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콕!] 오달수 복귀작 '이웃사촌'… 따뜻하지만 씁쓸한 그 시절 이야기
조선비즈
입력 2020.11.11 18:18 | 수정 2020.11.12 08:43
"밥 먹을 때 왼손 쓰지 말라켔지, 니 좌파가?"
많은 아버지들이 이렇게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아아러니했던 사회상을 담은 영화 ‘이웃사촌’이 오는 11월 25일 관객을 만난다. 영화 촬영을 마친 이후 2년, 개봉이 연기된지 1년여 만이다.
(왼쪽부터) 배우 김병철, 오달수, 이유비, 이환경 감독, 정우, 김희원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이웃사촌'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이웃사촌’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을 감시하기 위해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다.
이날 시사회에는 자택 격리된 야권 대권 주자 ‘의식’역의 오달수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청해야 하는 도청팀장 ‘대권’역을 연기한 정우를 비롯해 김희원, 김병철, 이유비 등 출연 배우들과 영화를 연출한 이환경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따뜻하고 코믹한 일상의 이야기와 어둡고 냉혹했던 당시 사회상을 함께 담고 있다.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두 남자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누는 교감은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코믹한 장치들이 곳곳에 놓여 실소를 자아내지만, 기본 배경이 되는 정치적 암투에 그 뒷맛은 다소 씁쓸하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아이러니했던 당시 시대의 이야기를 ‘자택격리’라는 소재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다"며 "그러나 정치적 메시지 보다는 두 남자가 가족, 이웃과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느낌을 어떻게 중점적으로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일반적이고 소탈한, 친근한 느낌의 ‘이웃사촌’으로 제목을 정하게 됐다"고 했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배우들의 연기다. 배우 정우는 냉철한듯 하면서도 한없이 감성적인 ‘대권’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그의 전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는 시사회에서 "가부장적인 딱딱한 캐릭터인데 이웃을 통해 ‘사람 냄새’를 풍기는 인물로 변해간다. 진폭을 키워서 처음과 마지막 갑옷을 벗은 듯한 캐릭터로 보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의식’역의 오달수는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균형있는 연기로 강단있는 정치인이자 다정한 가장으로 완벽 분했다. 이 감독은 오달수의 연기에 대해 "질리지 않는 라면 같은 배우다"라며 "살이 찔가봐 안 먹으려고 해도 당기는 그런 배우"라고 했다.
영화 ‘이웃사촌’ 포스터. /리틀빅픽쳐스 제공
또 ‘의식’과 ‘대권’을 위기로 몰아넣는 안정부 ‘김실장’ 역할의 김희원, 어설픈 도청팀원 ‘동식’을 연기한 김병철, ‘의식’의 딸이자 강단있는 여대생으로 분한 이유비 등 조연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연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복고 감성도 돋보인다. 옛 소주병, 전화기, 빈티지 차량 등 곳곳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품들이 영화를 보는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가수 나미의 ‘빙글빙글’, 이문세의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등 당시를 대표하는 대중문화가 주요 장치로 등장해 감성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다만 정치적 비평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85년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정적에 의해 가택연금되는 정치인이라는 소재는 누구나 아는 한 실존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이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영화에서 그런(정치적)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가족간, 사람들간의 따뜻한 소통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그런 색깔을 보지 마시고 교감과 소통. 이웃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웃사촌’은 배우 오달수의 복귀작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2018년 2월 성추문에 휘말리며 약 2년간 칩거 생활을 했다. 이 영화는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2018년 2월 촬영을 마치고 2019년 상반기 관객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오달수 논란으로 개봉이 잠정 연기됐다. 오달수는 2019년 경찰로부터 미투 사건 내사 종결을 확인, 무혐의 판결을 받은 상태다. 그러나 무혐의가 곧 무죄는 아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오달수는 이날 시사회에 참석으로 2년 만에 공식 석상에 섰다. 그는 내내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복귀 소감에 대해 그는"(영화 개봉 연기에) 누구보다 마음이 무거웠다
.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니 3년 전 고생했던 배우분들, 감독님, 스텝 분들 노고에 다시 한번 더 감사하게 됐다"며 "‘행운이 있으면 불행이 있고 다행도 있다’라는 말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개봉 날짜가 정해져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짊어지고 갈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25일 개봉, 130분, 리틀빅픽쳐스 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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