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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게이트키퍼의 부재

사이박사 2008. 5. 7. 09:11
출처 :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글쓴이 : 동아일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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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관심 안보이면 ‘무개념 학생’으로 찍혀”

동아일보 | 기사입력 2008.05.07 03:15 | 최종수정 2008.05.07 05:06


[동아일보]
광우병 얘기하던 교사 "李대통령 좋아하는 사람 손들라"
괴담에 '선생님 말씀' 덧씌워져 유포… 낭설 부추기기도
집회참가 학생 "우리도 시민인데…" 교육당국 만류에 불만
■ 일부 부적절한 교육현장 혼란 가중
서울의 한 예고에 다니는 김모(18) 군은 며칠 전 수업시간에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교사가 광우병 문제를 다룬 'PD수첩' 내용을 이야기하다 갑자기 "이명박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말했다.

김 군은 "그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고, 주변 눈치가 있으니까 아무도 손을 안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른바 '광우병 괴담'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교사가 부적절한 발언을 하거나 수업 때 가르치는 사례가 있어 학생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보 없는 '광우병 교육'=교사들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광우병에 대해 가르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교사는 감정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이 교사의 지도 내용을 인터넷에 퍼뜨리면서 '선생님 말씀' '학교에서 배운 것'이라며 광우병 괴담을 맹신하는 부작용도 생긴다.

학부모 최모(43·여·서울 구로구) 씨는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TV 뉴스를 보다가 "대통령이 잘못 판단했다. 미국 경제만 좋아지고 한국은 손해를 본다.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아들은 "선생님에게 들은 말"이라고 했다.

최 씨는 "교사가 배경을 설명하고 명확한 사실을 말해야지 일방적으로 판단을 강요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 교사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집회에 참석하라고 학생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권유한다.
3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의 촛불문화제에 나왔던 김다슬(16·경기 과천시) 양은 "중간고사도 끝났으니 집회에 나가보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왔다. 광우병에 관심이 없으면 '무개념 학생'으로 찍힌다"고 말했다.

2일 집회에 참석한 박모(18·경기 남양주시) 양은 "친구 30여 명이 마지막 수업을 하지 않고 집회에 갔는데 선생님이 눈감아줬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A고교에서는 일부 교사가 칠판에 촛불문화제 일정을 적어 놓았다.
학부모 권모(45) 씨는 "딸아이가 밤늦게 촛불문화제에 갔다왔다고 해 사정을 알아보니 담임교사가 칠판에 집회 취지와 일정을 써 두었더라. 그런 대규모 집회에서 안전사고라도 났으면 어쨌나 싶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제주 동광초등학교 이모 교사는 "어린이 건강을 악화시킬 광우병 의심 쇠고기와 유전자 조작 식품에 반대한다"면서 5일부터 단식 수업에 들어갔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사는 찬반 논란이 있는 사안에 동요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가르쳐야지 일방적으로 아이들을 자극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교육당국 만류에 일부 학생 반발=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퍼지면서 집회에 참가하는 중고교생이 늘자 교육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7일 긴급 시도교육감 회의를 소집해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한다. 학생 사이에 확산된 '5월 17일 휴교설'은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5개 고교 교장과 11개 지역교육청 학무국장을 6일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광우병 괴담이 과장된 허위 사실임을 주말까지 적극 알리기로 했다.

또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전문가를 초빙해 교사를 가르치고 3단계로 특별 계기수업을 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광우병에 대해 계기수업을 하기로 밝히자 교과부도 이를 전국에서 실시토록 할 방침이다.

교과부는 학생이 촛불집회나 시위에 나섰다가 예기치 않은 불상사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교육감과 학교장에게 '학생 지도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은 집회 현장에서 만난 생활지도 교사와 장학사에게 욕을 하며 반발할 정도여서 교육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전직 교사인 윤모 씨는 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교육청 장학관을 만나자마자 "야, ×× 같은 ×아"라고 욕했다.

주변에 있던 몇몇 여중생이 여기에 동조해 장학관에게 "왜 왔느냐, 꺼져라"라고 외쳤다. 일부 학생은 교복을 사복으로 바꿔 입고 참석했다.

서울 모 고등학교 이모(16) 양은 "'청계천에 학주(학생주임)가 뜨니까(오니까) 조심하라'는 말이 학생 사이에 돌았다"고 말했다.

