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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세금폭탄’은 생각하지 마

사이박사 2006. 11. 29. 23:18
뉴스: ‘세금폭탄’은 생각하지 마
출처: 한겨레 2006.11.2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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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29일 (수) 21:46   한겨레

‘세금폭탄’은 생각하지 마


[한겨레] 조지 레이코프. 그는 인지언어학의 창시자로서 20세기 언어학의 대가인 노엄 촘스키에 버금가는 저명한 학자다. 우리에게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이 책에서 왜 서민들이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지 묻는다. 그리고 그 원인을 사람들이 생각하는 틀, 즉 프레임에서 찾는다. 미국 공화당은 사람들의 가치체계에 익숙한 프레임을 만들어 논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그는 감세정책을 ‘세금구제’란 프레임으로 바꿔치기한 경우를 든다. ‘세금’과 ‘구제’를 결합해 세금은 고통, 이를 없애는 사람은 영웅, 방해하는 자는 악당이라는 은유를 창출한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집값 폭등’이다. 현 정권에 한줌 미련을 버리지 못한 지지자들조차 등돌리게 만들고 있다는 병리적 현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정책의 잘못을 꼬집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성토한다. 틀린 말은 아니나 레이코프가 얘기한 프레임 탓도 적지 않다.

투기세력은 ‘세금’과 ‘폭탄’을 접목해 ‘세금폭탄’이란 프레임을 만들었고 보수언론은 이를 유통시켰다. 이들은 이슈를 선점했고 덕분에 기득권을 부지한 것이다.

대부분의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의 부동산 가격이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8·31 대책과 올 초의 3·30 대책에다 두차례의 금리 인상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측은 보란 듯이 빗나갔다.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가 ‘세금폭탄’으로 둔갑하면서 세금이 사유권 침해로 분탕질되었기 때문이다.

고전경제학의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는 지대소득 계층을 사회의 기생충 같은 존재로 간주했다. 그리고 지대소득의 누적적 증대를 경제성장의 근본적 걸림돌로 보았다. 그런데도 보유세 강화, 양도세 중과, 개발이익 환수가 곧 세금폭탄이라는 비합리적 프레임은 국민적 정서로 자리 잡았다.

‘세금폭탄’ 프레임의 성공적 안착에 고무된 결과일까. 〈조선일보〉는 세금폭탄의 피해자를 소수의 부동산 졸부가 아닌 온 국민으로 규정하는 무모함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부동산이 미쳤다’ 기획시리즈 2탄의 제목은 ‘무차별규제·세금폭탄…온 국민이 고통’(11월14일)이었다. 강화된 종합부동산세 납부가 임박하자 보수언론은 일제히 ‘폭탄론’을 재탕하며(‘내달 종부세 폭탄 터진다’ 〈중앙〉 11월18일, ‘종부세 대란 오나’ 〈동아〉 11월27일)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한겨레〉는 종부세가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강화된 종부세 집값 영향 관심’ 11월27일) 납세 거부 움직임을 비판했다(‘종부세 폭탄 못내겠다…’ 11월28일). ‘세금폭탄’ 프레임의 허상을 지적한 기사였으나 제목과 내용에서 ‘세금폭탄’이란 용어를 차용하는 우를 범했다.

이는 투기세력이 교묘하게 고안한 프레임을 부질없이 확대재생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레이코프는 상대방 프레임을 사용하는 것이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는 격이라고 했다. 사실이 그렇더라도 ‘폭탄’이니 ‘폭풍’ 식의 자극적 언사는 삼가야 한다.

스콧 니어링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고 말했다.

문제는 생각의 틀이다. 프레임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가 대한민국 집값 안정의 변수인지도 모를 일이다.

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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