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사실 언론은 기사의 제목을 찾기 위해 인터뷰 내용 중의 작은 부분을 침소봉대하기도 한다. 유력한 정치인과 인터뷰를 한 시간 하더라도 “제목이 안 나온다”는 결론이 나면 그 인터뷰가 기사화되기는 어렵다. 기사화되더라도 크게 다뤄지기는 힘들다. 또 방송 인터뷰를 위해 카메라 앞에서 길게 이야기하다가는 예기치 못하게 ‘악마의 편집’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본인이 안 한 말은 아니지만, 콘텍스트를 다 떼어내고 텍스트만 한 줄로 나갈 때 어이없는 바보가 되기도 하고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실제로 방송에 인터뷰를 했다가 이런 피해를 당한 괴담은 많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동영상 편집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2012년에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중산층 비하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대선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롬니가 “정부에 의존해서 먹고 사는 미국인이 47%”라는 발언이 부각된 것이다. 이 발언은 롬니를 패배로 몰고 갔다. 그런가 하면 폭스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직후 버지니아주 햄프턴 대학에서 한 연설의 동영상을 소개했다. 오바마가 부시 행정부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대책을 비판하면서 불만을 가진 흑인사회에서 ‘조용한 폭동(quiet riot))’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 것이다. 이 부분도 전체를 보지 않고 일부 발언을 잘라내서 보도한 데서 온 소동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사운드 바이트(sound bite)‘라는 말이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따서 쓰기 좋은 짧은 문구라고 보면 된다. 제목으로 키워도 될 정도로 핵심적인 말이나 문구, 재미있는 표현 등이다. ‘사운드 바이트’를 적절히 잘 이용하는 것은 언론보도의 묘미이기도 하다. 언론은 본능적으로 이 ‘사운드 바이트’에 약하다. 그래서 이런 표현을 잘 만들어 내는 정치인은 언론에 자신을 긍정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이런 표현을 통해 ‘신의 한 수’를 두는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몸통’이 아니라 ‘깃털’인 줄 알면서도 기사의 흥미를 높이거나 특정한 의도를 위해 키우는 경우다. 사안의 본질적인 문제와 별로 관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재미를 위해서나 공격을 위한 공격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 이런 경우 나무만 현미경으로 열심히 들여다보느라고 전체 숲을 못 보게 된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동영상 보도를 두고도 ‘악마의 편집’이냐 아니냐 논란이 컸다. 사실 1시간짜리 강연을 3분가량으로 축약했다는 분량의 문제만으로 짜깁기라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악의적인 왜곡이 있었느냐의 문제다. 전체 동영상을 본 후의 의견들도 문 후보자를 옹호해야 하는 입장이냐 아니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문창극 구하기’에 나선 쪽에서는 축약본을 ‘악마의 편집’이라고 했다. ‘문창극 밀어내기’에 나선 쪽에서는 ‘엑기스 편집’ ‘족집게 편집’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동영상을 보고도 성향에 따라 평가는 엇갈렸다. 똑같은 동영상을 보고도 이렇게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것을 보면 어떤 증거물보다도 원래 갖고 있던 성향이나 의도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 교회에서 그런 내용의 강연을 할 수는 있겠지만, 총리의 자격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을 피해 나가기는 어려웠다. 언론 보도도 대체로 지명철회나 자진사퇴 분위기로 흐르면서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이후에 국민 통합형, 쇄신형 지도자가 필요한데, 문 후보자가 여러 면에서 지금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총리는 아니라는 여론이 높았다.
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