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안철수

"안철수 6월 등판할 것, '버티는 힘'이 문제"

사이박사 2012. 4. 16. 18:23

"안철수 6월 등판할 것, '버티는 힘'이 문제"

[인터뷰] '전략통' 민병두 귀환 "2012년 대선은 어게인 2002년"

윤태곤 기자,곽재훈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4-16 오후 4:01:10

지난 4.11 총선에서 서울 동대문을의 승부는 쉽게 갈렸다. 출구조사 결과에서부터 민주통합당 민병두 후보가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를 압도했다. 최종 개표 결과도 득표율 52.9% 대 44.5%로 민 후보의 낙승이었다.

"그 동네에선 택시 기사들이 민병두한테는 택시 미터기도 안 켠다더라", "민병두는 5층 내외 모든 건물들에선 신문배달원, 녹즙배달원하고 같이 엘리베이터 안 타고 빌딩치기한다더라"는 식으로 여의도에서 간간이 회자되던 '동대문 전설'의 실체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CA(제헌의회) 그룹의 거두였던 운동권 시절, <문화일보> 정치부장을 지낸 언론인 시절,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장을 지낸 정치 입문 이후까지 반평생을 '기획통', '전략통' 소리를 들었던 그가 여의도와 발을 딱 끊고 '변신'했다. "독하다", "아무리 그대로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는 소리들이 많았다. 쉽지 않았던 여당 거물과 승부에서 압승한 뒤 민 후보는 "난 4년 간 철저히 잊혀지는 길을 택했고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나는 풍향계가 어디로 가든 이기겠다는 결심이었고 바닥에서 시작된 진정성이 여론 바람을 만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로 단 한 번도 두려워하거나 승리를 의심해본 적이 없다"며 "돌아다녀 보면 안다"고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이 동대문을에만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뭘 알아야지"라고 하면서도 그는 민주당의 총선 패인, 박근혜에 맞서야 하는 향후 대선 구도,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전망들을 풀어놓았다.

그의 총선 복기는 두 군데에 착점하고 있었다. 그는 "부산에만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피했어야 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마치 대권프레임이 아닌 것처럼 하면서 대권프레임을 집어넣으며 부산에 자주 갔는데 때문에 총선이 'MB심판'에서 '미래권력 선택'으로 이동하는 계기를 줬다. (민주당이) 빨리 수도권으로 넘어와서 수도권을 우선 제압하고 충청, 강원으로 퍼져나갔어야 맞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 혹은 친노 부산 진영은 '박근혜vs'문재인' 구도로 맞붙었다. 문성근이 문재인 대망론을 선거운동 과정에서 공공연히 설파했고 '김용민 파동'이 터진 직후 나꼼수에 출연한 문재인은 "국회의원 해보고 싶어서 이번에 출마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민 당선자는 야권 연대 전략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선도 마찬가지다"고 전제하면서도 "야권연대를 하면서 두 정당이 서로 득을 봤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민주당이 통합진보당이 끌려가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합집합을 늘렸어야 하는데, 교집합이 너무 컸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박근혜 비대위의 새누리당이 왼쪽으로 움직이면서 중원에 들어왔는데 민주당은 그에 밀려 혹은 통진당에 견인되서 중원을 비우고 너무 왼쪽으로 가버렸다는 것. 결국 새누리당은 오른쪽에 대한 걱정 없이 레인지(범위)를 중도까지 끌고 가서 성공했다. 민주당이 그대로 왼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원을 지키면서 통합진보당을 통해 레인지를 왼쪽까지 끌고 가 외연을 확대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건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고 확언했다.

'박근혜를 어떻게 이길 수 있나'는 질문에 그는 "우선 지역영토 싸움에서는 PK를 가져야 한다. 수도권에서는 2030이라는 '세대의 영토'가 있다. 지역영토와 세대영토가 발견돼 있는 것"이라고 구도를 그렸다. 이어 그는 "박근혜를 '독재자의 딸'로만 규정해서 네거티브 한다고 이길 순 없다. 박근혜가 박정희 딸인 걸 모르는 국민이 있나. 그 부분에 대해선 전국민이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박근혜에 대해 "우리 삶을 바꾸는 문제에 대한 '무능' 프레임을 걸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항마'에 대해 민 당선자는 "이 사람으로 가면 이긴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문재인과 안철수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그는 문재인에 대해 "고유의 '스토리'가 부족하다. 노무현의 충신이었다는 건 노무현의 스토리지 문재인의 스토리가 아니다"고 했다. 안철수에 대해선 "스토리는 강점인데 (대선까지) '바람'을 '브랜드'로 만들어내고 8개월의 검증을 버텨낼 정치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부호를 달면서도 "타이밍을 고르는 등 정치적 감각은 좋은 것 같다"고 평했다.

