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살림살이)

도지코인에 관한 궁금증 10문 10답

사이박사 2021. 7. 3. 23:09

머스크도 못 막았다..한달만에 70% 급락 도지코인, 대체 뭐길래 [코인노트]

임형준 입력 2021. 07. 03. 22:03 댓글 61

번역 설정

공유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새창열림

[코인노트-7]

도지코인 /사진=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개발 업체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도지코인' 가격이 최근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가상화폐)와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져 투자자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중 달러 등 실제 화폐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들을 제외하면 시가총액 4위에 해당하는 도지코인은 불과 약 2달 전 기록했던 최고점 대비 70% 가까이 하락한 상태입니다.

도지코인이 약세를 면치 못하자 머스크 CEO는 트위터에 꾸준히 글을 올려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만큼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일부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도지코인 가격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거나, 심할 경우 가격이 거의 0에 수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도대체 도지코인이 뭐길래 이렇게 의견이 갈릴까요? 암호화폐업계나 전문가들조차도 의견이 분분하니 일반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기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과연 계속해서 주요 암호화폐 지위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주변에서 많이 받은 질문들을 참고해 10문 10답으로 구성해봤습니다.

Q1. 재미로 만든 코인이라던데 정말인가요?

▶네. 맞습니다. 2013년 12월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IBM 출신인 빌리 마커스와 어도비(Adobe) 출신 잭슨 파머가 함께 만든 도지코인은 그야말로 '재미삼아' 개발됐습니다.

두 사람은 개발자였는데, 둘 중 마커스는 당시 비트코인이 인기를 끌자 직접 암호화폐를 만들기로 계획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비디오 게임의 화폐 이름을 따서 '벨'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고, 파머는 당시 인터넷에서 각종 패러디와 유머 등으로 유행하던 '도지(doge)'라는 '밈(meme)'을 추천했습니다. 마커스가 암호화폐 이름을 바꾸면서 도지코인이 세상에 등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도지코인을 '밈 코인'으로 지칭하기도 합니다.

밈이란 대개 모방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어떤 생각이나 스타일, 행동 따위를 의미합니다. 각종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유행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다른 요인보다는 이런 현상이 크게 작용해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게 된 암호화폐를 '밈 코인'이라고 부릅니다.

도지(doge)는 '개(dog)'를 변형해 만든 단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일본의 한 시바견 사진이 인기를 얻자 여기에 재밌는 코멘트를 합성하면서 '밈'이 시작됐죠. 잘 알려진 것처럼 도지코인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는 여전히 시바견입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행어와 인기 있는 한 반려견의 사진을 각각 암호화폐 이름과 상징으로 삼을 정도였으니 개발자들이 그닥 진지하게 만든 코인이 아니라는 걸 쉽게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Q2. 암호화폐 기술도 다양하다던데…어떤 코인과 비슷한가요?

▶도지코인은 1세대 암호화폐 중 라이트코인 계열에 해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도지코인은 라이트코인에서 두 번의 하드 포크를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라이트코인에서 하드 포크를 통해 떨어져 나온 '럭키코인'을 다시 하드 포크한 거죠.

('하드 포크'란 기존 블록체인에서 다른 블록체인으로 넘어가려고 할 때 사용되는 과정입니다. 기술적 문제 등이 생겼을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드 포크를 거치는 과정에서는 체인의 분리가 일어날 수도 있는데, 이때는 새로운 코인이 생겨나게 됩니다.)

라이트코인 또한 비트코인의 코드에서 몇 가지 수정을 거쳐 만들어낸 1세대 암호화폐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도지코인은 비트코인으로부터 파생된 암호화폐라고 볼 수도 있는 겁니다.

