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이하게 순탄했던 '윤석열 장모'의 아파트 사업
문상현 기자 입력 2021. 12. 13. 05:47 댓글 707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의 장모 최은순씨를 둘러싼 의혹들의 열쇳말은 ‘부동산’이다. 땅과 건물에 투자해 재산을 불리는 과정에서 동업자들과 긴 세월 동안 여러 차례 송사를 겪었다. 현재 최씨가 연루된 검경 수사와 재판 대부분이 송사 과정에서 나온 의혹과 얽혀 있다. 최근 투기 및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 양평 공흥지구 개발도 최은순씨가 벌인 부동산 사업 중 하나다. 그동안 의혹을 내사해온 경찰은 최근 정식 수사로 전환하고 최씨를 입건했다.
공흥지구 개발은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공흥리 산84-2번지(현 공흥리 885번지) 일대 2만2199㎡ 부지에 357세대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민간 부동산 개발회사 ESI&D가 자신이 보유한 땅을 개발하겠다며 2011년 관할 지자체인 양평군에 사업을 제안했다. 양평군은 이듬해 ESI&D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회사는 2016년 7월 사업을 마쳤다. 이 사업에서 ESI&D는 토지소유자인 동시에 개발사업 제안자이자, 시행사이며 분양사였던 셈이다.
당시 ESI&D의 대표가 윤석열 후보의 장모 최은순씨였다. 최씨와 자녀들이 회사 지분을 100% 보유(장남·차남 각 30%, 장녀 20%)했다. 일종의 ‘가족회사’다. 회사 등기부등본을 보면, ESI&D는 사무실을 ‘온요양병원’에 두고 있다. 이 병원의 설립자 역시 최씨다. 현재는 장남이 ESI&D 대표를 맡고 있다.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는 2008년 3월31일부터 ESI&D의 사내이사로 재직하다가 2014년 6월13일 사임했다.
최근 불거진 공흥지구 의혹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투기와 특혜다. 〈시사IN〉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와 ESI&D가 처음부터 토지개발을 목적으로 공흥지구 일대 땅을 산 정황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최씨와 회사는 당초 땅을 매입하는 목적이 ‘농사’라고 했다. 이렇게 산 땅을 다른 목적(부동산 개발 등)으로 사용하는 것은 농지법 위반이자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 수법이다.
특혜 의혹은 양평군의 석연치 않은 사업 기간 연장과 개발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은 점에서 불거졌다. ESI&D가 인가된 기간 내 사업을 마무리하지 못했는데도 양평군은 제재 대신 임의로 시행 기간을 늘려줬다. 개발사업에서 나온 이익 일부를 지자체가 환수하는 ‘개발부담금’은 한 푼도 부과하지 않았다.

앞서 “최씨가 사업을 추진한 공흥지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도의 공공개발이 예정돼 있었으나, 양평군이 반대하고 최씨에게 사업을 허가해줬다”라는 의혹도 나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LH가 추진했던 공공개발 사업지는 공흥2지구(양평읍 공흥리 456번지 일대)다. 최씨가 개발한 공흥리 산84-2번지 일대와는 1㎞가량 떨어져 있다.
최씨가 공흥지구 일대 땅을 처음 사들인 시점은 2006년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이 지역에선 부동산 투자 및 개발 기대감을 높이는 대형 ‘이벤트’가 발생했다.
최씨가 ‘농사를 짓겠다’며 산 땅들
〈시사IN〉은 취재 과정에서 ‘2020년 양평군 기본계획’을 입수했다. 2006년 양평군이 군 전역(당시 기준 878.279㎢)을 대상으로 세운 304쪽 분량의 중장기 도시개발 계획안이다. 2020년까지 양평군을 개발·정비하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같은 해 정부가 마련한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06~2020년)’을 지자체 차원에서 시행하기 위한 ‘하위 계획’으로 구상됐다.
기본계획을 보면, 최씨가 개발한 공흥지구가 포함된 양평읍이 핵심 지역이었다. 양평군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던 양평읍을 ‘중앙 생활권’으로 설정하고, 양평군 전 지역과 연결해 균형발전을 추진하는 계획이다. 공흥리와 양근리 일부 지역은 ‘시가화 예정지’로 분류해 개발하기로 했다. 그동안 개발이 불가능했던 일부 녹지지역을 용도변경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가화 예정 용지를 확대했다.
양평군의 다른 지역은 중소 생활권(여가·휴양, 농업, 첨단산업 및 저밀 주거지 등)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양평읍의 부동산 투자 및 개발 가치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양평군 기본계획은 2006년 7월7일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같은 해 8월31일부터 30일간 외부에 공개했다.
최씨와 ESI&D는 2006년 12월부터 공흥지구 땅을 사기 시작했다. 당시 이 땅은 양평읍 끝자락에 위치한 야트막한 산이었다. 2011년 12월7일 양평군의회 회의록을 보면, 한 군의원은 이 지역에 대해 ‘골프장 부지 있는 야산’이라고 표현했다. 최씨는 기본계획이 공개된 지 4개월 만에 개발 가능성이 높아진 지역에 위치한 야산을 ‘농사를 짓겠다’며 선점한 것이다.
