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유가족과 경찰에 따르면 그의 SUV 차량에서 발견된 A4용지 14장 분량의 자필 유서에는 '억울함'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경위의 시신이 발견된 13일 오후 동생의 시신 검안에 참여했던 그의 형(56)은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서에)'너무 억울해서, 정보분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세상을 뜬다. 직원들 사랑한다'고 쓰여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서 내용을 다 이야기해 줄 수는 없지만 자기들이 한 일이 아닌 걸 뒤집어씌우려 하니까 그런(자살한) 것"이라며 "'한 경위를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내용도 유서에 적혀 있다"고 덧붙였다.
문건을 복사·유출한 혐의를 받던 정보1분실 소속 한모(44) 경위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을 '문건 유출 당사자'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자신들 모두 권력다툼의 희생양이라는 생각이 강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 변호인 상담 후 돌연 자살한 최 경위
지난 12일 검찰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해 집으로 돌아온 최 경위는 곧바로 자신의 변호인을 찾았다.
잠시 눈을 붙인 뒤 이날 오전 9시께 변호인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선 최 경위는 상담 후 자신의 형에게 전화를 걸어 외부에 알려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를 '퍼즐 맞추기'라고까지 표현한 최 경위는 자신의 형에게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걱정하지 마라.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라며 오히려 형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돌연 전화를 끄고 잠적한 최 경위는 이튿날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최 경위가 지난 12일 오후 4시께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조심스러운 경찰
- 【이천=뉴시스】고범준 기자 =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을 복사해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찰관 최모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13일 오후 경기도 의료원 이천병원 안치실 앞에서 최 경위의 친형이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2014.12.13. bjko@newsis.com 2014-12-13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던 최 경위의 갑작스러운 자살에 경찰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최 경위 유가족이 기자들을 만나 유서에 담긴 내용을 알려주기 전까지 경찰은 "유서에는 가족에 미안하다는 것 외에는 다른 내용은 없다"고 몸을 사렸다.
최 경위의 유가족들 또한 시신이 발견된 지 7시간이 지나서야 유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유가족은 유서에 대한 경찰의 설명이 처음과 계속 달라지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 유서에 모든 게 다 나와 있다?
"(최 경위가)정보를 유출했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다. 유서에 모든 게 다 나와 있다."
최 경위가 남긴 A4용지 14장 분량의 자필 유서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를 확인한 유가족들은 유서에 모든 이야기가 다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측은 "유서 14장을 다 봤다"며 "대한민국이 1970~80년대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동생은 하지도 않은 일"이라며 "(당장)유서 내용을 다 이야기해줄 수는 없지만 조만간 (유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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