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살림살이)

LG-SK 배터리소송 전격 합의까지..파란만장 '713일'

사이박사 2021. 4. 11. 12:41

LG-SK 배터리소송 전격 합의까지..파란만장 '713일'

김성은 기자 입력 2021. 04. 11. 08:55 수정 2021. 04. 11. 09:02 댓글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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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합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세기의 배터리 전쟁이 700여 일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시한을 불과 하루 앞 둔 시점에서다.

100여명의 직원들 전직에서 비롯된 배터리 전쟁…특허전으로 확전되며 양사 대립 '격화'

1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양사는 이번 영업비밀 침해 소송 건에 대해 합의키로 극적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양사는 입장 발표를 준비 중이다. 소송이 시작된지 713일(2019년 4월30일~2021년 4월11일) 만이다.

이번 소송의 시작은 2017년~2019년 100여 명의 인력이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데서 비롯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모회사인 LG화학으로부터 분할설립되면서 이번 배터리 소송건도 승계받아 진행중이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들이 이직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처우에 따른 직원들의 자발적 이직이라 맞섰다.

그 사이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으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따냈고 영업비밀 침해를 의심한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4월 결국 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냈다. K-배터리 전쟁 서막이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시작으로 양사는 국내외에서 특허침해 소송을 포함해 각종 민·형사 소송을 주고 받으며 크게 부딪쳤다. ITC에는 이번 영업비밀 침해 소송 말고도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맞소송한 특허침해 소송 2건이 더 남아 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지난해 2월 LG에너지솔루션이 예비승소한데 이어 올해 2월 최종승소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에 대해 ITC로부터 '제한적 수입금지 10년' 조치가 내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제기했던 특허침해소송 관련해서는 SK이노베이션이 예비결정서 승소 결정을 받았다. 이는 8월 최종 결정이 예정돼 있었다. 양사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해 대승적으로 합의키로 결정하면서 부속 소송들에 대해서도 소송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ITC 판결 후 대립 더 격화…SK이노 美 공장 철수 가능성까지 나와…한·미 정부 모두 '고심'


글로벌 대표 배터리 업체 간 이번 소송전이 미국 무대에서 벌어졌던 만큼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까지도 해당 사안에 높은 관심을 보였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한국 배터리 제조사간 분쟁은 조지아 공장을 둘러싼 미국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여준다"며 "폭스바겐과 포드가 향후 몇 년간 34만대 전기차량을 출시할 계획인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개입에 따라 공급부족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ITC 결정 이후 수입금지 조치가 거둬들여지지 않거나 합의에도 실패한다면 SK이노베이션은 '사업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 미국 공장을 유럽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까지 배수의 진을 쳤다는 점도 미국 정부이 고민한 대목이다.

국내·외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비를 들여 공장을 지으며 △향후 2600명이 넘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란 점 △바이든 대통령이 주창하는 미국 전기차 생태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점 △SK이노베이션 공장이 중단될 경우 중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이란 점이 대통령 판단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이 탓에 SK이노베이션 뿐만 아니라 포드와 폭스바겐도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최소한 유예기간 만이라도 더 늘려달라는 요청을 미국 정부를 향해 줄곧 제기해왔다.

만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그동안 미국이 지식재산권(IP)을 중시해왔던 일관성을 해치게 될 것이란 반론도 맞섰었다. LG와 SK가 바이든 정부에 큰 수수께끼를 안겼던 셈이다.

양사는 막판까지도 각각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바이든 정부에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벌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미 환경보호국(EPA) 국장 출신의 캐롤 브라우너, 오바마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을 지냈던 샐리 예이츠 등을 영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바마 정부에서 에너지 장관을 지냈던 어니스트 모니즈의 조언을 들었다.

또 미국 비영리 단체 정치반응센터(CRP)에 다르면 양사는 지난해 118만달러(약 13억원)를 로비자금으로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가 미국 로펌 등 소송에 들인 비용만 수 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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