민 당선자는 "대선 구도는 '어게인 2002'가 될 가능성이 크다. 흐름 자체는 1997년 버전이 아니라 2002년 버전"이라고 내다봤다. 1997년은 이회창-이인제가 분열이 대선의 중심축이었고 2002년은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가 축이었다. 2012년에도 새누리당이 분열될 가능성은 극히 낮은 대신 민주당 쪽과 안철수가 힘을 합칠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말이다.

그는 "안철수가 당내 경선에 들어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안철수 입장에서 길은 여론조사밖에 없다. (안철수와 민주당 후보의) 단일화를 일찍 할 것 같지는 않다. 12월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민 당선자는 "정당이, 정치인이 관료를 압도할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전략과 과학, 가치를 알고 공유하는 지혜의 그룹이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300명 있지만 정치는 어떻게 보면 그 중 10~20%가 주도하는 것이다. 훈련된 목적의식적 그룹, 지혜의 그룹이 있는 게 중요하다. 지혜의 그룹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지금 새누리당은 박근혜를 보필하는 '지혜의 그룹'이 이미 짜여진 것 같다. 민주당은? 안철수는?


다음은 지난 13일 오후 동대문구 장안동 민병두 당선자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전문.

"어떤 풍향계에서도 이기겠다고 결심했고, 이겼다"


▲ 4.11 총선에서 홍준표를 여유있게 꺾은 민병두는 "18대 총선 이후 낙선 사례만 두 달을 돌았다"고 털어놓았다. ⓒ민병두 홈페이지
프레시안
: 4년 전 서울 총선은 뉴타운이 결정한 선거였다. 이 흐름이 언제 꺾이던가?

민병두 : 2010년이다. MB정부 1년차인 2008년에는 민심이 (뉴타운 돌풍의 허구성과 부작용을) 체감을 못했고 2009년도 비슷했다. 2009년 말과 2010년 초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국민들이 '내 삶에 변화가 없다'고 느끼더라. 뉴타운 때문에 사람들이 쫓겨나고 장사가 안 되니 바로 체감이 온 게 아닌가. 중소기업 만나면 그 사람들부터 우선 MB정부 하에서 제일 힘들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자영업자들도 가게 문을 열고 닫고 하는 싸이클이 빨라졌다.

프레시안 : 이번 선거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뭔가?

민병두 : 공약보다 사람에 대한 신뢰다. 홍준표 의원은 십몇년 동안 의원 하면서도 4년에 한 번씩 얼굴 비치며 중앙정치만 했다. 지역민을 중앙정치에 이용했던 측면이 많다. 나는 철저히 반대 전략으로 갔다. 사실 정치인들은 연예인과 마찬가지로 잊혀지는 게 제일 무서운 건데 철저히 잊혀지는 길을 택했다.

18대 총선 이후 두 가지 방향의 조언이 들어왔다. 하나는 저술도 하고 TV 출연도 많이 하는 등 언론 노출을 강화하라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잊혀지라는 것이었다. 철저히 사람들 만나서 일체감을 주고, 주민들에게 '민병두도 똑같이
김밥 먹고 순대국 먹는 사람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란 것이었다.

프레시안 : 동대문을 택시 기사들이 민병두 얼굴을 다 안다더라. 지역구에 안 가본 빌딩이 하나도 없다더라는 '민병두 전설'이 많이 돌았다.

민병두 : 빌딩 다 돌고, 하루에 20~30km씩 돌아다녔다. 아침출근해 밤에 퇴근해서 마주칠 일 없는 사람 말고는 지역구에 스킨십 안한 사람이 없다. 사실 힘든 일도 많았다. 연말에는 하루에만 송년회를 10군데씩 다녔는데, 한 자리에서 5잔씩 만 받아마셔도 50잔이다.

2008년에 내 나름의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제일 어려운데 가서 싸우자' 했다. 그때 처음에는 지역구민들이
명함도 찢어버리고 욕도 했다. 맞바람을 안고 갔다. 그래도 선거 패배 후에 3개월 동안 낙선사례를 다녔더니 '여기까지 인사오는 사람을 처음 봤다'고 미안해하며 인사를 받아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것이 나를 버티게 해준 엄청난 힘이 됐다.

