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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3일 (화) 04:40 동아일보
"참을 수 없는 접촉의 즐거움…‘터치테인먼트’"
[동아일보]
《회사원 정수임(26) 씨의 취미는 골든레트리버 기르기다. 시간만 나면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고 함께 산책하며 목욕을 시킨다. 정 씨가 기르는 것은 진짜 강아지가 아니라 휴대용 애완견 게임 ‘닌텐독스’ 속 캐릭터. 정 씨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쓰다듬으면 화면 속 강아지가 반응을 하니 실제 교감을 나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닌텐독스는 출시 1년도 안 돼 세계적으로 1300만 개 팔렸고 국내에서도 휴대용게임기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게임들은 ‘터치+엔터테인먼트’를 뜻하는 ‘터치테인먼트(Touchtainment)’로 불리고 있다.
》
사이버 애완견 게임의 인기 비결은 ‘접촉’에 있다. 10년 전 게임 ‘다마곳치’가 화면 내에서 어린 동물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 데 비해 사이버 애완견 게임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만질 수 있고 상대의 반응을 살필 수 있다. 보고 관찰하는 데서 접촉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터치테인먼트’를 적용한 상품이 인기다. 출시 되자마자 품귀현상을 빚은 LG ‘프라다폰’, 美 전역에 구매열풍을 몰고 온 애플 ‘아이폰’도 화면을 터치스크린으로 만들어 ‘만지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췄다. MP3플레이어 ‘아이팟’이 곡 선택 등 기능을 손으로 둥근 판을 직접 돌려 선택하는 ‘휠(wheel)’ 방식으로 전환한 뒤 국내 MP3플레이어도 ‘터치’ 방식의 제품을 내놓았다.
터치테인먼트는 일상 문화로도 확산 중이다. 신발과 양말을 벗은 채 온돌방이나 흙, 모래밭에서 노래하는 ‘맨발 노래방’도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맨발 노래방을 운영하는 장은진 씨는 “어릴 적 맨발로 땅에서 뛰어놀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접촉 마케팅도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청바지 회사인 리바이스는 신제품 ‘시그니처’ 출시에 맞춰 버스 지하철 버스정류장을 흰색으로 칠한 뒤 “사인해 주세요”라는 광고 카피를 써놓았다. 리바이스 마케팅부 이유경 과장은 “광고에 사인함으로써 브랜드와의 직접 접촉의 의미를 더했다”고 말했다.
사회학자들은 인터넷 휴대전화 등 현대의 소통이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게 되면서 아날로그적 접촉 욕구가 문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상진(사회학) 서강대 교수는 “개인화 원자화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접촉을 놀이화하면서 타인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특정인을 서로 껴안는 ‘프리 허그’ 운동도 이제 하나의 놀이로 확산되고 있다. 김훈경(26·고려대) 씨는 “무언가 접촉한다는 것은 서로 체온을 느끼고 존재감을 일깨워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 씨도 이 같은 접촉 욕구에 대해 “21세기는 단순히 첨단기술만이 아닌 접촉 등 감성이 가미된 하이터치(Hi-Touch)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그러나 사이버 애완견 게임 등이 소통의 결핍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계의 속성이 가변적이고 즉흥적이어서 ‘나 싫으면 이제 그만’인 것처럼 부담 없이 맺고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 김지룡 씨는 “터치테인먼트의 접촉은 소통의 부족을 채우려는 게 아니라 가볍게 접하고 잊을 수 있는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사이버 등에서 자주 소통할수록 고슴도치처럼 서로 찌르게 되는 현대인의 얕은 인간관계를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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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정수임(26) 씨의 취미는 골든레트리버 기르기다. 시간만 나면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고 함께 산책하며 목욕을 시킨다. 정 씨가 기르는 것은 진짜 강아지가 아니라 휴대용 애완견 게임 ‘닌텐독스’ 속 캐릭터. 정 씨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쓰다듬으면 화면 속 강아지가 반응을 하니 실제 교감을 나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닌텐독스는 출시 1년도 안 돼 세계적으로 1300만 개 팔렸고 국내에서도 휴대용게임기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게임들은 ‘터치+엔터테인먼트’를 뜻하는 ‘터치테인먼트(Touchtainment)’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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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애완견 게임의 인기 비결은 ‘접촉’에 있다. 10년 전 게임 ‘다마곳치’가 화면 내에서 어린 동물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 데 비해 사이버 애완견 게임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만질 수 있고 상대의 반응을 살필 수 있다. 보고 관찰하는 데서 접촉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터치테인먼트’를 적용한 상품이 인기다. 출시 되자마자 품귀현상을 빚은 LG ‘프라다폰’, 美 전역에 구매열풍을 몰고 온 애플 ‘아이폰’도 화면을 터치스크린으로 만들어 ‘만지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췄다. MP3플레이어 ‘아이팟’이 곡 선택 등 기능을 손으로 둥근 판을 직접 돌려 선택하는 ‘휠(wheel)’ 방식으로 전환한 뒤 국내 MP3플레이어도 ‘터치’ 방식의 제품을 내놓았다.
터치테인먼트는 일상 문화로도 확산 중이다. 신발과 양말을 벗은 채 온돌방이나 흙, 모래밭에서 노래하는 ‘맨발 노래방’도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맨발 노래방을 운영하는 장은진 씨는 “어릴 적 맨발로 땅에서 뛰어놀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접촉 마케팅도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청바지 회사인 리바이스는 신제품 ‘시그니처’ 출시에 맞춰 버스 지하철 버스정류장을 흰색으로 칠한 뒤 “사인해 주세요”라는 광고 카피를 써놓았다. 리바이스 마케팅부 이유경 과장은 “광고에 사인함으로써 브랜드와의 직접 접촉의 의미를 더했다”고 말했다.
사회학자들은 인터넷 휴대전화 등 현대의 소통이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게 되면서 아날로그적 접촉 욕구가 문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상진(사회학) 서강대 교수는 “개인화 원자화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접촉을 놀이화하면서 타인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특정인을 서로 껴안는 ‘프리 허그’ 운동도 이제 하나의 놀이로 확산되고 있다. 김훈경(26·고려대) 씨는 “무언가 접촉한다는 것은 서로 체온을 느끼고 존재감을 일깨워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 씨도 이 같은 접촉 욕구에 대해 “21세기는 단순히 첨단기술만이 아닌 접촉 등 감성이 가미된 하이터치(Hi-Touch)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그러나 사이버 애완견 게임 등이 소통의 결핍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계의 속성이 가변적이고 즉흥적이어서 ‘나 싫으면 이제 그만’인 것처럼 부담 없이 맺고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 김지룡 씨는 “터치테인먼트의 접촉은 소통의 부족을 채우려는 게 아니라 가볍게 접하고 잊을 수 있는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사이버 등에서 자주 소통할수록 고슴도치처럼 서로 찌르게 되는 현대인의 얕은 인간관계를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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