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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4.19 혁명과 ‘촛불집회’는 닮은 꼴?>

사이박사 2008. 5. 11. 21:48
뉴스: <4.19 혁명과 ‘촛불집회’는 닮은 꼴?>
출처: 미디어오늘 2008.05.1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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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혁명과 ‘촛불집회’는 닮은 꼴?

미디어오늘 | 기사입력 2008.05.11 13:16


[고승우의 미디어 워치] 어용언론 청소년 매도, 독재시대 수법 재연

[미디어오늘 고승우 논설실장 ]
광우병 정국이 예사롭지 않다. 많은 국민이 정부를 비판하면서 촛불집회를 통해 가시적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압박의 강도가 점차 심해진다. 그런데 정부의 대응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 이해 못하고 있는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겠지 하는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새 정부의 앞날이 걱정된다.

수구언론은 왜곡 편파 보도로 정부를 지원하고 광우병 소 수입반대를 외치는 국민을 적대시 하고 있다. 언론이기를 포기하고 새 정부와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태도다. 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조중동 수구언론 또한 이를 경시하면서 잘못된 보도 태도를 고치지 않는다. 이들 언론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



▲ 촛불문화제는 회를 거듭해갈수록 길거리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자 억눌렸던 감정을 신명나게 펼쳐내는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최근의 정치 상황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광우병 공포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공포로 불안에 떨면서 졸속, 굴욕외교를 한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특히 10대가 동참하는 것은 과거 정부에 대한 비판, 시위 현상과 차이가 있다. 한국인의 냄비체질을 거론하면서 쇠고기 파동도 곧 가라앉을 것이라는 견해를 펴는 사람도 간혹 있다. 그러나 이번은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먹 거리가 공포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쇠고기 파문이 수그러들 가능성이 매우 낮다.

촛불집회에 10대의 대거 동참은 4.19혁명 전후를 연상케 한다. 1960년 3.15부정선거로4.19혁명이 발생했는데 4.18 고대생 시위 이전에 전국 대부분의 시위는 중고생 시위였다. 중고교생들이 주로 부정선거 등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마산에서 고교 1년생 김주열 군이 비참한 모습으로 죽은 시체로 마산 앞바다에서 인양되기도 했다.

1960년 당시는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 시대가 아니었다. 신문, 방송 등의 매체가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열악했다. 그런데도 당시 중고생들은 학원에 대한 정치 간섭 반대, 부정선거 규탄 데모를 벌였다. 당연히 경찰의 무자비한 탄압이 있었고 당시 일부 어용언론의 매도도 심했다.

중고생들의 현실 참여가 40여 년 간 자취를 감추었던 것은 박정희 정권이 학원을 입시지옥으로 몰아넣는 교육정책을 지속적으로 편 탓도 크다. 박정희는 중고교 학생들이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것을 주목, 중고생들의 현실 참여를 막기 위해 '공부 기계'로 만드는 교육제도를 집행했다. 중고교생들이 입시에만 매달리게 만들었다. 그런데 반세기만에 중고교생들이 일어서고 있다. 10대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정부의 비현실적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미친 소 수입 금지를 외치고 있다. 광우병이 10대들의 교육 정책 등으로 쌓인 각종 불만을 분출시킨 기폭제가 된 것이다.

일부 정치권과 수구언론은 10대의 촛불집회 참가가 반정부 또는 좌파세력의 선동에 의한 것이라고 맹비난한다. 4.19 혁명 당시 청소년들의 현실 참여에 대해 정부와 어용언론이 했던 짓을 되풀이 하고 있다. 21세기 백주 대낮에 구시대 독재세력들이 써먹던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4.19혁명 당시의 정부 비판 시위에 대한 신문기사를 찾아보면 매우 흥미롭다. 오늘날 촛불집회 현장에서 '쓰레기 신문'의 하나로 지탄받고 있는 동아일보는 40여 년 전에는 제대로 된 보도를 했다.

대신 이승만 정권의 정부 기관지였던 서울신문이 오늘날 조중동의 역할을 맡았다. 4.19혁명을 촉발시킨 3.15부정선거 당시의 학생 시위 기사는 다음과 같다.

- 2월 28일 대구에서 경북고 등 3개 고교생 1000여 명이 일요일 강제 등교조치에 항의해 가두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선거유세에 참가하지 못하게 한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 3월 10일 수원 농고 학생 200여 명과 대전 상고 학생 300여 명이 학원에 대한 정치 간섭에 반대한다면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 3월 15일 마산에서 학생, 시민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경찰 발포로 사망자 7명등 사상자 80여 명이 발생했다.
- 3월 24일 부산에서 중고교생 1천여 명이 부정선거 규탄 데모를 벌였고 경찰의 무자비한 구타 등으로 해산했다.
- 4월 11일 마산에서 마산상고 1학년생 김주열 군이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인양되어 시위가 발생해 시민 2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 4월 12, 13일 마산에서 수만 군중이 살인 경찰 색출하라고 외치면서 시위를 벌였다.
-4월 18일 고려 대학생 300여 명이 3.15부정선거 무효 등을 외치면서 가두시위 후 학교로 돌아가다가 깡패들에게 피습 당해 4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고대생들의 시위는 대학생으로서는 전국에서 최초였다.
-4월 19일 서울, 부산, 광주 등지에서 대학생, 고교생, 일반시민 수십 만 명이 부정선거 규탄 시위를 벌여 경찰 발포로 사망자 100여 명, 중상자 400여 명, 경상자 5000여 명이 발생했다. 이날 서울 등 5개 도시에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4월 25일 서울에서 대학 교수, 학생, 시민 수만 명이 참가한 시위가 발생했고 춘천, 전주 등지에서도 학생 시위가 발생했다.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 하야 발표. 서울, 부산, 마산 등 전국 각지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이상에서 살핀 것이 4.19혁명 전후의 전국 시위 발생 상황이다. 3.15부정선거에 대한 시위는 4.18일 고대생 시위 이전까지는 중고교생 시위였다. 그러다가 대학생, 일반시민이 참여한 혁명으로 연결되었다. 오늘날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가 청소년 주축으로 시작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성인들의 참여가 더 많아지는 것도 과거와 유사하다. 역사가 꼭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를 살펴 현실에 대비하는 자세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

10대의 참가로 시작된 광우병 관련 집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수구언론은 40여 년 전의 관련 보도를 되짚어보면서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고 언론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권이 현실을 바로 보면서 올바른 해법을 내놓을 가능성이 열린다. 언론이 정치권의 눈과 귀를 가리는 식으로 보도하면 정치권이 엄청난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수구언론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참고로 밝히면 4.19혁명 당시 자유당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한 서울신문은 1960년 4월24일 부터 신문 발생을 중단했다가 그 해 7월 다시 복간되었다. 당시 혁명적 상황을 유감없이 보도했던 동아일보가 오늘날 청소년은 물론 많은 시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는 것은 보기에 딱하다.



▲ 고승우 미디어오늘 논설실장.
이명박 정부는 성공한 정부가 되어야 한다. 이 정부가 실패한 정부가 된다면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이 저만치 앞서 나가게 되고 그것은 한국에 치명적이다. 한국은 중진국 수준에서 주저앉게 되어 자라나는 세대가 고통 받게 된다. 이 대통령은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이 광우병 정국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해법은 딱 한가지 밖에 없다. 국민들이 광우병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및 검역조건을 합리화 하는 것이다. 군 장병에게 오는 8월부터 수입쇠고기 배식을 전면 중단키로 한 국방부의 결정은 그 이유가 무엇 이든 간에 전국 학교 급식, 대중음식점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미국과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벌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새 정부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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