가장 큰 기술적 차이점은 블록체인에서 각 블록들이 생성되는 속도입니다. 라이트코인은 비트코인의 각 블록 생성 간격이 10분이었던 것을 4분의 1인 2분 30초로 줄여 만들었고, 도지코인은 다시 이 시간을 1분으로 단축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도지 코인은 매우 빠른 코인 생산 속도가 특징입니다. 거기에다 발행량에 제한도 없어 계속해서 생산해낼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한 점입니다. 1분마다 1만개의 코인이 새로 발행되기 때문에 1년에 52억개 도지코인이 새로 만들어집니다. 애초 1000억개를 총 발행량으로 정했다가 무제한 발행으로 정책을 바꿨는데, 이미 2015년 6월 30일에 1000억개를 돌파했습니다. 현재 1300억개 이상이 만들어진 상태입니다.

Q3. 어떤 방식으로 발행 되나요? 채굴인가요?

▶네. 도지코인도 비트코인처럼 CPU, GPU 등을 이용한 채굴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보다 훨씬 발행량이 많고 채굴 난도도 낮기 때문에 일반인이 접근하기도 훨씬 쉽습니다.

채굴한 코인을 담을 암호화폐 지갑을 준비한 다음, 집에 있는 데스크톱이나 랩톱(노트북컴퓨터) 등 일반적으로 쓰는 컴퓨터를 활용해서 충분히 채굴을 할 수 있습니다. 도지코인 채굴 프로그램만 깔아서 실행시키면 되는 수준입니다(다만 채굴로 발생하는 전기요금 등 비용과 도지코인의 시세 변동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 도지코인 시세가 일정 수준이하라면 가정용 전기요금으로 도지코인을 채굴하는 일은 오히려 손해일 수 있습니다).

Q4. 왜 가격이 오른 건가요?

▶가격 변동의 이유를 100%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최근 들어 상식을 뛰어넘는 상승률을 보인 가장 큰 요인으로는 단연 머스크 CEO의 지지가 꼽힙니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를 통해 도지코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이어왔습니다. 도지코인의 가격이 약 3원에 불과했던 2019년 4월부터 "도지코인이 맘에 든다, 쿨해보인다"고 관심을 표했고, 2020년 말께부터는 도지코인 관련 트윗을 지속적으로 자신의 계정에 올렸습니다.

아예 도지코인 공식 트위터는 계정 프로필에 이런 소개 문구까지 집어 넣었습니다. "도지코인은 전 세계 시바견들이 선호하는 오픈 소스 P2P 암호 화폐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우리가 꽤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기업인의 지지 표명에 도지코인 시세는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머스크 CEO가 도지코인을 '쿨하다'고 생각하며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아마 초기에 '실험성'과 '재미'를 추구했던 도지코인이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게되면서 커뮤니티가 점점 커지자 머스크 CEO 또한 관심을 갖게 됐을 겁니다.

그러니까 머스크 CEO의 지지 외에 주요 가격 상승 요인을 찾자면 '커뮤니티의 영향력' '밈(meme)으로서의 인기' 등을 추가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Q5. 인기를 얻게 만든 '실험성'이란 어떤 것이었나요?

▶도지코인은 초기 사용처가 많지 않았습니다. 도지코인 관련 사이트나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도지코인재단을 통해 사회 공헌 활동에 여러 번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일화 중 하나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불참하려던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을 후원한 사례입니다. 같은 해에는 케냐 타나 강 유역에 우물을 건설하기 위해 도지코인 4000만개를 모금하는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6700만개 도지코인을 모금해 미국 한 카레이서에게 레이싱카를 보내는 등 각종 후원에 도지코인이 사용됐습니다. 초기 도지코인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어떤 캠페인이나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도함으로써 재미를 찾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물론 이때는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밈의 유행이 지나고 점점 인기가 떨어졌다가 최근 들어 재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Q6. 도대체 얼마나 많이 오른 건가요?

▶최근 1~2년간 보여준 도지코인의 가격 상승률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간단하게 몇몇 시점 시세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1월 15일 기준 1도지코인은 우리 돈으로 2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정도 지난 올해 1월 5일에는 10원이 됐습니다.

