적 동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보유세는 투기행위를 징벌하기 위해 부과하는 벌금이 아니다. 사유재산이지만 국민의 공공재산이라는 성질도 갖는 토지를 보유하면서 그로부터 편익과 소득을 얻는 데 대해 대가를 징수하는 것이 보유세다. 물론 이 세금을 강화하면 조세의 자본화 효과로 인해 부동산가격이 하락한다. 다른 말로 하면 부동산보유자가 부담하는 보유비용이 늘어나므로 사람들은 공연히 불필요한 부동산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부동산보유세는 이런 효과를 유발해 결과적으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기는 하지만, 투기꾼을 타깃으로 부과하는 벌금이 아니다. 부동산을 소유하면서 국가와 사회로부터 일정한 혜택을 받아 누리는 사람들 가운데 1채를 가진 사람들만 골라내서, 대가 납부라는 공적 의무를 면제해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이율배반적 정책 추진
문재인 정부는 처음부터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하면서도 동시에 부동산 투기를 자극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두 가지가 대표적인데 하나는 연간 10조 원, 총 50조 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투기꾼에게 꽃길을 깔아준 것이다.
특히 임대주택의 실태를 파악하고 임대료 상승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등록 임대사업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 것은 치명적인 오류다. 이 제도는 문재인 정부 투기대책에 거대한 루프홀(구멍, loophole)로 작용했다. 사실 임대주택 등록제를 처음 도입한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이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8년 이상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혜택을 한층 확대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2017년 12월 13일 발표된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 오롯이 담겼다. 임대주택 등록 시 취득세·재산세와 임대소득세를 감면하고, 양도소득세 감면을 확대하며, 임대소득세 정상과세에 따른 건강보험료 인상분을 대폭 감면한다는 내용이었다.
임대주택 등록제가 투기꾼들에게 꽃길을 깔아주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문재인 정부는 등록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혜택을 줄이는 조치를 발표했다. 2018년 9.13대책을 발표해 조정대상지역에서 신규로 등록하는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고 했고, 2020년 7.10대책에서는 4년 임대와 8년 아파트 장기임대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기등록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진 과도한 특혜다. 약 160만 호에 달하는 기등록 임대주택은 기간 만료 때까지 기존의 혜택이 유지된다. 그러니 이미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들이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주택을 내놓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집값을 더 끌어올릴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정책
문재인 정부는 공급확대 정책을 시장안정의 주요수단으로 삼았다. 2018년 9.13대책에서 수도권 내 교통여건이 좋고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공공택지 30곳을 개발하여 3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이 방침에 따라 2018년 12월 19일과 2019년 5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3기 신도시 5곳(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을 포함하여 총 86곳에 택지를 개발해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2020년 8.4대책에서는 기존 공급 목표에 13만 2천 호를 더해 2028년까지 수도권 지역에서 총 127만 호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틀림없이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 작용으로 결정되고, 가격 상승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생긴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고 가격 폭등 문제를 공급 확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급부족론 내지 공급확대론은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이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자 등 부동산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기 위해 활용해온 단골 메뉴다. 물론 일반상품은 가격 상승 시에 공급을 확대하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이런 원리를 적용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첫째, 일반상품과는 다르게 부동산 수요에는 투기적 가수요가 더해질 수 있다. 투기적 가수요는 실수요와 달리 단기간에 크게 팽창할 수도 있고 삽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미래 집값에 대한 예상이 투기적 가수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래 집값에 대한 예상이 낙관적으로 바뀌면 투기적 가수요는 급팽창하고, 반대로 비관적으로 바뀌면 급속하게 줄어든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수요에 공급을 정확히 맞춘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고, 한때 크게 팽창한 수요에 맞춰 공급을 늘렸다가는 나중에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둘째, 투기국면에서는 공급확대 정책이 오히려 새로운 투기수요를 유발할 수 있다. 공급확대 정책의 발표 자체가 시장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개발 호재를 던져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토지투기와 주택투기가 일어나기 쉽다. 수요-공급 이론을 적용해서 설명하자면, 정부는 공급곡선을 바깥쪽으로 이동시켜 가격을 안정시키려 하지만 수요곡선이 원래 자리에 머물지 않고 바깥쪽으로 크게 이동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내려갈지 올라갈지 알 수가 없다.
셋째, 주택의 공급곡선이 바깥쪽으로 이동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급확대 방침을 발표하더라도 실제 공급이 이뤄지는 데는 3~5년이 걸린다. 그러므로 현재 시점에서 공급곡선은 바깥쪽으로 거의 이동할 수가 없다. 앞에서 공급확대 정책을 발표하면 투기가 발생하여 수요곡선이 바깥쪽으로 크게 이동한다고 했다. 이처럼 수요곡선은 바깥쪽으로 크게 이동하고 공급곡선은 원래 자리에 그대로 있다면, 주택가격은 하락하기는커녕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한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내재한다. 우선, 이 방안에 도심 내 군 부지와 공공기관의 이전·유휴 부지를 신규택지로 활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주택공급을 증가시키겠지만, 어떻게든 지켜나가야 할 국공유지를 소멸시킨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 국공유지 비율은 30%로 싱가포르(81%), 대만(69%), 미국(50%) 등에 비해 현저하게 낮고, 대부분이 공원이나 도로 등 경제적 이용의 여지가 작은 토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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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이구동성으로 토지비축 제도를 활용해 국공유지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사유지를 민간에게서 강제수용해 조성하는 공공택지도 가능하면 민간 건설업자에게 분양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2020년 8.4대책에서 정부는 군 부지나 공공기관 부지를 활용하여 건설할 주택 중 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 얼마나 될지 밝히지 않았으나, 분양주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도심의 국공유지에 주택을 지어서 민간에게 팔아넘긴다니, 과연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내린 결정인지 의심스럽다. 정히 이 정책을 추진하고 싶다면, 토지의 국공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장기공공임대주택이나 토지임대부 주택 위주로 공급하는 것이 옳다.
