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나를 위로해준다".. 퀸 열풍, 영국도 뛰어넘을 기세
표태준 기자 입력 2018.12.04. 03:05 수정 2018.12.04. 09:54"자습시간 끝나고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퀸 음악을 들어요."(이유빈·14·중학생)
"세련된 퍼포먼스에 패션 센스, 그리고 LGBT(성소수자)이기까지… 프레디 머큐리는 21세기 아이콘 같아요."(유승연·24·대학생)
"TV를 틀어도 우울한 뉴스뿐이잖아요. 낙이 없는 세상에 퀸의 음악이 뜻밖의 기쁨을 주더라고요."(황은미·63·커리어컨설턴트협회 회장)
성별도 세대도 뛰어넘는다.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영국 밴드 퀸(Queen)이 2018년의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40~50대 남성들이 처음엔 이 흐름을 주도하는가 싶더니, 최근엔 20~30대도 열광의 행렬에 동참했다. 열풍의 진원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지난 2일 관객 수 604만을 기록하며 '레미제라블'(592만)을 제치고 국내 개봉 음악 영화 중 흥행 1위에 올라섰다. 3일 현재 영화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총액은 4657만달러로 전 세계 2위. 퀸의 고향 영국(5472만달러)도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퀸, 지친 사회를 위로하다
부산 사는 자영업자 남민재(28)씨는 "영화관에 가는 건 시간 낭비, 돈 낭비"라던 60대 아버지와 지난 주말 '보헤미안 랩소디'를 같이 봤다고 했다. 아버지와 영화 보는 건 15년 만에 처음이었다. 한국은 세대 간 갈등과 단절이 유독 심한 나라. 모든 세대가 다같이 빠져든 음악이나 영화가 그동안 많지 않았던 이유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퀸의 음악 인기는 뭉클함에서 나온다. 수원 사는 직장인 김형중(43)씨는 "영화에서 퀸이 '우리는 부적응자를 위해 노래하는 부적응자'라고 하지 않나. 프레디 머큐리가 내게 '너도 힘을 내라'고 말을 거는 것 같았다"고 했다. 대학원생 이여명(32)씨도 "'우린 마지막까지 계속 싸울 거잖아'(We are the Champion) 같은 가사가 위축된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 같았다"고 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에서 물러나는 느낌에 소외감을 느꼈던 은퇴 세대도, 젊은 시절 퀸 노래를 들었던 40~50대도 퀸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사회의 일원으로 녹아드는 위안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의 흥을 돋우는 멜로디
따라 부르기 좋은 멜로디와 진취적 가사도 퀸 흥행의 비결이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는 "퀸의 음악은 처음부터 관객과의 소통과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환경에서 완성됐다. 퀸의 음악 자체가 한국인의 흥과 솔에 제격"이라고 했다. 일반적인 헤비메탈록과 달리 따라 부르기 좋고, 박수와 발구르기가 맞아떨어지는 노래가 한국 대중과도 맞아떨어진다는 얘기다.
퀸 신드롬은 방송, 음반 시장까지 점령했다. 2011년 발매된 퀸의 베스트 곡을 모은 앨범 '그레이티스트 히츠'는 현재 멜론 해외 종합 차트 1위에 올라섰다. 유니버설 뮤직 관계자는 "OST 음반만 벌써 2만 장이 팔려나갔다"며 "한 달 100장도 안 팔리던 퀸의 다른 앨범도 지난달에만 2000장이 팔려 생산량을 급히 늘렸다"고 했다. MBC TV는 일요일이던 지난 2일 밤 11시 55분 퀸의 가장 유명한 공연인 '1985년 라이브에이드' 실황 공연을 방영했다. 심야 편성인데도 퀸이 공연하는 대목에서 최고 시청률 6.7%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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