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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7일 (화) 16:34 연합뉴스
<목격자들이 전한 버지니아 총격참사 2시간>
"벽에 줄지어 세워놓고 처형하듯..출입문은 쇠사슬로 미리 차단"
(서울=연합뉴스) "공포에 휩싸인 학생들이 강의실 벽에 기대어 줄지어 섰으며 범인은 마치 총살형을 집행하는 것처럼 쏘았다"
16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공과대학(버지니아텍)에서 벌어진 미 역사상 최악의 교내 총격사건이 서서히 전모를 드러내고 있다.
범인을 포함해 모두 33명이 난사된 총탄에 희생됐다. 그러나 범인의 신원과 동기가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것은 물론이고 범행 현장을 둘러싼 목격자들의 증언도 엇갈리고 있다. 다만 목격자들은 범인이 엄청난 양의 총탄을 쏟아냈으며 시종 침착하게 범행을 진행했다고 한 목소리로 전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인 '드러지 리포트'의 보도에 따르면 주 범행현장인 공학부건물 내 강의실에서 공포에 휩싸인 학생들은 벽을 뒤로 하고 줄지어 섰으며 범인은 총살형을 집행하듯 학생들을 쓰러뜨렸다. 범인은 미리 쇠사슬로 건물 출입문을 안쪽에서 묶어놓았다. 학생들은 탈출할 수 없었고 경찰은 진입할 수 없었다. 피로 범벅이 된 사체가 하나둘씩 포개 올려졌다.
이날 오전 범인은 여자친구와 기숙사에서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운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다툼이 커지자 학생지도담당이 조정에 나섰다. 하지만 범인은 총을 꺼내 여자친구와 학생지도담당을 차례로 쏘아 숨지게 했다. 2시간 뒤 기숙사 총격사건의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가 교정에서 기숙사 반대편에 위치한 공학부 건물로 갔다. 거기서 그는 무자비한 총기 난사를 시작했다.
매트 멀로니라는 학생은 범인이 "엄청나게 많은 탄약을 갖고 있었다"며 "그는 탄창이 주렁주렁 달린 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교실들을 향해 난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는 범인이 "얼굴에 미소를 지었으나 눈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범인은 아시아인의 얼굴이었으며 갈색 모자와 가죽 재킷, 검은 군복 모양의 사격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가슴에 X자 형태로 탄약을 달고 자신의 9㎜ 권총에 탄약을 채워 난사하면서 이 강의실, 저 강의실을 옮겨다닌 것으로 목격됐다. 또 일부 강의실의 문을 잠궈 학생들의 탈출을 막았으며 겁에 질린 몇몇 학생들은 3층 창문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책상으로 강의실 출입문을 막았다.
데이비트 젱킨스라는 학생은 "한 학생은 강의실 바닥에 누워 죽은 척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총격에 팔을 다친 데렉 오델이라는 학생은 "어떤 경고도 없었으며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쏘았다"며 "범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쏜 뒤 강의실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나처럼 그나마 경상에 그친 학생들은 출입문을 닫아야 했다. 범인이 강의실로 다시 들어오려 했기 때문이다. 문을 막자 범인은 문에다 대고 쏘기 시작했다"며 치를 떨었다.
독일어 수업에 들어갔다가 사건에 휘말린 에린 시헌(여.기계공학 전공 1학년)은 범인의 무차별 총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의실 바닥에 납짝 엎드려 죽은 척을 했으며 학우들이 총격에 줄줄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같은 교실에 있던 트레이 퍼킨스(지계공학 전공 2학년)는 범인이 "매우 진지하고 침착한 얼굴이었다"고 전했다.
'드러지 리포트'는 현장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남자가 붙잡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총기 난사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대학 홍보실 관계자는 대학신문측에 2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학생들의 증언을 인용, 이날 총격이 매우 천천히 차근차근 진행돼 일부 학생들은 총성을 인근 건설 현장의 발파음으로 착각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총격은 쉼없이 10-20분 계속됐으며 종종 1분여 멈춰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때 범인은 총을 재장전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사건 현장인 노리스홀에 있었던 한 학생은 이날 과제를 마치고 강의실을 떠나려다가 다시 돌아왔다. 홀 전체가 연기로 가득차고 무장경찰이 건물 사방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각 스콧 L. 헨드릭스 교수(기계공학)도 이 홀 3층 자신의 연구실에서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기어나오는 장면을 보았다. 그리고는 뭔가 큰 사건이 발생했다고 짐작, 자신의 연구실 문을 잠군 뒤 책장으로 막았다. 일부 학생들은 도서관으로 대피해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웹사이트 등을 통해 확인했으나 알 수 없었다.
다수의 학생들은 이날 오전 기숙사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으나 2시간여가 지나도록 전혀 몰랐다. 동쪽 기숙사에 사는 사라 울머(1학년)라는 학생은 "아침에 일어나서 어떤 일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1교시 강의에 갔더니 교수가 서쪽 기숙사에서 오전 총기위협 사건이 발생, 통행이 차단된 탓에 학생들이 오지않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건의 초동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경찰과 학교당국의 대처에 분노가 일고 있다. 또 범인의 신원과 동기, 공범 여부, 기숙사 총격사건과 공학부건물 총격사건 사이의 관련성 등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대학 경비대장인 웬델 프린첨은 기자회견에서 "이들 두 사건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h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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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공포에 휩싸인 학생들이 강의실 벽에 기대어 줄지어 섰으며 범인은 마치 총살형을 집행하는 것처럼 쏘았다"
16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공과대학(버지니아텍)에서 벌어진 미 역사상 최악의 교내 총격사건이 서서히 전모를 드러내고 있다.
