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모여살이)/언론(말바루기)

공영방송의 추락, 종편 흉내내기, 막장의 향연

사이박사 2014. 12. 24. 14:49

세월호 보도ㆍ권력 유착 잇단 파문 시청률 곤두박질에도 구태의연

[2014 문화 다시보기] (2) 공영방송의 추락

수정: 2014.12.22 20:55
등록: 2014.12.2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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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김시곤ㆍ길환영 사태 / MBC 세월호 유족 비난 리포트

막장 저널리즘에 시청자 외면

드라마ㆍ예능까지 도미노 현상

사과하는 길환영 KBS 사장

5월 9일 길환영(오른쪽) 당시 KBS 사장이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의 발언 및 KBS의 보도 등과 관련, 고개를 90도 숙여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김 국장은 이날 길 사장이 정권과 유착해 보도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언론에 대한 가치관과 식견도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독립성을 침해해 온 길환영 사장은 즉각 자진 사퇴해야 한다.”

5월 9일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는 자리였다. 김 국장은 앵커들에게 “검은 색 옷을 입지 말라”고 지시하고 세월호 희생자 수를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비교해 논란을 일으켰었다. 그의 발언 내용이 전해지면서 세월호 가족이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는 등 사태가 확산되자 김 전 국장이 이날 급히 해명성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김 국장은 이 자리에서 길환영 당시 사장이 정권과 유착해 보도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세월호 보도 때문에 가뜩이나 공영방송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던 차에 권력과 KBS 사장이 유착했다는 김 국장의 폭로는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고 KBS 이사회는 결국 길 전 사장을 해임했다.

MBC도 공영방송의 추락에 일조했다. 5월 7일 박상후 당시 전국부장은 MBC ‘뉴스데스크’의 리포트에서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면서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 장관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고 압박했다”며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해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일로 인해 세월호 보도와 관련한 불신이 커지자 당시 KBS와 MBC 기자들은 자사 사이트에 세월호 보도 등에 대한 반성문을 올리고 공영방송의 저널리즘 훼손 실태를 공개했다. 그러나 공영방송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커지고 있는데도 해당 방송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의 동선과 발언, 유병언 관련 수사 등을 보도하는데 주력했다.

이로 인해 공영방송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결국 지상파 전체가 불신을 받게 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5월 실시한 ‘가장 신뢰하는 방송’ 설문조사에서는 종편인 JTBC가 1위를 차지했다. 미디어미래연구소의 최근 조사에서도 방송사 중 신뢰성ㆍ공정성ㆍ유용성 부문 1위는 JTBCㆍYTNㆍJTBC가 차지했다.

공영방송의 추락, 이로 인한 지상파 전체의 위축은 시사 보도와 무관한 듯한 드라마나 예능에도 영향을 미쳤다. 드라마에서는 지상파의 주력 상품인 평일 밤 미니시리즈의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쳐 “10%만 나와도 성공”이라는 말이 나왔다. 시청률이 떨어지자 지상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막장드라마의 향연을 펼쳤다. 이와 관련, 지상파의 한 관계자는 “tvN의 ‘미생’처럼 콘텐츠가 좋지 않으면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다”며 “내년에는 지상파 드라마 편성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상파의 종편 흉내내기도 이어졌다. JTBC의 ‘비정상회담’이 인기를 모으자 MBC는 ‘헬로! 이방인’을, KBS는 ‘이웃집 찰스’(가제)를, SBS는 ‘글로벌 붕어빵’을 편성했다.

교양물의 몰락도 지상파의 위기를 키웠다. 특히 MBC는 조직을 수익성 위주로 개편하겠다며 교양국을 해체했다. 조직 개편에 맞춰 명망 있는 기자와 PD들을 비제작부서로 발령 내 “공영방송 포기 선언을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