프레시안 : 그렇게 아래로부터 획득한 진정성이 있는데, 이것이 위로부터 내려온 전국적인 'MB심판' 여론과 맞닿는 지점이 있었을 것 같다.

민병두 : 사실 나는 자력으로 이기겠다는 생각이었다. 풍향계가 어디로 움직이든 이기겠다고 하는 결심이었다. 아무튼 진정성이 여론 바람을 만난 것은 역시 2010년 지방선거 때로 본다. 그 이후로는 두려워하거나 승리를 의심한 적이 없다. 돌아다녀 보면 안다.

프레시안 : 총선 맞상대가 홍준표 의원이었단 점에서 '심판' 여론이 먹힌 것도 있지 않을까.

민병두 : 그렇다. 철저한 맞춤 전략이 먹힌 것이다. 선거 초반에는 '정치는 좋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구호를 걸었다. 고(故) 김근태 고문이 내 책의 서문에 써준 글귀이기도 하다. 나중에 예상대로 본선 상대가 홍준표 의원이 되고 나서는 'MB, 홍준표 동반심판'으로 구호를 바꿨다.

"'재벌일감몰아주기근절법'을 1호 법안으로 치고 나가자"

프레시안 : 앞으로도 지역구 관리에 일가견을 보이겠지만, 이제 역할이 좀 달라질텐데?

민병두 : 홍준표 의원이 유세할 때 '국회의원은 중앙 일 하라고 뽑아 준 것이고 동네 일은 시·구의원이 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역 공약을 내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지역구 의원 제도가 있는 자체가 '정치는 국민 속에 뿌리를 박고 국민의 마음을 읽으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항상 정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 정부 관료들이 국민들 마음을 알겠나. 그러나 한국에서 정당이 중심이 못 되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정당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당의 전문위원, 부설 연구소, 특히 국회의원들은 청와대와 정부를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당내 선거든 뭐든 선거 정치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그걸 잘 해야 정치인으로 크는 풍토였다. 앞으로는 그게 아니라 나라 정치를 잘 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프레시안 : 국회의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17대 국회에서의 탄핵 역풍을 등에 업은 '탄돌이'들, 18대 국회 때의 '뉴타운돌이'들이 그런 지적을 받았는데, 19대 당선자 면면도 가만 보면 바람 타고 온 사람들이 좀 보인다.

민병두 : 이렇게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 때나 이명박 정부 때나 정당 특히 집권당이 정치의 중심이 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당내에 뭐든 다룰 수 있는 훈련된 그룹이 있어야 한다. 보수 언론 중심으로 '민주당이 왜 한미 FTA 문제에 말을 바꾸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그런 것은 당이 건강성을 찾는 과정이고 정상화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민주화와 관련해서는 우리(민주당)가 386 출신, 재야 출신 등 민주화 운동에서 훈련된 인물들이 많이 있어서 눈빛만 봐도 다음에 뭘 할지, 어떤 법안을 내야 할지 알았다. 그래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정치적 민주화는 빨리 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 경제민주주의를 하고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에 훈련된 집단이 있어야 한다. 당이 그 집단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보편적 복지국가는 목표이고 열정이지만 동시에 과학이고 전략이다. 언론 보니 기획재정부에서 '민주당이 하자는 복지국가 다 하면 170조 든다'고 했다는데, 보편적 복지국가는 단시일 내 하려는 게 아니고 20년 걸릴 목표다.

한국이 20년 걸려 산업화를 했고, 이후 20년 동안 민주화를 했다. 복지국가 만드는 데도 20년을 봐야 한다. 그러려면 전략과 과학, 가치를 알고 공유하는 지혜의 그룹이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300명 있지만 정치는 어찌보면 그 중 10~20%가 하는 것이다. 훈련된 목적의식적 그룹, 지혜의 그룹이 있는 게 중요하다.

내가 민주당 19대 당선자들의 면면을 잘 모른다. 하지만 언론 등을 통해 보기에는 그전보다 경제 전문가들이 좀 더 들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운동, 학계, 재야에서 훈련된 전문가 그룹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개 이런 분들의 특성은 각자 주장이 다르다는 것인데 이걸 당이 묶어내야 한다. 그래서 1·2차적 단계, 대선 전과 후의 다른 전략적 구성을 가지고 민주당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분명히 제시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향후
전선을 복지 문제에만 치는 것은 좋지 않다. 지금 새누리당마저 경제 민주화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구체적으로 국민들이 느끼기에 '내 삶에 어떤 변화를 줄 건가'에 대한 구체적 답이 될 수 있는 것을 5개만이라도 확실히 제시해야 한다. 가령 17대 국회의 열린우리당 1호 법안이
재래시장 육성 특별법이었는데을 지금 같은 시점이라면 '재벌 일감 몰아주기 근절법' 같은 것을 1호 법안으로 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게 하고 중소기업의 고유 업종을 지키는 그런 것이 될 수 있다.

