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주째 사라진 빵.. 커지는 전세계 식량난 공포_일손 부족, 버려지는 농작물, 농업 애국심, 쌀 수출 일시 정지, 수출 제한

사이박사 2020. 4. 3. 23:41

3주째 사라진 빵.. 커지는 전세계 식량난 공포

강기준 기자 입력 2020.04.03. 15:37 수정 2020.04.03. 16:22 
[인싸Eat - 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코로나19로 전세계 식량난 공포
각국 공급 우려에 빗장 걸어잠가
/AFPBBNews=뉴스1

도시인들이여, 농촌으로 가달라

지난주 프랑스디디에 기욤 농식품부 장관은 언론을 통해 “지금 농촌에 일손이 부족하다. 여러분께 호소한다. 농업을 지키는 전투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 일부 지역에선 3주째 슈퍼마켓에서 빵을 구경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전세계가 봉쇄조치를 취하면서 사람은 물론 물자 이동까지 제한되자 식량난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감은 확진자가 제일 많이 발생한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일단 배달 인력이 없어서지만…
/AFPBBNews=뉴스1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CNN 등은 미국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주 등지의 마트에선 3주째 빵과 파스타 등이 품절사태를 빚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디언지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에서도 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밀가루와 이스트가 슈퍼마켓에서 사라졌다고 전했습니다. 처음엔 화장지가 품절 사태를 빚더니, 밀가루와 이스트로까지 번졌다는 것입니다.

BBC는 이같은 현상이 1차적으로는 코로나19 공포로 인한 사재기 현상에서 비롯됐는데, 2차적으로는 물품을 배달할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공급 속도가 느려진 것도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알디 슈퍼마켓은 5000명의 임시계약직과 4000명의 정규직 직원을 모집하고 있고, 앨버스톤즈도 3만명을 긴급 구인하고 나섰습니다. 영국의 테스코는 2만명의 임시계약직을 채용공고를 냈습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는 배달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자 점포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직원들에게 더 많은 휴식시간을 주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공급망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문제이지만, 현상황이 지속되면 미국 농가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미국 플로리다의 주키니 농장. 외국인 노노동자들이 부족해지면서 수확을 제대로 못할 위기에 처해있다. /AFPBBNews=뉴스1

CNN은 미국 농촌에서의 일손 부족이 지속될 경우 미국인들은 올 여름이면 줄어든 공급으로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도 경고했습니다. 일손 부족 얘기가 나오는 건 미국 농촌의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크기 때문입니다.

2005년 농업에 종사하기 위해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은 4만8000명이었는데 2018년엔 24만3000명까지 증가했습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위기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경제적 이익을 저울질하면서도 농가에서 일하는 쪽이었는데, 지난달 말 미국이 세계 최대 감염국이 되고 전국의 80%가 봉쇄조치에 처하게 되자 더이상 농촌 일자리에 지원하고 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미국 신선식품 생산자협회(UFPA)탐 스텐젤 회장은 “농장에서는 숙련된 노동자가 필요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그 누구라도 당장 고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시인들이여 농촌으로" 유럽의 절규
지난달 독일 하이델베르그의 한 농가에서 농부 홀로 채소를 수확하는 모습.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에 수확을 돕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라지면서 작업량이 크게 늘었다. /AFPBBNews=뉴스1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로 유럽 농가들이 농산물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영국에서는 라즈베리와 감자를 수확할 일손이 부족해 난리이고, 독일에선 아스파라거스를 따지 못해 그대로 썩을까 우려하는 중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딸기, 콩, 상추 등의 수확시기가 다가오는데 4분의 1 물량은 꼼짝없이 버려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들 국가는 그동안 동유럽에서 노동자를 수급해왔는데, 각국의 봉쇄조치로 인력이 국경을 넘기 어려워지자 이러한 상황이 불거졌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프랑스의 디디에 기욤 농식품부 장관은 프랑스 농가가 20만명의 일손을 잃었다면서 “미용사, 식당 종업원, 플로리스트 등 현재 일이 없는 사람들은 농촌으로 가달라”며 ‘농업 애국심’을 호소할 만큼 절박한 상황임을 드러냈습니다.

프랑스 농가 일손 돕기에 나선 봉사자들. /AFPBBNews=뉴스1

독일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지난달 해외 노동자들의 유입을 막았다가 농가에서만 30만명의 일손이 사라졌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이달부터 수확기인데 현재 그대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는 처음엔 학교 교사와 학생들을 수확에 동원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2일 아스파라거스와 딸기 수확철인 4~5월 한시적으로 4만명의 해외 이주 노동자 입국을 허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세계에서 식량 공급 문제가 발생하자 베트남쌀 수출을 일시 정지하고, 러시아도 밀 수출 제한을 검토 하는 등 자국 농산품 지키기에 나선 곳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과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는 바이러스 책임 공방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와는 유가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전세계 식량 위기가 앞으로 더 커지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에게 농산물을 독점한다고 볼멘 소리를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