이 양은 "걸리면 경찰에 잡혀가고, 대학 가는 데 지장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교육 당국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자신을 '모 댄스그룹의 팬클럽 회원'이라고 소개한 중학교 2학년 정모(14) 양은 "학생들도 똑같은 시민이다"며 "광우병이 위험하기 때문에 살고 싶어서 온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B고교 1학년이라는 학생은 일곱 살짜리 동생을 데리고 청계광장 집회에 참석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영상 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중학생들 "저 15년밖에 못살았어요" 피켓 들고나와
서울 여의도-청계천서 9000여명 촛불문화제▼
일부 시민단체는 6일 서울 시내 2곳에서 9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마련한 촛불문화제에는 6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인터넷 모임인 미친소닷넷이 6일 청계광장에서 주관한 행사에는 3000여 명이 모였다.
경찰에 따르면 여의도 집회 참석자의 3분의 2, 청계광장 집회 참석자의 4분의 1이 중고교생이었다.

청계광장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구호에 따라 "미친 소 너나 먹어"를 외쳤다. 중년 남성은 "골빈 소, 미친 개, 명박기"라고 적힌 상자를 집회 현장에서 끌고 다녔다.

청계광장에서는 탤런트 정찬 씨가 자유발언을 했다. 그는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답답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 중고교생이 0교시 수업을 듣다 지치고, 미친 소를 먹다 죽어서 대운하에 뿌려지는 일을 안 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멘 채 청계광장을 찾은 중학생은 '저 아직 15년밖에 못 살았어요' 'MP3 용량보다 못한 사람이 뭘 하겠다고…'라고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있었다.

집회에 참가했던 중고교생의 상당수는 오후 10시가 넘자 주최 측의 권유로 먼저 자리를 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자정 능력 잃어가는 인터넷 여론
언론으로 '포장'된 글들 확인없이 실려
인기검색어 - 퍼가기 통해 무분별 확산▼
최근 웹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왜곡 과장된 '인터넷 괴담(怪談)'이 확산되면서 인터넷 여론의 자정(自淨) 능력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 역기능에 대한 비판과 규제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일부 인터넷 업체와 누리꾼들은 "온라인 세상을 오프라인 발상으로 규제하려 한다" "인터넷 나름의 자정 능력 등 순기능마저 말살한다"며 반발해 왔다.

그러나 편향된 의견이나 주의,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둔갑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유포되는 인터넷 여론의 부작용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사회적 폐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건전한 게이트키퍼'가 없다
각종 인터넷 괴담은 '책임 있는 언론'은 아니면서 마치 언론처럼 포장된 일부 인터넷 매체 등에서 작성된 기사들을 발판 삼아 빠르게 확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3일 포털사이트 다음 등에서 인기 검색어 1위를 차지한 '이명박 대통령 독도 포기' 괴담은 지난달 말 한 인터넷 매체의 이른바 '시민 기자'가 작성한 기사가 그 근원지로 거론되고 있다.

'주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서 독도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글이 사라졌다'는 내용의 이 기사는 당시 이 대통령의 방일 일정과 맞물리며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 대통령이 독도를 포기했다'는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확대됐다.

이 같은 유언비어는 바로잡아지지 않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파돼 확산됐다. 4일에는 특정 개인, 또는 어떤 세력이 '이명박이 현재 독도 포기 절차 중이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동시다발로 전달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여론에서는 정보 생산자와 정보 소비자의 경계가 모호하고 특히 정보통제자(gatekeeper)가 없다. 언론사는 '익명의 취재원'을 기사로 다뤄도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그런 책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인터넷 특성 때문에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이나 모욕 피해에 대한 상담이 매월 300∼500건에 이른다.

○ '괴담의 정거장'이 된 포털사이트
'광우병 괴담' '독도 괴담' '인터넷종량제 괴담' 등 각종 괴담의 중심에는 포털사이트가 있다.

한 명의 블로거가 올린 황당무계한 괴담도 '퍼가기' 기능을 통해 수십, 수백만 개의 블로그로 순식간에 전달된다.

이런 괴담들은 포털사이트의 여론 게시판이나 괴담 관련 기사의 댓글 형태로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면서 마치 '사실(팩트)'인 양 기정사실화된다. 특히 일부 누리꾼은 확인되지 않은 이러한 괴담을 정부에 대한 비판 등에 '근거 자료'로 버젓이 활용하면서 '황당무계한 괴담'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일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포털사이트 측은 "그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마땅히 모니터하거나 규제할 방법은 없다"며 "게시물의 사실 여부를 임의적으로 판단해 삭제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허위 괴담들이 초래하는 사회적 혼란과 손실 비용은 막대하다"며 "법적 규제 이전에 포털사이트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적절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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