범인을 포함해 모두 33명이 난사된 총탄에 희생됐다. 그러나 범인의 신원과 동기가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것은 물론이고 범행 현장을 둘러싼 목격자들의 증언도 엇갈리고 있다. 다만 목격자들은 범인이 엄청난 양의 총탄을 쏟아냈으며 시종 침착하게 범행을 진행했다고 한 목소리로 전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인 '드러지 리포트'의 보도에 따르면 주 범행현장인 공학부건물 내 강의실에서 공포에 휩싸인 학생들은 벽을 뒤로 하고 줄지어 섰으며 범인은 총살형을 집행하듯 학생들을 쓰러뜨렸다. 범인은 미리 쇠사슬로 건물 출입문을 안쪽에서 묶어놓았다. 학생들은 탈출할 수 없었고 경찰은 진입할 수 없었다. 피로 범벅이 된 사체가 하나둘씩 포개 올려졌다.
이날 오전 범인은 여자친구와 기숙사에서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운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다툼이 커지자 학생지도담당이 조정에 나섰다. 하지만 범인은 총을 꺼내 여자친구와 학생지도담당을 차례로 쏘아 숨지게 했다. 2시간 뒤 기숙사 총격사건의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가 교정에서 기숙사 반대편에 위치한 공학부 건물로 갔다. 거기서 그는 무자비한 총기 난사를 시작했다.
매트 멀로니라는 학생은 범인이 "엄청나게 많은 탄약을 갖고 있었다"며 "그는 탄창이 주렁주렁 달린 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교실들을 향해 난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는 범인이 "얼굴에 미소를 지었으나 눈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범인은 아시아인의 얼굴이었으며 갈색 모자와 가죽 재킷, 검은 군복 모양의 사격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가슴에 X자 형태로 탄약을 달고 자신의 9㎜ 권총에 탄약을 채워 난사하면서 이 강의실, 저 강의실을 옮겨다닌 것으로 목격됐다. 또 일부 강의실의 문을 잠궈 학생들의 탈출을 막았으며 겁에 질린 몇몇 학생들은 3층 창문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책상으로 강의실 출입문을 막았다.
데이비트 젱킨스라는 학생은 "한 학생은 강의실 바닥에 누워 죽은 척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총격에 팔을 다친 데렉 오델이라는 학생은 "어떤 경고도 없었으며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쏘았다"며 "범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쏜 뒤 강의실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나처럼 그나마 경상에 그친 학생들은 출입문을 닫아야 했다. 범인이 강의실로 다시 들어오려 했기 때문이다. 문을 막자 범인은 문에다 대고 쏘기 시작했다"며 치를 떨었다.
독일어 수업에 들어갔다가 사건에 휘말린 에린 시헌(여.기계공학 전공 1학년)은 범인의 무차별 총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의실 바닥에 납짝 엎드려 죽은 척을 했으며 학우들이 총격에 줄줄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같은 교실에 있던 트레이 퍼킨스(지계공학 전공 2학년)는 범인이 "매우 진지하고 침착한 얼굴이었다"고 전했다.
'드러지 리포트'는 현장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남자가 붙잡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총기 난사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대학 홍보실 관계자는 대학신문측에 2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학생들의 증언을 인용, 이날 총격이 매우 천천히 차근차근 진행돼 일부 학생들은 총성을 인근 건설 현장의 발파음으로 착각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총격은 쉼없이 10-20분 계속됐으며 종종 1분여 멈춰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때 범인은 총을 재장전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사건 현장인 노리스홀에 있었던 한 학생은 이날 과제를 마치고 강의실을 떠나려다가 다시 돌아왔다. 홀 전체가 연기로 가득차고 무장경찰이 건물 사방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각 스콧 L. 헨드릭스 교수(기계공학)도 이 홀 3층 자신의 연구실에서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기어나오는 장면을 보았다. 그리고는 뭔가 큰 사건이 발생했다고 짐작, 자신의 연구실 문을 잠군 뒤 책장으로 막았다. 일부 학생들은 도서관으로 대피해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웹사이트 등을 통해 확인했으나 알 수 없었다.
다수의 학생들은 이날 오전 기숙사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으나 2시간여가 지나도록 전혀 몰랐다. 동쪽 기숙사에 사는 사라 울머(1학년)라는 학생은 "아침에 일어나서 어떤 일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며 "1교시 강의에 갔더니 교수가 서쪽 기숙사에서 오전 총기위협 사건이 발생, 통행이 차단된 탓에 학생들이 오지않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건의 초동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경찰과 학교당국의 대처에 분노가 일고 있다. 또 범인의 신원과 동기, 공범 여부, 기숙사 총격사건과 공학부건물 총격사건 사이의 관련성 등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대학 경비대장인 웬델 프린첨은 기자회견에서 "이들 두 사건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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