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빼고 다 해 본' 정세균, 주변선 "경제·안정성 부각될 것"
강태화 입력 2020.10.03. 09:00 댓글 29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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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 출신의 6선 의원에 원내대표, 당대표와 장관, 국회의장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정세균 총리의 프로필이다. 당을 비롯해 입법ㆍ행정부의 최고위직을 모두 거쳤다. 현존하는 정치인 중 가장 화려한 정치 이력으로 평가받는다. 그에게 사실상 남은 목표는 대통령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추석을 앞둔 9월 26일 경남 하동군 화개읍 화개장터를 방문해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총리는 임명 당시에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의 2인자가 된다는 점에서 ‘역주행’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12월 청문회에서 야당은 삼권 분립 훼손을 지적하며 “전임 국회의장이 총리로 가는 것은 집권 여당이 행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비판이 나올 걸 모를 리 없는 그가 총리직을 수용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그의 대선 출마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처럼 총리는 주요 대선주자로 발돋움하는데 징검다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생활을 쌍용그룹에서 시작해 상무이사로 퇴직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여권 대선 후보들 가운데는 드물게 경제통 이미지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7월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정 총리는 매주 월요일 문 대통령과 오찬을 하며 국정현안을 조율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 14일 취임 일성 역시 기업과 경제였다. 그는 “경제를 살리는 힘은 기업에서 나온다”며 “기업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먼저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는데 사활을 걸겠다”라고도 했다.
‘반기업 정서’로 비판받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과는 온도차가 난다. 정 총리의 공략 포인트다.
그러나 총리 취임 이후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먼저 직면했다.
정 총리는 지금까지 코로나 사태의 변곡점이 됐던 지점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사태 수습을 주도했다. 그의 담화는 2월 22일 종교 행사 자제, 3월 8일 마스크 구매 5부제, 3월 21일 종교ㆍ유흥시설 운영중단 권고, 8월 18일 수도권 예배 금지, 9월 27일 고향 방문 자제 요청 등으로 이어졌다.

정세균 국무총리(가운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현장 점검으로 8월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본원을 찾아 실험실 등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정대균 감염병연구센터 책임연구원(왼쪽)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상황의 주요 변곡점이 발생할 때마다 직접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특히 9월 27일 담화에서 정 총리는 “전쟁에 준하는 사태”라고 강조했다. 개천절 집회 등을 예고한 보수 단체를 겨냥해 “법ㆍ제도가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고 방역을 저해하는 작은 불씨 하나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대신해 총대를 확실히 멘 모양새다.
고향에 가지 못하는 국민을 위해서는 ‘이번 추석엔 총리를 파세요’라는 제목의 캠페인성 홍보물을 올렸다. 정 총리의 친근한 캐리커처와 삽화가 포함된 만화 형식으로,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는 핑계로 자신의 이동 자제 당부를 언급해달라는 내용이다.



정세균 총리는 추석을 앞두고 코로나로 인한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하며 만화로 구성된 '총리를 파세요' 시리즈를 SNS에 게시했다.
정 총리의 한 측근은 “그동안 SNS 등 대국민 직접 소통력이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었다”며 “힘든 시기인 만큼 정부의 시책을 국민께 편하게 알리고 방역 효과를 최대화시키려는 고민을 담았다”고 말했다. 여론이 크게 움직이는 ‘추석 밥상’에 화제를 주는 효과도 노렸다고 한다. 총리실에서는 10월 중 국민과의 직접 소통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 총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권 도전 여부를 묻는 말에 “지금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위기관리의 리더십이 시대정신”이라고 답했다.
정 총리는 호남(전북 진안) 출신이다. 민주당 후보로서 ‘호남 대망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고향인 호남에서 4선을 한 뒤에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종로에서의 상대는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었다. 호남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당내에 만만찮은 계보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적어도 의원 계보만 놓고 보면 여권내 선두그룹이다. 안정감을 주는 언행과 풍부한 행정경험도 강점으로 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정세균 당시 산업부장관(右)과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다만 낮은 대중성이 정 총리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정치를 오래했지만 유권자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결정적 ‘한 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선 오히려 “문재인 정부 이후 민주당의 목표는 정권 교체가 아닌 정권 재창출”이라며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며 확장성이 있는 인물이 부각될 시점이 온다면 정 총리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도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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