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뛰빼[뛰어나고 빼어남])/이경복(조각가)

미술평론일반〕매칭 비평 / 이경복의 공공미술 술래 : 1980~2013, 기억의 재구성

사이박사 2020. 2. 12. 22:19

〔미술평론일반〕매칭 비평 / 이경복의 공공미술 술래 : 1980~2013, 기억의 재구성

김성호

미술평론일반

 

이경복의〈공공미술 술래 : 1980~2013, 기억의 재구성〉매칭 비평

 

'술래잡기' 또는 ‘순례’로서의 공공미술 아카이빙

 

 

 

 

 

김성호(미술평론가)

 

 

 

 

 

I. 정성적 방법론의 공공미술 아카이빙

인천문화재단의 〈지역공동체 문화 만들기〉의 아카이빙 관련 기획지원사업인 이경복의 〈공공미술 술래 : 1980~2013, 기억의 재구성〉은 국내 공공미술에 관한 모든 자료를 정리하는 것에 일차적인 초점이 모아진다. 사업 실행자 이경복은 사업의 궁극적 목표가 '지난 30여 년(1980~2013) 국내 공공미술 관련 활동의 성과 및 한계에 대한 통합적 정리이를 공유 및 활용 가능한 정보로 객관화하는 것'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즉 자료의 단순한 아카이빙이 아닌 '성과와 한계'를 정리하여 도출된 통합된 결과(researching result)를 제시하고, 객관적 사실(fact)로부터 추출된 정보(information)를 연구자를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활용 가능하도록 제공하는 것으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서 사업자는 '작가적 접근과 학술적 접근의 두 축을 교차 검토하는 상보적 틀'을 설정하고 이것을 주요한 방법론을 삼을 것이라는 계획과 더불어 '다년간 사업진행을 전제'하는 계획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 아래 사업자는 다년간 사업의 첫 단추를 꿰는 첫 작업이 될 2013년 작업을 '작가적 접근'을 방법론으로 삼고 '지난 30여 년간 국내 공공미술의 연대기적 흐름을 정성적으로 서술하는 것'을 세부 목표로 제시한다. 즉 자료들을 빠짐없이 찾아내고 그것을 정리하는 '정량적 접근'은 애초에 주안점을 둔 사업목표가 아니었음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연대기적 흐름을 서술하는 방식을 '용어, 이슈, 활동 유형 등 각론적 측면'과 더불어 '공공미술의 개념과 사회적 구조 등'에 대한 본질적 논의들을 포함하는 정성적 접근으로 실행하겠다는 목표를 처음부터 명확히 한다. 정량적 접근을 거론하지 않는 정성적 접근은 기본적인 아카이빙 사업과 뚜렷이 대별되는 지점이 된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면모를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면모를 우리에게 시사한다.

 

먼저 부정적 면모란 무엇인가? 정성적 접근의 방법론은 '필요에 따른 논의를 펼치기 위해 정보의 선별적 취합'을 용인함으로써 아카이빙의 거시적 목표인 모든 자료들을 '활용 가능한 정보로 객관화하는 것'을 초반부터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개의 아카이빙이 정량적 접근을 기초적 작업으로 선행시킨 후, 정성적 접근을 순차적으로 실행하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정량적, 정성적 작업을 병행시킨다고 할 때, 정량적 접근에 별다른 주안점을 두지 않은 채 정성적 접근을 앞세우는 이러한 시도는 위험하기조차 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도에서 읽히는 긍정적 면모는 무엇인가? 그것은 그간의 아카이빙에 있어서 정량적 접근이 야기한 관습화된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는 정성적 접근에 관한 좌표 설정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그의 사업목적 및 기획의도에서 그것에 관한 단초를 다음처럼 살펴볼 수 있다.

 

'1980년대 초반 도시벽화가 나타난 시점을 출발로 볼 때 이제 국내 공공미술의 역사도 30여 년을 넘고 있다. 예술가(특히 미술가)들의 자발적, 자생적 활동이 주동력이던 8,90년대와 달리 2000년대에 들어 공공미술 관련 활동은 국가기관 및 지자체를 포함하여 다양한 관련 기관의 활발한 예산지원과 사업추진으로 어느 때보다 양적 증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많은 경험과 성과들이 사회에 효과적으로 축적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새로운 활동들과 논의들을 생산적이고 진일보한 방향으로의 성장을 더디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부분 반복적 시행착오나 답습의 한계에 빠지게 하고 있다.'