"부산의 '미래권력선택론', 박근혜 프레임에 넘어간 것"

프레시안 : 일부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총선 과정에서도 'MB심판론'에서 민생경제로 이슈를 갈아타는 시점을 잡아야 된다고 했는데 민주당은 끝까지 그러지 못했다.

민병두 : MB 심판론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민주당에 대해서 반대만 하는 정당이라는 일종의 프레임, 낙인이 있다.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1호 법안으로 뭘 하겠다, 2호 법안으로 대기업·공기업의 청년일자리 할당제를 하겠다' 이렇게 이슈파이팅을 해 가면서 했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여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겠는가. 결국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느끼게 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이제 곧 대선을 앞둔 시점인데 총선 전략을 돌아보자면?

민병두 :부산에만 자꾸 관심을 갖게 하는 구도는 (일찍) 정리했어야 한다고 본다. 박근혜 위원장이 마치 대권 프레임이 아닌 것처럼 하면서도 대권 프레임을 집어넣으며 부산에 자주 갔다. 때문에 총선이 'MB심판'에서 '미래권력 선택'으로 이동하게 하는 계기를 줬다고 본다. 당시에 빨리 수도권으로 넘어왔어야 한다. 수도권을 우선 제압하고 충청도, 강원도로 퍼져나갔어야 맞다.

"야권연대, 교집합만 컸고 합집합은 작았다"

프레시안 : 야권 연대는 어떻게 보나

민병두 : 민주당이 지난 4년 동안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였을 때, 나는 '원래 있던 자리로 가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원래의 제자리인 '나눔과 배려와 연대를 제도화하는 것'으로 가야 한다. 그게 좌파라면 민주당 좌파 맞다. 야권연대를 하면서 두 정당이 서로 득을 봤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민주당이 통합진보당이 끌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언론도 안 끌려가면 안 끌려간다고 양보하라고 욕하고 끌려가면 끌려간다고 욕했다.

끌려가는 것처럼 보이면 민주당은 영역이 줄어드는 것이다. 민주당의 영토가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중원을 차지해야 한다. 이념적인 영토를 갖고 얘기해선 안 되고 국민들이 봤을 때 '내 생활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정당'으로 가야 한다. 예를 들면, 대북 평화정책을
유지해야 하지 않나. 그러면 연평도 사태가 났을 때 민주당 의원 7~8명이라도 연평도에 들어가서 2차 포격을 막겠다고 하면서 국민들을 안심시켰어야 했다.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정당으로서의 모습이 된다. 단호할 때는 단호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왼쪽으로 온다고 밀려나거나 또 그럼 반대로 오른쪽으로 가자는 게 아니라 가운데 영토를 차지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이 48대48 (4.11 총선에서의 새누리당과 야권연대의 득표율) 구도에서 5~10% 더 나갈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통합진보당의 영토에 가서
중복돼 얹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었다.

프레시안 :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교집합은 많아졌는데 합집합의 영토는 줄었다는 것 아닌가.

민병두 : 오해하면 안 되는데, 민주당이 우경화해야 한다거나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그런데 야권연대에서도 민주당이 해야 할 몫은 있다. 예컨대 지역구 숫자 나누는 것? 이런 것은 오케이다. 잘못한 것은 영역과 역할 분담을 못 한 것이다. 이는 대선에서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프레시안 : 새누리당의 경우 우측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도까지 레인지를 넓혔는데, 민주당도 중원을 지키면서 왼쪽까지 레인지를 넓히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았을까

민병두 ; 그렇다. 이건 대선까지 내다봐서도 중요한 문제다.

▲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를 꺾은 민병두 후보. ⓒ연합
"민주당, 원로 수렴첨정 구조로 가선 안 된다"

프레시안 : 당장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민병두 : 당선자 중심으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 현재 있는 기존 구조로 대선을 치를 순 없다. 구체제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신체제를 만들어야 하고 가장 이상적인 게 뭔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새누리당은 당권·대권을 분리해 나간다 해도 사실상 박근혜 위원장이 경선 없이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 구조가 아니겠나. 경선을 해봤자 별로 의미가 없는 구조다. 민주당은 좀 더 젊어져야 한다. 영보이들이 전면에 서야 한다. 원로 몇 명이 수렴청정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구조는 좋지 않다.

