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모여살이)

[스크랩] 홀로코스트서 생존한 노교수, 강의실 문 붙들고 몸으로 총격 막아

사이박사 2007. 4. 20. 00:05
출처 : 북미/중남미
글쓴이 : 조선일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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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9일 (목) 03:04   조선일보

홀로코스트서 생존한 노교수, 강의실 문 붙들고 몸으로 총격 막아



이 두 명이 있었기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버지니아공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자흐 페트케비츠(Petkewicz)와 이 대학 리비우 리브레스쿠(Librescu) 교수. 수십 명의 사상자가 더 날 수 있었던 긴박한 순간에 그들은 몸을 던졌다.

참사가 났던 노리스 홀의 한 교실. 갑자기 복도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문을 열고 보자 총구를 아래로 내린 조승희가 복도에서 유유히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페트케비츠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친구들이 깜짝 놀라 문을 쾅 닫았습니다. 완전히 패닉(공포) 상태였습니다”라고 말했다. 우왕좌왕하는 순간, 페트케비츠가 외쳤다. “바리케이드를 치자.” 그와 다른 두 친구는 큰 책상을 옮겨 문을 막았다. 조승희가 억지로 문을 여는 통에 15㎝ 정도 틈이 벌어지기도 했다. 페트케비츠와 친구들이 끝까지 문을 막고 버티자 교실문 한가운데로 두 발의 총탄이 꽂히기도 했다. 그러고는 조승희가 그대로 가버렸다고 했다. 11명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그 즈음 2층 강의실에서 응용수리학 강의를 진행 중이던 리브레스쿠 교수는 갑작스런 총성에 수업을 멈추고 학생들을 향해 외쳤다. “빨리 창문을 열고 도망가!” 70이 넘은 나이로 강의실 문을 잡고 있는 사이 학생들이 하나둘씩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강의실 문은 결국 열렸고, 리브레스쿠 교수는 조승희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학교에서도 알아주는 학자였다. 루마니아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리브레스쿠 교수는 어린 시절 나치의 유대인 학살 와중에 겨우 살아남은 뒤 이스라엘로 탈출했다가 1985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가 많은 생명을 구하고 의롭게 숨진 날은 공교롭게도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추도일이었다.

[최보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