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도청 논란에 美 두둔 “해명 대신 호통치는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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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명 장슬기 기자
- 입력 2023.04.1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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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대통령실 헌재 판결 취지마저 거스르며 공영방송 벼랑 끝으로 밀고가”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을 도감청한 정황에 대해 대통령실이 지난 11일 “(도청 내용이 담긴) 해당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며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다. 언론에서는 타국의 불법 주권침해 행위에 대해 사실관계를 따져보지 않고 미국에 섣불리 면죄부를 주려 하는 것이 독립적 주권국가가 취할 자세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11일 과거사 관련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을 빼고 독도에 대해서는 영유권 주장을 담은 ‘외교청서’를 내놨다.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제3자 변제안 등을 내놓으며 한국이 저자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일본 측이 화답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본 정부가 정반대 태도를 보인 셈이다.
대통령실이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을 국민제안 홈페이지 국민참여토론에 부쳐 분리 징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한국일보에서 “정부가 헌재 판결의 취지마저 거스르며 공영방송을 벼랑 끝으로 밀고 있다”는 비판 칼럼이 나왔다. 1999년과 2008년 수신료 통합 징수가 합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기 때문이다.
도청 논란, 해명 대신 호통치는 대통령실
대통령실이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관련해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며 진화에 나서자 한겨레는 “실제 도·감청 여부와 ‘문건 위조’ 근거는 설명하지 못했고 되레 문제 제기를 한 야당을 향해 ‘한미 동맹을 흔드는 자해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며 “윤석열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봉합에만 급급한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앞서 백악관은 문건 유출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지만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도청 의혹 정보를 ‘위조’라고 규정한 뒤 미국의 조사를 기다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겨레는 김 차장이 “세계 최장 정보국인 미국의 역량은 큰 자산”이라고 한 것에 대해 사설에서 “뜬금없는 칭송까지 했다”며 “이런 태도로 그가 도감청 의혹에 대해 우리 입장을 명확히 전하고 진상을 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안방도청’ 논란, 해명 대신 야당 호통치는 대통령실>에서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에 대해 국민들에게 해명하기보다 그냥 ‘그런 줄 알라’고 통보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야당을 향해 ‘동맹을 흔드는 세력은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 ‘허위 네거티브 의혹을 제기해 국민을 선동한다’ 등 정치 공세를 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의 도감청 의혹을 스스로 ‘용산 이전 공방’으로 돌려 국내 정치 이슈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깥에는 말 한마디 못 하고, 집안에서만 호통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3면에서 <대통령실 “도청 의혹은 거짓”…근거제시 없이 미국 감싸기>란 기사와 함께 대통령실 앞에서 시민단체가 미국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 사진기사 <“윤 정부 굴욕외교 규탄한다”>를 함께 실었다.
경향신문도 사설 <‘위조된 정보라 문제없다’는 대통령실, 도청은 눈감는 건가>에서 “정상적 국가라면 타국의 불법적 주권침해 행위에 먼저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게 순서인데, 유독 한국은 섣불리 미국에 면죄부를 주려한다”며 “독립적인 주권국가가 취할 자세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김 차장 발언에 대해 “상대방은 동맹국 정부를 믿지 못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캐내는데, 한국은 미국의 그런 능력 덕분에 더 안심할 수 있다며 자위하는 모습”이라며 “우리를 믿지 못해 정보를 훔치려하는 상대와 그 정도의 신뢰를 갖고 무엇을 함께 도모할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이 신문은 “이 사안은 프랑스·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들도 연관돼 있어 한국 대통령실 의지와 무관하게 파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고 공개된 문건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며 “정부는 미국 측에 문제의 핵심인 도청이 있었는지 따져 묻고, 사실이면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도청이 사실로 확인되면 통상적인 관행이라고 유야무야 넘겨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 동시에 “용산 대통령실은 군사 시설로, 과거 청와대보다 강화된 도감청 방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야당이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정쟁화하면 외교 정책이 꼬이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야당도 비판했다.
미국에도 일본에도 굴욕외교?
한겨레는 1면 톱기사 <미·일에 다걸다 뒤통수 맞는 윤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정상적 주권국가로서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뿐 아니라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잘못된 판단을 한 점을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공개한 외교청서를 보면 과거사 관련 ‘일본 정부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내용을 담지 않았고,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이름)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다. 한겨레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윤 대통령의 예측과는 어긋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고 한 발언을 함께 전했다.
한겨레는 사설 <‘결단’ 포장 굴욕 대일외교, 그나마 ‘담화 계승’도 빠졌다>에서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일본 독도 영유권 주장에 ‘강력 항의’했지만, 뒷북일 뿐”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강제동원,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 방류, 일본군 ‘위안부’ 피해 등 현안에서 일본에 무조건 양보하면서 ‘관계 개선’을 졸속으로 하려다 벌어진 구조적 변화가 원인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부는 이제라도 한일 관계 균형 붕괴의 원인을 제대로 반성하고 무너진 외교 원칙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일본은 청서에서 한국을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 있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나라’로 규정했고 한미일의 전략적 연계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며 “그러나 이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한국과 미래 협력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기시다 정부는 이제라도 책임 있고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영방송 벼랑 끝으로 모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국민참여토론을 통해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한국일보 <‘수신료 분리’ KBS 멱살잡이>란 칼럼에서 “중복참여를 막지 않고 표본추출도 하지 않은 단순 여론조사지만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실이 국민제안심사위원회에 보고해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권고안을 보내면 분리 징수가 실행될 수 있다”며 “KBS 재원의 45%에 달하는 수신료 수입이 위기에 처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일보는 1980년대부터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남 지역에서 시작해 1986년 1월 ‘KBS TV 시청료 거부 기독교 범국민운동본부’를 발족했는데 ‘땡전뉴스’로 상징되는 친정부 편파 보도를 하면서 광고는 광고대로 받았던 탓이었다. KBS는 스스로 광고를 줄이며 대응했지만 당시 수신료 징수액이 1985년 1196억 원에서 1987년 1012억 원, 1989년 790억 원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칼럼에 따르면 1994년 KBS는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징수하면서 53%까지 떨어졌던 징수율을 올렸지만 편파보도 불만과 수신료 인상 반대, 분리 징수 요구는 여전했다. 이 신문은 “진보 정권이 들어서자 보수 단체들이 나섰고, 보수 정권이 바뀌면 다시 진보 단체가 중심이 됐다”며 “핵심엔 늘 공정성 이슈가 있었고, 참정권 운동이라는 의미가 부여되기도 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과거 시민들이 주도한 수신료 거부 운동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하라는 의미였는데 대통령실이 주도한 분리 징수 압박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라며 “1999년, 2008년 통합징수가 합헌이라고 판결한 헌재는 KBS 수신료는 시청의 대가가 아니라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공익을 위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고 했다. 정부가 헌재 판결의 취지마저 거스르며 공영방송을 벼랑 끝으로 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군부대에 있는 TV에 방송 수신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 2심에서도 유지됐다. 광주일보 등 보도를 보면 광주고법은 군부대 내 수신료 부과가 정당하다는 KBS 측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한전은 대구 동구에 있는 공군 제11전투비행단에서 독신자 숙소 등에 있는 TV 수상기를 뒤늦게 확인해 2020년 7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수신료를 부과했고 정부는 군부대 내 수신료 부과가 부당하다며 소송에 나섰다. 지난해 6월 한전을 상대로 낸 수신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법원을 정부 손을 들어줬다. 이후 피고 한전 측이 아닌 피고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KBS가 항소하면서 재판이 2심으로 갔는데 2심 재판부도 정부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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