ESI&D는 2006년 12월6일 공흥지구 일대 임야 1만6550㎡를 샀다. 같은 달 28일엔 최은순씨가 개인 명의로 농지 2965㎡를 매입했다. 최씨는 2011년에도 인근 땅을 추가로 사들였다. 특히 이 땅은 다른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가 2006년 1월 매입해둔 곳이었다. 업체는 2007년 최씨가 개발한 공흥지구에서 약 300m 떨어진 양평군 양평읍 백안리 5120-2번지 일대를 개발해 928세대의 아파트를 지어 분양했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공흥리에 땅을 사둔 것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추가 개발사업을 목적으로 한 거래였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후 최씨는 양평군 기본계획을 공흥지구 개발의 기반으로 삼아 사업을 추진했다. 이는 〈시사IN〉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양평군으로부터 받은 ‘양평 공흥지구 도시개발구역지정 (개발계획 포함)안 의견 제시의 건 검토 보고서’에 드러나 있다. 보고서는 ESI&D가 제안한 공흥지구 개발사업 추진 의견을 양평군이 검토해 만든 문건이다. 군은 2011년 11월11일 군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해 동의를 받았고, 이후 개발사업을 승인했다.
보고서에 첨부된 회의록을 보면, 양평군 도시과장은 당시 군의회에 “2020년 양평군 기본계획에 ‘시가화 예정 용지’로 되어있는 지역인 양평읍 공흥리 산84-2번지 일원에 공동주택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의회의 동의를 받고자 한다”며 “자연녹지지역인 이 지역 2만2199㎡를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해 2013년까지 357세대의 공동주택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2020년 양평군기본계획’의 단계별 개발 물량 내에서 추진되기에 (양평군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최씨가 개발 목적으로 공흥지구 땅을 산 정황은 법원 판결문에서도 드러난다. A기업이 최은순씨를 상대로 ‘공흥지구 개발이익 일부를 배분해달라’며 낸 민사소송 항소심 판결문(2018년 6월15일 서울고등법원 선고)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씨의 딸인 김건희씨는 2009년 5월경 A기업 대표의 아들에게 ‘공흥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를 권유했다. 김씨가 자금 일부를 조달했다는 뜻이다. 그는 당시 ESI&D의 사내이사였다.
김건희씨의 권유를 받은 A기업은 2009년 7월15일, 최씨와 투자 약정을 체결했다. 약정엔 ‘A기업이 공흥지구 개발에 8억원을 투자하는 대신 발생하는 사업 수익금 중 일부를 최씨로부터 지급받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씨는 이 돈으로 2011년 공흥지구 임야를 샀다.
윤석열 후보 측은 이에 대해 “김건희씨는 사업에 직접 관여한 적도 없고 윤 후보와 결혼(2012년 3월) 이후 공직자 배우자로서 부동산 개발업체 지분을 갖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업체 지분을 모두 포기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건희씨가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위해 8억원을 조달했다는 내용은 판결문 속 ‘기초 사실’에 포함돼 있다. 원고와 피고 모두 인정한, 다툼이 없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라는 뜻이다.
최은순씨는 땅을 살 때 양평군에 매입 목적을 ‘농사’로 밝혔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현안대응 태스크포스(TF·단장 김병기)가 공개한 최씨의 ‘농지취득자격증명신청서’를 보면, 2006년 12월 최씨는 양평군에 “콩과 옥수수 등을 심어 농사를 짓겠다”라며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토지를 매입했다.
문건에서 최씨는 농지(2965㎡, 약 900평)를 매입하면서, 8마력 경운기 한 대와 삽·괭이 등을 보유하겠다고 했다. 농업경영에 필요한 노동력 확보 방안에는 ‘자기 노동력’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2011년 농지 46㎡(공흥리 258)를 추가로 사면서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를 보면, ‘농업기계·장비 보유 현황’란을 비워뒀다. 영농 경험도 “없다(無)”라고 썼다. 처음 공흥지구 땅을 매입한 5년 동안 영농에 필요한 장비를 산 적이 없고, 농사도 짓지 않았다는 의미다. 현행 농지법은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농사를 짓는 농민만 땅을 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씨가 농지법 위반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은순씨가 양평군으로부터 공흥지구 개발사업 허가를 받은 건 2012년 11월~2014년 11월이었다. 〈시사IN〉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2년 3월28일 양평군 도시계획위원회 개최 결과 보고서를 보면, 당초 사업은 2013년 말 끝나는 것으로 계획됐다. 보고서에 포함된 회의록에서 양평군도시계획팀장은 “오늘 구역을 결정하게 되면 향후 도시개발법에 의한 실시계획 인가를 하고, 주택법에 의해 공동주택 사업승인을 받는다. 이 절차는 3~4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어 (2012년) 9월 정도면 착공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총 사업 기간은 2013년 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씨의 개발사업은 지연됐다. 양평군으로부터 공동주택 사업승인을 받은 시점은 사업 완료 시점을 6개월 앞둔 2014년 5월21일이었다. 최씨는 2012년 사업 허가를 받은 이후 2년 동안 삽도 뜨지 않은 것이다.