 

사업자가 1980-2013년이라는 연대기를 프로젝트명으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우리는 사업자의 정성적 접근에 이미 정량적 접근의 기본 전제가 일정부분 깔려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다만 우리는 사업자가 정량적 접근이 아닌 정성적 접근에 방점을 찍고 그 강조점의 무게를 재설정하고 있다는 것에 보다 더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이러한 평가는 사업자가 정량적 접근의 분석 대상을 '공공미술의 실제 사업들 사례' 보다는 '공공미술에 관한 담론들'에 더 초점을 맞춤으로써 연유된 것이기도 하다. 담론들에 대한 아카이빙은 결국 정량적 접근을 전제로 하면서도 정성적 접근에 무게를 두고 있는 아카이빙으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이러한 국내 공공미술의 아카이빙이 왜 인천문화재단에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인천문화재단의 기획사업의 특성상, 인천 지역의 공공미술 아카이빙이 무엇보다 시급할 텐데 말이다. 사업자 이경복은 '현재 국내 공공미술 전반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당면과제에 대한 점검, 객관화, 이에 대한 공유'가 '현 시점에 있어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공공미술과 관련하여 인천의 지역적 관점의 성찰에 있어서도 선결과제이자 전제'가 된다고 피력한다. 즉 국내 공공미술의 전체적 조망 없이는 인천 공공미술의 현황 연구가 피상적인 고찰에 그칠 수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공미(예)술이 넘친다. but 공공미(예)술이 공공미(예)술에 숨었다.'라는 사업자의 아포리즘과 같은 텍스트는 국내에 공공미술 아카이빙 자체가 정리되지 못한 채 공공미술의 실천만이 난무하다는 비판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또한 국내 공공미술에 관한 연구조차 미진한 현 상황에서, 인천의 공공미술로 국한된 연구가 실행될 때, 이전까지의 '시행착오나 답습의 한계'를 그대로 재생산할 수 있다는 비판적 전망을 포함한다.

 

따라서 사업자의 정성적 방법론 위주의 이번 아카이빙은 인천의 공공미술 보다는 한국의 공공미술을, 공공미술 자체에 대한 아카이빙 보다는 공공미술 담론의 아카이빙을, 일회적 프로젝트이기보다는 다개년을 목표로 한 장기적 프로젝트를 지향함으로써 향후 인천의 공공미술을 위한 실천적 지침을 제시하려는 것으로 정리, 평가될 수 있겠다.

 

 

 

〈사진〉 이경복의 사업 결과 자료집, ‘공공미술 술래 : 1980-2013, 기억의 재구성’

 

 

 

 

 

 

 

 

II. 술래잡기와 순례 : 장소 생성 작업으로서의 공공미술 아카이빙

우리는 여기서 사업자의 교부신청서에서 확인되는 사업 계획들이 2013년 사업 종료 후 발간한 자료집〈공공미술 술래: 1980~2013, 기억의 재구성〉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양태로 실현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관련 내용을 다음의 '표'로 정리해본다.

 


 〈표〉사업 결과 자료집 분석, ‘공공미술 술래 : 1980-2013, 기억의 재구성’


 

상기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첫 부분의 ‘공공미술 소개’는 이미 우리가 앞에서 검토했던 사업기획에 관한 내용이다. 따라서 이경복의 실제 사업 내용은 ‘술래책장’, ‘곰곰’이라는 2부분에 집중된다.

 

여기서 ‘술래’는 아이들의 ‘술래잡기 놀이’에서처럼 사업자 이경복이 숨어있는 공공미술의 담론들을 찾아내는 술래의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발로 뛰어다니는 찾기의 과정은 ‘술래잡기 놀이’처럼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그것은 같은 발음의 ‘순례(巡禮)’처럼 고된 행군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음 단계의 ‘곰곰’에서는 “여러모로 깊이 생각하는 모양”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고되고도 깊은 성찰의 과정을 요청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책상 앞 연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는 고된 성찰이 필요하다. “공공미술 술래는 연구보고서가 아니다. 공간과 장소 생성 ‘작업’이다.”라는 자료집 맨 끝장의 텍스트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공공미술에 관한 “생각을 나누고 경험을 축적하고 공유”하는 즐겁지만 고되고 지난한 과정의 실제 노동인 것이다.

 

‘술래책장’은 정성적 접근의 아카이빙을 위한 기초 단계 작업인 정량적 접근의 아카이빙 결과물이다. 여기서, ‘신문 기사, 정기간행물 기사, 학술논문, 기록 자료집’이라는 일반적인 결과물 외에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연도별 말풍경’이다. 이것은 이경복에게 있어서 자신의 아카이빙 사업이 결코 정량적 접근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음을 반증한다. 즉 ‘공공미술의 실제적 사례’에 대한 아카이빙이기 보다는 그것의 ‘담론에 관한 아카이빙’임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다음 단계의 세부 사업인 ‘곰곰’을 여는 첫 단계의 세부 항목인 ‘1. 술래 말을 얻다.’와 만난다. 더 구체적으로는 ‘1) 말을 살피다.’라는 세부 항목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항목은 1980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에서 발간된 주요 잡지의 공공예술 관련 기사와 논문(학위, 학술) 제목에서 추출한 용어 5,000여 개 중 중복되지 않는 1830개의 용어 목록이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 1980년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내 공공미술에 대한 인식과 그것에 대한 담론이 시기별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술래책장’에서 출발한 ‘연도별 말풍경’은 공공미술 담론의 변화를 일별할 수 있는 초기 지표라 할 것이며, ‘곰곰’에서의 ‘말을 살피다’는 그것을 세세히 검토할 수 있게 만든 총괄적 지표이자 국내공공미술에 관한 바로미터로 위치한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것은 완성되지 않았다. ‘곰곰’에서 가장 주요하게 간주되는 것으로 분석되는 ‘2) 공공을 다루다’는 현재 미완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공공예술과 관련한 담론의 형성과 이슈 생산의 공간 혹은 개별 공공예술에 대한 공론과 대안 연구의 장’으로 마련된 이 부분은 사업자 이경복이 기획의 첫 단계부터 매우 주요하게 간주한 부분이다. 최종 결과물에서는 세부사업 '말 살피다'에서 추출한 용어와 관련한 11편의 소논문으로만 구성되어 있을 따름이지만, 초기 사업 계획서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1)~4)의 사업내용 거의 대부분이 바로 이 부분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1) 관련 전문가 50인의 기억을 모아 정리한 국내 공공미술 30년의 연대기적 서술