그러려면 결국 젊은 사람들을 키워야 한다. 젊은 사람들과 호흡하려면 새로운 스타를 키워야 한다.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키는 성공을 거둔 것은 당시로서는 새로운 인물이었던 김민석, 정동영, 추미애, 천정배 등을 찾아내 키웠기 때문이다. 또 구 한나라당도 나경원, 오세훈, 김문수 등 새 인물을 키워 성공하지 않았나. 지금의 민주당이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프레시안 : 19대 국회 민주당 당선자들을 보면 새 얼굴들이 좀 있더라.

민병두 : 그렇다. 특히 새누리당보다는 훨씬 낫다. 새누리당은 박근혜가 없으면 미래가 없는 정당이다. 18대 국회에서는 여야를 떠나 이정희 의원 등 한두 명을 빼면 스타가 없었다. 이번엔 새누리당은 미래가 없고, 민주당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새 얼굴들이 대선국면에서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대신 새누리당의 경우 오세훈, 나경원 등이 아웃되서 우리보다 상황이 더 안 좋지.

프레시안 : 이제 곧 대선 국면이다. 새누리당은 일사불란하게 당 대표를 선출하고 전당대회를 할 텐데, 그에 비해 민주당은 또 책임론이 나오면서 당 내가 시끄러워지고 지리멸렬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민병두 : 시끄러운 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정리는 빨리 해야 한다. 일정한 시기에는 전열이 의미있게 정비돼야 지지세력이 기대감을 갖고 뭉친다. 시끄러운 것 그 자체는 거쳐야 할 과정이지만 일정한 시기에는 드디어 대오가 정비돼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을 줘야 한다.

"박근혜가 박정희 딸인거 모르는 사람 있나"

프레시안 : 민주당 입장에서 박근혜를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민병두 : 박근혜… 참 대항하기 어렵지. 우선 지역영토 싸움에서는 PK를 가져야 한다. PK를 안 가지고 이길 순 없으니까. DJ 때처럼 DJP연합을 통해 새로운 '플러스'를 만들어내는 지혜를 갖든지 아니면 노무현 때처럼 상대방의 것(PK)을 빼앗아오든지 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없는 건 아니다. 가능성은 발견돼 있다. 이번 선거에서 부산·울산·경남에서 40%의 득표율이 나왔다. 전국 정당득표율도 48대48이었다. 수도권에서는 2030이라는 '세대의 영토'가 있다. 지역영토와 세대영토가 발견돼 있는 것이다.

박근혜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네거티브를 해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버지가 독재자다 보니 그 딸도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인식이 그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건 국민들이 이미 다 알고 있다. 국민은 거기에 분노하지 않는다. 게다가 아버지처럼 딸도 국민을 사찰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 게 국민의 인식이다. 청와대에서 아무리 '노무현 때도 사찰했다'고 해도 노무현 때도 똑같이 사찰을 했다고 생각지 않는 게 국민적 인식이듯이, 박근혜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꿀 수 없다.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정치적으로 어떤 예술을 만드느냐다. 장내 세력들과 안철수 등 장외 세력을 포함한 예술, 정치적 과정의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 박근혜에 대한 규정은 '무능' 쪽으로 가야 한다. 박근혜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것으로 규정해야지 자꾸 박정희랑만 연결하면 안 된다. 이러면 '아버지가 경제 살렸으니 딸도 살리지 않겠냐' 는 식으로 갈수도 있다.

"안철수, 스토리도 있고 정치감각도 있어보이지만 정치력은?"

프레시안 : 박근혜는 가진 정치적 자원이 10이면 그 속에서 10, 11을 뽑아낼 능력, 정치력은 뛰어나다는 것이 이미 총선에서 증명됐다.

민병두 : 그러니 남아 있는 것이 예술이라는 것이다. 박근혜가 나오면 보수는 결집한다. 보수언론, 보수교회 등. 우리는 드라마가 필요하다. 그게 인위적으로 되는 게 결코 아니다. 시나리오만 아무리 잘 짜도 안 된다. 종편 드라마 누가 보나? 시나리오도 좋아야 하지만 배우도 잘 해야 하고, 엄청난 집중력도 필요하고, 하늘의 운도 있어야 한다. 특히 엄청난 집중력과 권력의지가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권력의지의 면에서 볼 때 박근혜와 문재인·안철수는 천양지차 아닌가?

