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원형으로 복원키로 결정한 뒤 제작까지 거의 끝낸 광화문 현판을 두고 한글로 다시 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광화문 현판을 훈민정음체로 시민모임’은 14일 서울 통의동 ‘역사책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자 ‘광화문(光化門)’ 현판을 훈민정음체 ‘광화문’으로 바꾸기 위한 범국민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모임 공동 대표인 강병인 멋글씨 작가는 고종 시절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이 쓴 글씨를 토대로 현판 글씨를 복원하는 것을 두고 “작고 오랜 사진을 근거로 확대하고 다듬은 글씨여서 원형 가치가 없다”거나 “역동적이고 민주적인 시민의 광장을 상징해야 할 광화문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신 “한글의 첫 모습인 훈민정음체가 가장 알맞다”고 주장했다. “한글날인 10월 9일까지 국민 5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현재 이 모임에는 건축가인 승효상 전 국가건축정책위원장, 미술가 임옥상씨, ‘안상수체’로 유명한 안상수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교장, 가수 이은미씨 등 37명이 참여하고 있다. 기자회견 자리에선 50% 크기로 시험 제작한 한글 광화문 현판도 공개됐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8년간 국고 3억5,000여만원을 들여 새 현판 제작 작업을 진행 중인 만큼 그런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한자 현판 제작 결정 당시 이미 한글 현판은 배제된 방식 중 하나다. ‘복원’인 만큼 다른 이유 따질 것 없이 원상태 그대로 되돌려놓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 결론지은 것이다.
이에 대해 모임에 참가한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은 “그간 들인 비용이 아깝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미래 세대에 잘못된 걸 물려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모임 측은 지금껏 시민들 참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이고, 광화문 바깥쪽에는 한글 현판, 안쪽에는 한자 현판을 거는 식의 절충도 가능하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