‘2년 공백’에 대한 흔적은 2013년 양평군의회 행정사무감사 특별회의록에 담겨 있다. 사업 진행 상황을 묻는 군의원의 질문에 양평군 도시팀장은 이렇게 답한다. “시행사(ESI&D) 얘기를 들어보면, GS에서 아마 시공하기로 이렇게 자기들끼리 내정이 됐었나 보더라고요. 그런데 GS에서 사업성이나 분양성 때문에 좀 난색을 표하는지 지금 늦어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착공을 못하고 있는 이유가 시공사 선정이 안 돼가지고 그렇습니다.”
최씨는 2014년 5월27일에서야 대한토지신탁에 공흥지구 땅을 신탁하면서 아파트 사업 시행을 맡겼다. 대한토지신탁은 다음 달인 6월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시작했다. 공흥지구 사업이 마무리된 건 2016년 7월이다.
10년간 개발부담금 부과 안 된 사례는 1건
사업자가 계획한 기간 내에 사업을 마치지 못하면 도시개발법에 따라 지자체장 등이 인허가 취소나 공사 중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사업자가 제재를 피하려면 미리 시한 연장을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최씨와 ESI&D, 아파트 사업 시행을 위탁받은 대한토지신탁, 양평군 모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사실상 사업 기간 완료 시점인 2014년 11월 이후부터 2016년 7월까지 미인가 상태로 공사를 진행한 셈이다. 오히려 양평군은 사업자 또는 위탁자의 신청도 받지 않고 아파트 준공 한 달 전인 2016년 6월에 뒤늦게 시한을 스스로 연장해줬다. 양평군 특혜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대한토지신탁은 “(ESI&D와의) 계약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통상 아파트 개발사업에서는 도시개발법에 따른 개발사업 실시계획 인가를 받은 이후에도 아파트 사업계획 승인 등 절차가 더 있다. 실시계획 인가 다음 절차가 다소 지연됐는데, 그동안 이 때문에 사업 기간이 자동 연장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양평군 관계자는 “공흥지구 아파트 완공 한 달 전, 서류 확인 과정에서 실시계획 인가가 연장되지 않은 것을 뒤늦게 알았다. 아파트 공사는 물론 분양까지 다 마쳐 취소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실무자가 인가를 소급했다. 행정상 실수였다”라고 밝혔다.
ESI&D 감사보고서상 회사가 사업을 마무리하고 거둔 분양 매출은 약 798억원이었다. 2012년 3월 양평군이 작성한 ‘도시개발구역 지정 개발계획포함(안)’ 문건에 따르면, ESI&D가 2011년 양평군에 사업을 제안하면서 제시한 총사업비는 약 744억원이었다. 강득구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분양 수익과 개발 과정에서 상승한 토지 가격의 차익을 더하면 최씨가 낸 수익은 총 205억원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개발 사업자가 개발 과정에서 이익을 내면, 지자체는 ‘개발부담금’ 명목으로 수익 일부를 환수한다. 그런데 공흥지구 개발에 부과된 개발부담금은 ‘0원’이었다. 2011년부터 2021년 6월까지 10년간 양평군 아파트 개발사업 중 개발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은 사례는 공흥지구 개발을 제외하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양평군은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다시 점검하고, 뒤늦게 ESI&D에 1억8768만원의 개발부담금을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군 관계자는 개발부담금 0원에 대해서도 “당시 행정상 착오로 파악돼 바로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양수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개발부담금은 당시 전문 용역업체가 이의 절차를 진행했다. 양평군청도 전문업체로부터 검증을 받아 부과되지 않은 것”이라며 “최근 양평군청 개발부담금 부과에 이견이 있어, 소송을 통해 법적으로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선 정국에서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가 윤석열 후보 장모로부터 불거지자, 여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씨의 아파트 개발사업 시기와 겹친 윤 후보 ‘삶의 동선’에도 의심의 시선을 보낸다. 윤 후보가 2013년 국정원 댓글수사로 좌천돼 지청장으로 부임한 곳이 여주지청이었다. 양평군은 여주지청관할이다. 그가 김건희씨와 결혼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기도 하다. 최씨의 공흥지구 사업 기간 당시 양평군수는 김선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었는데, 김 의원은 윤석열 후보 대선 경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경찰은 최근 공흥지구 개발사업 의혹에 대해 정식 수사에 착수하고 최은순씨를 입건했다. 상급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사건을 이관했다.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한 판단으로 알려졌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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