민병두 : '주연배우' 본인이 제일 중요하고 그 집단 전체의 권력의지도 필요하다. 야당 생활 계속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권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과거 한나라당이 10년 동안 대권을 뺏겼을 때 가졌던 집권욕과 권력의지를 보라. 시키는 사람 없어도 자발적으로 다니면서 외곽조직이며 시민단체며 묶어냈다.

지금은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을 때만큼 새누리당이 아직은 촘촘히 파고들지는 않고 있다. 많이 이완돼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선 체제로 정비되면 각종 직능단체, 관변단체를 촘촘히 파고들어갈 것이다. 그러니 우리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면 원로들이 수렴청정하는 체제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원래 대선은 늘 새로운 사람의 새로운 기운으로 하는 것이다. DJ 때는 DJ의 기운으로, 노무현 때는 노무현의 기운으로 해낸 거다.

프레시안 : 지금 당 내 대권주자들 중 그런 기운을 가진 이가 있나?

민병두 : 지난 4년 동안 지역구에만 있느라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른다. 대권주자로 꼽히는 분들도 잘 모른다. 다만 언론 보도 내용 등을 통해 접한 것을 보면, 문재인의 경우에는 고유의 '스토리'(이야기)가 없다. 노무현의 충신이었다는 것? 그건 노무현의 스토리지 문재인의 스토리가 아니다. '충신'이 대선에서 먹히는 것도 아니다.

정치인이 탄탄하게 되려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박근혜처럼이라도 일관된 스토리가 있어야 국민들이 보기에 '저 사람이 내 삶을 바꾸겠구나'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노무현의 스토리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정의로운 사회에 살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서거 후에는 국민들이 '그래도 나를 위해 노력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김대중 역시 남북관계 평화와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는 스토리가 있었다. 이명박도 개발 등 자신의 신화가 있다.

안철수의 경우는 스토리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 강점이다. 다른 주자들이 대선까지 남은 8개월이라는 짧은 시기에 그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스토리가 없는 경우 대선에서 어렵다.

프레시안 : 사람들이 '안철수 같은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엄청난데, 막상 전면에 등장하는 안철수가 '안철수 같은 사람'과 같다는 보장이 있나?

민병두 : 개인 안철수가 있으니 안철수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어느 때나 제3세력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1992년 정주영, 1997년 이인제, 2002년 정몽준 등이다. 그러나 제3세력에 대한 기대는 결국 3김(등 기존 정치세력)이 집어삼켰다. 제3의 후보가 기본적으로 튼튼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일종의 바람 같은 것이었다.

안철수는 이를 이겨낼 만큼 강하고 튼튼할 것인가? 안철수가 내세운 기치가 있을 수 있다. '상식'이다. 그리고 안철수는 의사 출신이고, 성공한 사업가였고, 지금은 교수니 맨날 싸움만 한다는 기존 여야 정치인에 비해 다른 기대를 하는 국민들이 있다.

또 기여, 기부라고 하는 그의 행위는 '그가 정치를 한다면 나눔과 배려를 실천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지 않겠나' 하는 기대도 만들었다. 그런데 8개월 동안의 대선 과정에서 검증을 받게 될텐데 그걸 버텨낼 수 있는 힘, '안철수'라는 정치적 브랜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2012년은 1997년 버전이 2002년 버전"

프레시안 : 안철수는 제3의 후보가 아니라 민주당 내에 들어와 제2의 후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민병두 : 대선 구도는 '어게인(agian) 2002'가 될 가능성이 크다. 흐름 자체는 1997년 버전이 아니라 2002년 버전이다. 1997년은 여당이 쪼개져서 PK에서 마이너스가 나왔고 2002년에는 우리가 제3후보(정몽준)와 단일화를 했다. 안철수를 보면 타이밍을 고르는 등 정치적 감각은 좋은 것 같다. 민주당은 오는 8월에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를 하지 않겠나. 그렇게 보면 안철수도 6월에 등판해서 12월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철수가 당 내 경선에 들어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제3세력은 당 내에 들어오는 것에 굉장한 두려움이 있다. 전당대회를 할 때 완전히 열어놓고 한다고 쳐도 안철수 입장에서 보면 당 내에서 그런 싸움을 하겠나. 안철수 입장에서 길은 여론조사밖에 없다. (안철수와 민주당 후보의) 단일화를 일찍 할 것 같지는 않다. 12월 넘어가서 될 수도 있다.
 

/윤태곤 기자,곽재훈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