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_박사논문 표절

[시사in 이은기 기자 2022.09.06] 김건희 논문, 국민대 깜깜한 발표 그 후

사이박사 2022. 9. 12. 12:17

김건희 논문, 국민대 깜깜한 발표 그 후

국민대는 김건희 여사 논문에 대해 ‘표절 아님’ ‘검증 불가’ 결론을 내렸다. 국민대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으나 교수회는 논문 재검증 안건을 부결했다.

닻줄: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381 

 
 기자명이은기 기자 다른기사 보기  
  • 입력 2022.09.06 07:40
  • 781호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26일 허위 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국회사진취재단

국민대가 김건희 여사의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 박사학위 논문과 관련 논문 3편의 표절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대는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을 포함한 3편을 ‘표절 아님’, 나머지 한 편을 ‘검증 불가’로 결론지었다(〈그림 1〉 참조).

발표부터 갑작스러웠다. 국민대가 지난해 7월 논문 4편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한 지 1년여 만이었다. 8월1일, 국민대는 아무런 예고 없이 ‘김건희 여사 논문 검증 결과’가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최종 판단 주체나 판단 과정 등 구체적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당장 반발이 나왔다. 8월2일 ‘김건희 논문 심사 촉구를 위한 국민대 동문 비상대책위원회(동문 비대위)’는 연구윤리위원회 재조사위원회(재조사위) 활동에 참여한 위원들의 명단과 재조사위 최종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국민대 교수들도 움직였다. 8월7일 국민대 교수 모임 ‘국민대학교의 학문적 양심을 생각하는 교수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조사 과정과 결과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건희씨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 국민대가 취한 그간의 과정과 재조사 결과에 대해 깊은 자괴감을 느끼며, 국민대 학생들과 동문들에게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다.”

〈시사IN〉은 표절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구연상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 국민대 교수를 포함한 학계 관계자, 국민대 졸업생 등을 접촉해 이야기를 들었다.

구연상 교수는 김건희 여사가 출처 표시 없이 자신의 논문을 표절했다고 주장한다. 구연상 교수에 따르면,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중 ‘제2장 제1절 1. 디지털 콘텐츠와 인터넷’ 전체는 구 교수가 2002년에 발표한 논문 ‘디지털 컨텐츠와 사이버 문화’를 부분적으로 가져다 짜깁기했다(〈그림 2〉 참조).

구 교수의 말이다. “2장 1절은 구연상(의 논문), 2장 2절은 ‘해피캠퍼스’의 출처를 알 수 없는 리포트(를 가져다 쓰고), 설문조사는 용역을 줬다. ‘애니타’ 부분은 (김건희 여사가 재직했던) H사의 사업계획서와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 전체적으로 박사학위 논문 안에 김 여사가 썼다고 할 만한 부분이 없다.”

구 교수는 표절이 ‘정신적 도둑질’이라고 말한다. “논문은 공공재다. 앞선 연구가 없으면 새로운 논문을 쓸 수 없다. 새로 무엇인가를 쓰더라도 그걸 모두 내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학문에서 인용은 앞선 연구자들에 대한 ‘클레오스(칭송)’다. 앞선 연구자들의 공헌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거다. 김건희 여사는 출처를 밝히지 않고 몰래 따와서 남의 명예를 도둑질했다. 김건희 여사가 표절이라는 부정행위로 다양한 이권을 챙겼는데, 내 몫을 훔친 거다.”

구 교수는 국민대의 검증 결과를 마지막까지 기다렸다. 학계의 자정능력을 믿었다. 그러나 국민대는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이 구연상 교수의 논문을 표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구 교수는 “이런 잘못된 관행을 만들면 사회가 피해를 본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박사학위 논문은 사실상 ‘교수가 되는 자격요건’이다. “김건희 여사는 완전히 결격인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를 공정하게 땄다는 전제 위에서 교수 채용 경쟁을 한다. 공정성을 위배하면 특혜가 되고, 부당한 사람이 승리자가 된다. 연구윤리위원회 결정이 이걸 바로잡을 유일한 기회였는데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결론이 났다.”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결론”

국민대 연구부정행위 검증은 연구윤리위원회의 ‘예비조사→본조사→판정’의 절차를 거친다. 지난해 9월 국민대는 예비조사 결과, 김건희 여사 박사학위 논문의 본조사를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2012년 8월31일까지의 논문에 관해서는 검증 시효(만 5년)가 지나면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라는 국민대 연구윤리 규정이 근거가 됐다. 교육부가 2011년에 논문 검증 시효가 폐지됐다며 재차 검증을 요구하자, 국민대는 지난해 11월 결정을 번복하고 재조사를 시작했다.

