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와 JTBC 등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리얼미터의 최근 ‘2012 대선여론조사’ 결과는 대선정국 변화의 역동성이 그대로 녹아 있다. 특히 가장 최근 자료인 6월 22일 조사 결과는 박근혜 ‘빨간불’ 안철수-문재인 ‘파란불’의 의미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양자 대결에서 안철수 48.0%, 박근혜 47.1%라는 대선후보 지지율이 나왔다. 0.9%포인트라는 오차범위(±2.5%포인트) 내의 결과였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오차범위 내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을 앞선 것은 의미 있는 관전 포인트다.

부산일보는 6월 25일자 9면 <흔들리는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기사에서 "견고하던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야권 주요 주자들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는 데 반해 박 전 위원장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부산일보는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선 박 전 위원장이 3개월 만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뒤진 것으로 나타나 '친박(친 박근혜) 진영'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원장은 이번 여론조사가 아니더라도 꾸준하게 오차범위 안팎의 격차로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해 온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서 신경 쓰이는 대목은 안철수 원장은 물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지지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CBS노컷뉴스

사실 문재인 상임고문에게 최근 지지율 변화의 흐름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총선 이후 지지율이 주춤한 양상이 계속되거나 하락세로 굳어진다면 민주통합당 내부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손학규 전 대표,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 경쟁 후보의 거센 추격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손학규 전 대표와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문재인 상임고문을 겨냥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는 것은 본격적인 당내 대선경쟁을 앞둔 견제의 의미가 강하다. 문재인 상임고문의 최근 지지율 변화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2일 발표한 ‘데일리정치지표’를 보면 박근혜 전 대표는 35%로 전주에 비해 3%포인트 하락한 반면 문재인 상임고문은 14%로 전주에 비해 4%포인트 상승했다. 대선 양자구도는 박근혜 50%, 문재인 31%로 19%포인트 차이를 보였지만, 전주에 비하면 6%포인트 격차가 감소했다.

사실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관전 포인트는 수치가 아니라 흐름이다. 여론조사 수치는 조사 기관이나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지난 18~22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양자구도에서 박근혜 52.2%, 문재인 38.0%로 14.2%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전주에 비해 격차가 소폭 줄어들었다.

한국갤럽이 19%포인트 격차를 보였다면 리얼미터는 14%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중앙일보와 JTBC 등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리얼미터의 일일 여론조사 결과는 더욱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6월 22일 조사 결과를 보면 다자구도에서 박근혜 38.6%, 안철수 22.5%, 문재인 16.5%로 나타났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 상승곡선인 15% 벽을 돌파하는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대선 양자대결 구도에서도 박근혜 48.2%, 문재인 41.3%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불과 6.9%포인트 차이로 줄어든 셈이다. 5% 포인트 안쪽이면 오차범위 내의 결과라는 점에서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서는 문재인 상임고문의 상승세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최근 여론의 흐름만 놓고 보면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말이 적정한지 의문이 들 정도의 결과이다. 안철수 원장과는 오차범위 내의 접전, 심지어 오차범위 내에서 지지율이 뒤진 결과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상임고문의 지지율 상승곡선이 박근혜 전 대표를 오차범위 수준까지 위협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범야권이 대선정국 변화의 역동성을 키우고 있다면 여권에서는 스스로 잠재우는 현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CBS노컷뉴스

박근혜 전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요구하는 김문수 이재오 정몽준 등 비박 대선후보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그냥 이대로 무난하게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르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다. 심지어 ‘박근혜 추대론’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25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비박계 대선주자의 경선 불참이 현실화 될 경우를 묻는 질문에 “김문수 지사와 정몽준 의원이 불참하게 되면 과연 나머지 0%대의 후보 한두 명을 위해서 경선을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상돈 교수는 “사실상 그런 경선은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 금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을 전당대회에서 추대하는 그런 형태로 가고 있다. 그것과 비슷해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범야권은 누가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지 못할 정도로 혼전 양상이다. 당 밖에는 안철수 원장이 있고, 당내에서는 여러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이미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한 손학규 전 대표나 7월에 출마선언을 할 예정인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민주당 내부의 경선 구도를 뿌리부터 흔드는 변화의 역동성을 몰고 올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문재인 상임고문이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하는 양상으로 지지율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지, 다시 주춤하는 양상을 보일지, 거꾸로 하강곡선을 나타낼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한편, 문재인 상임고문은 지난 24일 특전사전우회 주최 마라톤대회에 참석해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특전사 출신으로 1978년 2월 제대한 문재인 상임고문은 직접 특전사군복과 공수장비를 직접 착용해보기도 했다.

문재인 대선 예비후보자 후원회장으로는 초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친일반민족행위진상조사위원장을 역임한 김창국(72세) 변호사가 맡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