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하루 확진자 40만명 넘던 인도.. 자체생산 백신 덕에 3만명대로 줄어"

사이박사 2021. 8. 17. 09:37

"하루 확진자 40만명 넘던 인도.. 자체생산 백신 덕에 3만명대로 줄어"

임규민 기자 입력 2021. 08. 17. 03:02 수정 2021. 08. 17. 06:53 댓글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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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대사 "한국, 쿼드와 백신 수급 협력을"

“인도에선 하루 40만명이 넘던 신규 코로나 감염자가 이제 3만명대로 줄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건 바로 백신입니다.”

13일 서울 한남동 주한 인도 대사관에서 만난 스리프리야 란가나탄(51) 주한 인도 대사는 인도의 코로나 확산세가 최근 크게 진정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올여름 전 세계에 불어닥친 델타 변이의 근원인 인도는 지난 5월 일일 신규 확진자가 41만명을 넘기며 최악 코로나 국면을 맞이했다. 대규모 병상·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가 이어졌고, 화장터엔 시신 행렬이 이어졌다.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인도 대사가 13일 서울 한남동 주한 인도 대사관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현재 각국 코로나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는 가운데, 유독 인도에선 확산이 뚜렷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란가나탄 대사는 “인도 정부는 매일 500만회분씩 빠르게 접종을 전개하고 있다”며 “올 연말쯤 18세 이상 인구 전체에 대해 2차 접종을 마칠 수 있다”고 했다. 인도는 현재 전체 인구 14억명 중 3분의 1 이상인 5억2400만명이 1회 이상 백신을 맞았고, 1억1700만명이 접종을 완료했다. 접종 속도를 높이면서 지난 6월 10만명 이하로 감소한 신규 확진자는 최근 3만~4만명대까지 내려왔다. 5000명에 육박하던 일일 사망자도 500명 아래로 줄었다.

대규모 백신 보급은 인도 자체의 백신 제조 역량으로 뒷받침되고 있다. 인도의 의약품 제조 시설은 현재 1만500여 곳, 제약사는 8000여 곳에 달한다.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제조 시설만 600여 곳으로 미국을 제외한 나라 중 가장 많다. 세계 최대 백신 제조사인 인도 세룸인스티튜트는 일찌감치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기술을 이전받아 ‘코비실드’란 자체 이름을 붙여 대량 생산하고 있다. 란가나탄 대사는 “인도는 월 1억4000만회분에 달하는 백신 생산량을 다음 달 말까지 월 2억회분으로 끌어올릴 전망”이라며 “모더나·얀센 등 해외 백신도 수입하고 있으나 국내 백신만으로도 수급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했다.

란가나탄 대사는 인도와 미국·일본·호주 등 4국이 결성한 협력체인 ‘쿼드’를 통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백신 수급 협력도 강조했다. 그는 “쿼드는 지난 3월 인도·태평양 지역의 백신 생산과 공급을 강화하자는 데 동의한 이후 공동 실무 그룹 논의를 지속해오고 있다. 한국도 이 지역 일원으로 쿼드로부터 백신 협력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협력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란가나탄 대사는 2018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양국 교류 증진·심화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인도는 1947년 8월 15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한국과 같은 날 독립을 기리며, 6·25 전쟁 당시 의무 부대 파병으로 19만5000명의 한국군 환자를 치료한 참전국으로서 한국과 오랜 우정을 나눴다”며 “현시점에서도 인도 정부의 신동방정책과 한국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시너지를 내며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했다.

실제 두 나라는 매년 최대 220억달러(25조7180억원)의 교역 규모를 기록하고 있으며, 양방향 투자는 100억달러(11조6900억원)에 달한다. 란가나탄 대사는 거대한 인도 시장의 역동성과 친기업적 환경을 들며 양국 간 경제 교류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제조업 육성을 위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등 친기업 정책으로 인도엔 기업하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지난 6개월간 15개 인도 기업이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신생 기업)이 됐다”며 “향후 인도에 필요한 인프라 개발 규모가 1조4000만달러(1169조46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삼성·현대·엘지 등 기존 대기업을 넘어 전반적인 한국 기업들의 투자 기회도 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8년 8월 부임한 란가나탄 대사는 델리대에서 역사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인도 외무부에서 줄곧 근무한 전문 외교관이다. 대사 부임지로는 한국이 처음이며, 첫 여성 주한 인도 대사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은 큰 전쟁까지 겪었지만 단기간 내 성장으로 빠르게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코로나 대유행 속에서도 전국 단위 봉쇄 없이 확산을 잘 통제하고 선진국에서도 나타난 생필품 품귀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모범적인 국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인도 독립 75주년을 맞아 대사관 차원에서 올해~내년 다양한 문화·학술 기념 행사가 열리는 만큼, 한국 국민들의 많은 참여가 이뤄져 양국 교류가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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