2) 관련 전문가 50인의 각론에 대한 생각 또는 입장

- 공공미술 개념, 주요 이슈, 주요 사례, 당면 과제, 연구과제 등

3) 인터뷰 녹취록

4) 공공미술 관련 주요 용어 해설

5) 공공미술 개념에 대한 1차적 접근(재단과 연계하여 포럼 진행 예정)

- 전통적 미술과 공공미술 경계에 대한 고찰

- 아트와 논아트의 경계에 대한 고찰

- 공공미술(예술)과 유사활동에 대한 고찰

 

 

 

 

 

 

 

III. 다음 술래 정하기 : 다방향성 온라인 네트워킹의 공공미술 아카이빙

한편, 전문가 50인의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아카이빙을 실행하려던 초반의 전체적 계획이 카톨릭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역곡연구소의 몇몇 구성원들의 소논문과 같은 결과물로 축소되었을 뿐 아니라, 그 범주도 ‘공공을 다루다’라는 한 부분에만 집중되고 만 사실은 계획 대비 사업 실행의 차원에서 미진하다는 평가가 가능하겠다. 따라서 “최소 50인”에 이르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실행하면서 그들의 기억으로 국내 공공미술의 연대기를 서술하겠다는 정성적 접근의 야심찬 아카이빙 계획은 결과적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계획 대비 사업의 결과물이 다르다는 평가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사업자가 “불완전한 요소들이 있더라도 완결성 있는 형태로 구성하려 하며, 이슈 등 주요 각론들을 효과적 정보로 종합해 늘어놓으려 한다.”고 밝히고 있듯이, 방대한 사업 앞에 노정될 수 있는 ‘불완전한 요소들’이 그로부터 막연하게나마 초기 예측되었음을 우리는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또한 이 사업이 애초부터 다년간 기획으로 예정되었듯이, 진행 과정 중에 인천문화재단과의 협의를 통해 사업의 방향성이 지속적으로 수정되는 과정이 또한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겠다. 사업자 이경복은 협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개인이 담당하기에 벅찬 아카이빙 작업을 비교적 효율적으로 진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4개년 계획으로 출발한 이 사업에서, 애초의 계획에 추가될 필요가 있는 당면한 방향성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작가 중심의 장소 생성 작업’이라는 아카이빙의 새로운 방향성은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증폭시키면서도 현재까지는 미흡하다. 무엇보다 정성적 접근 속에서도 매우 상세한 정량적 아카이빙이 동시에 구축되는 결과물이 아카이빙이라는 특성상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애초의 ‘전면 정성적 방법론’이라는 계획과 달리 인터넷 검색으로 정리된 ‘정량적 접근의 아카이빙 결과물’은 그런 차원에서 외려 다행스러운 결과물일 수 있다. 이것이 좀 더 진전된 형태의 아카이빙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페이퍼 형태의 자료집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네트워킹 방식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아카이빙 결과물을 온라인에 원천 자료로 제공하여 소비뿐 아니라 위키피디아(wikipedia)처럼 그것을 다방향성 안에서 누구나 접근하여 편집,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네트워크 시스템과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즉 생산과 소비 양측에서 누구나, 언제나 활용 가능한 객관적 정보로 공개하는 것이다. 비유적으로 말한다면, ‘술래놀이’라는 것이 술래에게 잡힌 아이가 다음 놀이에 술래가 되는 것처럼, 사업자 이경복은 후속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또 다른 복수의 술래를 필히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덧붙여, 후속 사업에서는 국내 공공미술의 출발을 자생적이었다는 이유로 1980년대 도시벽화로부터 한정시키기보다는, 공공성의 의미를 중시하는 차원에서 기념동상 붐을 알린 1950년대 초반 또는 ‘건축물미술장식제도’의 1%법의 원형인 문화진흥예술법을 출발시킨 1972년 등 공공미술의 시작점에 대한 폭 넓고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출전/

김성호, '술래잡기 또는 순례로서의 공공미술 아카이빙', 지역공동체 문화만들기 매칭 비평, 이경호의〈공공미술 술래 : 1980~2013, 기억의 재구성〉에 대한 비평, 인천문화재단, 자료집, 201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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