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 딜(No deal)'로 끝난 원인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 사이 진실공방이 시작됐다. 트럼프의 기자회견, 그리고 북한의 심야 반박 회견만 봐선 어느 쪽이 진실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일단 그 내용을 살펴보자.
이용호 "2016년 이후 5건만 해제 요구"
"석탄·철광석 수출, 정유 수입제한 풀라"
개성공단 관련 대북 합작 금지 해제도
미국으로선 "내용상 전면 해제" 해석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오후 2시(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완전한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렬 이유를 영변 핵시설 폐기 대가로 전면 제재 해제를 요구한 북한 탓으로 돌렸다. 10시간 뒤 현지시간 자정을 넘겨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우리가 요구한 건 전면 제재 해제가 아니라 부분 해제”라며 “유엔 대북 제재 총 11건 중 2016년 이후 5건”이라고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최선희 부상도 “5건도 100%가 아니라 군수용을 제외한 민수ㆍ민생용만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거들었다.
주목할 건 2016년 이전의 제재는 대부분 미사일 부품 등 군수용품이나 사치품을 제한하는 제한적 제재였던 반면, 2016년 이후엔 북한의 수출입 무역거래를 차단하는 등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는 포괄적 제재였다는 점이다. 무기거래에 관여한 특정 기관·개인을 제재 대상 리스트에 올린 2017년 6월 2일 채택된 2356호는 제외된다.
먼저 2016년 3월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채택된 2270호는 북한과 광물ㆍ원유 거래는 물론 금융제재 및 운송 부문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 통과한 2321호는 북한의 석탄 수출량을 제한하고 구리ㆍ니켈ㆍ아연 및 은의 수출을 금지했다.
2017년 잇따른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6차 핵실험에 따라 대북 제재 강도가 대폭 강화됐다. 2371호, 2375호, 2397호는 북한의 석탄ㆍ철광석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원유 및 정유 각각 400만,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해외 북한 노동자 송출을 금지했다. 북한의 수출을 제한해 달러 수입을 막는 동시에 에너지 공급도 차단한 셈이다.
2375호는 북한의 섬유 수출과 대북 합작을 전면 금지하고 있어 개성공단 재개와도 관련된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해제를 요구한 5개 결의안은 결국 내용적으론 대북 제재의 핵심이자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된다. 미국이 전면 제재 해제로 받아들인 것도 이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즉 '11건 중 5건'이 사실상 전부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북한의 '하노이 심야 회견'에 이은 미국의 '반박'이다. 공방이 가열될 수록 북미의 간극은 더욱 벌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