설사 장기공공임대주택이나 토지임대부 주택 위주로 수도권 주택공급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그렇지 않아도 자본과 인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되어버린 수도권에 주택투자가 더 집중된다면, 지역 간 불균형은 더 심해지고 지방소멸은 가속화될 것이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 정책까지 재가동하겠다는 정부·여당이 이처럼 수도권 비대화를 촉진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대표적인 토건국가다. 전체 산업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형적으로 크고, '토건족'이 경제정책과 부동산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까닭에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까지 토건족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때는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을,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 때는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정부에 요구하며 이익을 챙겨왔다. 문재인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정책도 외형상 주택가격 안정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토건족의 이해관계를 챙기는 성격이 강하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완수해야 할 단기 과제
이상의 평가를 요약하면,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가 한국 사회를 옥죄는 최대 질곡임을 인식하지 못했고, 따라서 그것을 해결할 근본정책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할 수 있는 정책 전략이 필요하다. 나는 여러 매체를 통해 여러 번 이 정책 전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바 있는데, 아마 변창흠 후보자도 그 내용은 알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하지만 길어야 1년 5개월밖에 일할 수 없는 변창흠 장관 후보자 입장으로는 나의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난감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장관 재임 중 할 수 있는 간단한 일 몇 가지만 제안하고자 하는데, 변 후보자가 이것만이라도 완수해주기를 바란다.
▲ 문재인 대통령은 4일 국토부 장관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내정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2020.12.4 |
ⓒ 연합뉴스 |
첫째, 투기꾼들에게 꽃길을 깔아주고 매물을 잠기게 만든 임대주택 등록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바란다. 다주택을 소유한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혜택을 감축하라는 말이다. 당장 혜택을 없애면 혼란이 초래될 터이니 시한을 정해 혜택을 줄여서 다주택자들이 보유주택을 매각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는 단기간에 주택 매물을 증가시켜 투기 열풍을 잠재울 비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10대책에서 제도의 일부를 폐지하기로 했으나 약 160만 호에 달하는 기등록 임대사업자가 누리는 혜택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게다가 제도 폐지 결정이 아파트에만 해당하고 빌라나 다세대 주택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함으로써 그쪽 방면에서 투기가 발생하는 것을 방치했다.
둘째, '핀셋규제'니 '추가대책 마련'이니 하는 말은 절대로 입 밖에 내지 말기 바란다. 이런 말들은 정책의 공표효과를 저해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정책 가운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내용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지난 11월 3일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다. 이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만 하면, 보유세 과표 산정의 형평성을 실현하면서 보유세를 보편적으로 강화해 갈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 정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투기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안정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것임을 천명함으로써 부동산정책의 공표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동결 효과를 유발하는 양도소득세 중과 정책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 양도소득세 완화 정책은 홀로 추진할 경우 불로소득을 허용해서 투기를 자극하는 문제를 낳을 수 있지만, 보유세 강화와 패키지로 묶어서 추진할 때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다주택자로 하여금 보유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만드는 데 이보다 좋은 정책은 없다. 또 7.10대책에서는 취득세도 대폭 강화했는데 이렇게 모든 부동산세를 강화하는 것은 변칙이다. 이는 빨리 원래대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넷째, 금융규제의 범위에 금융기관 대출뿐만 아니라 전세금까지 포함해야 한다. 전세금에는 임대료의 의미도 들어 있지만,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제공하는 사금융의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전세금이 금융규제의 대상에 포함되면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성행한 갭투자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사실 보유세 강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경우, 이런 내용을 갖춘 금융규제가 단기 시장조절의 주요수단이 될 것이다. 그래서 향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여 부양이 필요해 보일 때는 즉시 금융규제 완화로 대처할 수 있다. 다만 금융규제의 틀을 개편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이는 원칙 정도를 밝히고 장기 과제로 넘기더라도 상관은 없다.
사족 : 진정한 시장주의자
국민의힘과 수구 언론은 강한 경로 의존성 아래에서 운신의 폭이 극도로 좁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이다. 헨리 조지를 들먹이고 토지사회주의를 운운하며 변 후보자와 그의 주변을 공격하니 말이다. 외국 학계에서는 자유지상주의 계열로 분류되는 헨리 조지가 한국에서는 좌파의 두목쯤으로 여겨지는 현실은 코미디 중의 코미디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명토 박아 둔다. 헨리 조지는 물론이고 변창흠 교수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숭상'하는 시장주의자다. 이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반대하는 유일한 요소는 부동산이나 특권에 의존해 얻는 불로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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