재조사 결과 발표 11일 뒤 교수들이 모였다. 8월12일 국민대 교수회는 화상으로 임시 총회를 열었다. 교수회원 76명이 참석하고 74명이 위임장을 제출했다. 이날 총회에서 논문 자체 검증에 대한 전체 교수회원 찬반 투표를 하기로 결론이 나왔다.

 

국민대의 ㄱ 교수는 “‘국민대학교의 학문적 양심을 생각하는 교수들’ 측에서 여론조사를 한다고 하니까 교수회 회장이 (교수 여론이 학교 결정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모이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교수회를 소집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당시 ‘국민대학교의 학문적 양심을 생각하는 교수들’은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한 교수들의 의견을 받고 있었다.

교수회 투표8월16일부터 8월19일까지 나흘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투표 마감 하루 전날인 8월18일 이석환 국민대 교학부총장은 교수회 전체 회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애초부터 무효인 투표의 결과를 가지고 주도권을 쥐어 언론에 공표하고 이를 통해 여론재판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생각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정치의 한복판에 학교를 송두리째 빠뜨려 존립 그 자체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ㄱ 교수는 이 부총장의 메일을 두고 “총회에선 대부분 (학교 결정에 대해) 문제 있다, 재검증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학교 당국에서 불안해졌는지 메일을 보내며 투표에 관여했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이동기 국민대 법과대학장도 메일을 보내 ‘진행 중인 투표는 1년 전 부결된 안건’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예비조사 결과에 대한 교수회 차원에서의 대응을 부결했다. (이번 교수회 투표가) 최종 결론이 난 동일한 사안에 대해, 1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투표에 부치는 일사부재의에 반하는 처사가 아닐까 염려된다.”

국민대 교수들의 관심이 교수회 투표에 집중됐다. 전체 교수회 회원(406명) 중 77.3%(314명)가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 결과 ‘조사 자료 공개, 교수회 자체 논문 재검증’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재조사위원회 판정 결과 보고서와 회의록 공개(익명화 전제)’는 반대가 51.6%(162명), 찬성이 48.4%(152명)였다. ‘교수회 자체 김건희 여사 박사학위 논문 검증’에 대해 더 많은 교수들이 반대했다. 61.5%(193명)가 반대하고, 38.5%(121명)가 찬성표를 던졌다.

교수회 61.5%가 ‘자체 검증 반대’

국민대 ㄴ 교수는 교수회 투표 결과를 두고 “교수회장이 교수 사회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해석했다. “교수 사회, 특히 사립대 교수들은 보수적일 뿐만 아니라 제 이익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 메일도 그렇고, ‘이번 일 다 끝난 거다’ ‘악법이지만 시효가 지난 걸 여론에 밀려서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라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런 말을 들으면 교수들이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재검증하는 건 굉장히 부담스럽다’ ‘학교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간다’고 생각하는 거다.”

김준홍 동문 비대위원장은 국민대 교수들이 ‘관전자가 아니라 플레이어’라고 지목했다. “김건희 논문 검증 사태에서 국민대 식구라고 불리는 재학생과 동문들은 원통함, 부끄러움은 느끼더라도 책임은 없다. 그런데 교수들은 이 사태에 책임이 있다. 학교 당국이 검증을 제대로 하는지 살피고, 방해를 한다면 강력하게 비판하고 검증 결과에 대해 증빙자료를 내놓으라고 요청해야 한다.”

8월8일 국민대 동문 비대위가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조사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대학교의 학문적 양심을 생각하는 교수들’은 교수회 투표 결과가 발표되고 사흘 뒤인 8월22일 자체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교수 75명이 참여했고, 참여한 교수의 92%(69명)가 8월1일 국민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국민대 ㄷ 교수는 “내부 검증은 이미 물 건너갔고 이제는 외부 검증단의 메스를 피할 수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대는 외부에 김건희 여사 박사학위 논문 검증 관련 자료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연구윤리위원회는 재조사위원 명단, 회의록과 조사 결과 보고서 등을 비공개하기로 의결했다. 법원의 제출 명령에도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 예비조사위 회의록을 제출하지 않았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8월2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질문에 “이 건은 국민대 전문가들이 일단 판정한 건이고 제가 여기에 대해서 말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라고 답했다.

시민사회에선 ‘범학계 국민검증단’이 꾸려졌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노조 등 13개 조직이 구성한 이 단체는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 검증 작업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