이 변동폭만 봐도 벌써 5배로 오른 수준인데, 이로부터 딱 4달이 지난 시점인 5월 5일엔 역사상 최고점인 약 869원(0.6851달러)을 기록해버립니다. 1년 전보다 5배 오른 코인이 3달 만에 87배가량 더 올라버린 겁니다. 실제 이런 매매가 이뤄지긴 힘들겠지만, 극단적으로 작년 1월 15일 2원에 산 도지코인을 올해 5월 5일에 팔았다면 원금이 434.5배로 불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인 자산시장에선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한 수익률입니다.

Q7. 단순한 인기 때문이라기엔 너무 많이 오른 거 아닌가요?

▶밈과 커뮤니티의 인기, 머스크라는 유명 기업인의 지지 외에도 올해 도지코인 급등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올해 주식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게임스톱' 사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기관 공매도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의 대결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던 게임스톱 사태는 개인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의 게시판인 월스트리트베츠(WSB)에서 합심하게 되면서 벌어진 주가 급등락 사건입니다. 이때 주가가 너무 급등하자 주식 거래 앱인 로빈후드 등이 게임스톱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 정치인들의 비난을 받는 일이 발생합니다.

갑자기 게임스톱 주식을 쉽게 거래할 수 없어지자 WSB 이용자들이 대체 자산으로 찾은 것이 도지코인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들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나서 머스크의 지지까지 더해지자 도지코인은 사상 최고가를 거듭 경신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게임스톱 사태와 도지코인 시세 급등은 많은 전문가들이 '비상식적인 투자자들에 의한 시세 변동'으로 평가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유행'에 따른 '집단 행동'이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현상은 도지코인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게 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Q8. 도지코인은 어디에 쓰나요?

▶도지코인은 애초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개발된 암호화폐가 아니다보니 개인 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정도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현재 도지코인의 가장 인기 있는 용도는 인터넷 커뮤니티 내 사례금(tipping)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커뮤니티 사용자끼리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후원하는 등 용도에 사용한다는 건데 일종의 지불(또는 기부) 행위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일단 주고 받는 가치 교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도지코인은 굳이 따지면 '지불형 코인'이라고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Q9. 도지코인으로 돈을 가장 많이 번 사람은 누군가요

▶도지코인의 공개된 지갑 거래내역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367억도지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일명 'DH5'라는 사람(또는 단체)이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DH5는 복잡한 알파벳과 숫자로 구성된 암호화폐 지갑 주소의 앞 3자리가 'DH5'로 시작돼 붙은 이름입니다. 이 지갑 소유자는 2019년 2월 처음으로 지갑에 도지코인을 입금하기 시작해 도지코인 가격이 약 2원일 때부터 수천만 달러어치를 매수했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매수를 이어간 결과 도지코인 전체 시가총액의 28%에 달하는 양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아직 DH5는 대규모 매도를 통해 수익 실현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지갑 주인은 도지코인의 가격이 최고점이던 지난 5월엔 보유 코인의 가치가 무려 256억달러(약 28조9000억원)에 달했고, 현재 가치로도 10조원 수준의 도지코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Q10. DH5는 누구인가요?

▶너무나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보니 시장에선 DH5의 정체를 추정하는 많은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역시 시장에서 DH5로 가장 먼저 의심한 인물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였습니다. 실제로 DH5는 지난 2월 머스크 CEO의 생일인 '1971년 6월 28일'의 숫자들이 모두 들어가는 28.061971개의 코인을 반복적으로 사들여 의심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미국 증권 거래 앱 운영사인 '로빈후드' 등이 DH5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Elliptic) 창립자인 톰 로빈슨은 로빈후드가 도지코인 거래를 지원하기 시작한 시기와 DH5의 거래 시기가 일치한다며 로빈후드가 DH5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머스크와 로빈후드는 모두 이러한 주장들을 에둘러 부인한 바 있기 때문에 도지코인 고래인 'DH5'의 정체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임형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