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몸피로봇, 로댕 _ 구연상의 SF 소설

[책리뷰,블로그] 로봇과 철학의 만남, 구연상 교수의 인문학 특강

사이박사 2024. 5. 26. 21:39

로봇과 철학의 만남, 구연상 교수의 인문학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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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주공  23분 전

지난주 금요일 아침, 전철을 타고 국립 중앙도서관으로 향했다. 10시에 시작되는 ChatGPT 활용 교육의 마지막 날이었죠. 2시간의 강의가 끝난 후,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월간 인문학을 만나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소설가 장강명 작가의 강의를 들었다. 그날의 주제는 "감동에 주의하세요."였다. 장강명 작가는 “감동은 순간의 열기로 우리를 속일 수 있지만, 일상의 진실은 꾸준히 우리를 지탱해 준다"라며 감동이 과대평가된 감정임을 강조했다. 그의 말은 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장강명 작가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후 4시가 되었다. 혜화 전철역 부근 소원책담 북 카페에서 7시에 있을 구연상 교수의 특강까지 시간이 남아 신논현 전철역 근처의 교보문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가를 거닐다가 며칠 전 찜해둔 'ChatGPT 시대의 AI 수익화 전략'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AI가 대세인 시대에 컴맹으로 지내온 아픔을 보상받으려는 듯 책을 냉큼 집어 들었지만 여전히 낯설었다.

오후 7시, 소원책담에서 숙명여대 구연상 교수의 북 카페 특강이 시작되었다. 구 교수님은 철학자이자 국어 순화운동에 앞장선 학자로, 이번에 "AI 몸피로봇, 로댕"이라는 SF 소설을 출간했다. 이 작품은 2029~2030년을 배경으로, 첨단 AI 기술로 인간의 신체와 감정을 모사한 로봇 '로댕'의 이야기를 다룬다. 교통사고로 전신불수가 된 주인공 우빈나 박사와 그의 몸피 로봇 '로댕'이 서로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로봇의 경계를 넘나드는 우정을 그려낸다. 로봇 로댕은 도덕적 자의식을 가진 AI 로봇으로 성장해 빈나를 위해 헌신하며, 인간과 로봇의 새로운 관계를 탐구한다.

구연상 교수는 로봇에 사람의 얼굴을 다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그는 AI가 인간의 얼굴을 가질 때 발생하는 철학적 문제들을 깊게 탐구해왔다. “AI가 인간의 얼굴을 가질 때, 우리는 그 안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요?” 그의 질문은 깊은 성찰을 담고 있었다. 아직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강의를 들으면서, 현재 우리 생활에 이미 파고든 AI 시대를 깊이 통찰한 저작임을 알 수 있었다. 구 교수님은 로봇을 만든 공학자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을 철학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그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그려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은 소설가 유경숙 작가의 소개 덕분이었다. 유 작가는 현대 사회의 복잡한 인간관계와 내면의 갈등을 특유의 여성 작가의 섬세함으로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온 작가이다. 그날 행사 좌장을 맡아 매끄러운 진행으로 참석자들을 즐겁게 했다. 특강이 끝날 즈음, 나는 구 교수님에게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의 HAL 9000을 언급하며 AI의 위험성과 그 대처 방안에 대해 질문했다.

"HAL은 인간의 명령을 따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우리는 AI와의 관계에서 통제와 신뢰의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구 교수님은 철학자 이면서도 AI 등 공학에 대한 높은 이해도, 전 세계 기업들의 인공지능 개발 현황과 향후 전망, 세계 여러 나라들의 AI 로봇 관련 입법 사례 동향 등 통찰력 있는 답변은 우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늦은 시간 집에 도착해 특별한 그날 하루를 되짚어보았다. 장강명 소설가의 강의, 김동석 작가의 AI 책, 구연상 교수의 특강까지. 황혼기에 접어든 내가 이제는 미니멀한 생활을 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해는 지는데 갈 길은 멀지만, 해가 다 지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지난 금요일은 대부분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좋은 분들과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그날은 남은 하루하루를 소중히 아껴 쓰라는 것을 일깨워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