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에서 우리는 하루에 200여 종(種)의 화학물질에 노출된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바르면서 치약·샴푸·로션 등 다양한 제품을 쓰는데, 한 제품에 든 화학물질만 30종 이상이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노케미(no-chemistry)족’이 늘고 있다. 이제 많은 주부가 베이킹소다와 식초로 아기용품을 헹구고 천연 세제를 만들어 쓰는 등 화학물질로부터 독립을 시작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유통업체에 따르면 화학성분을 첨가한 생활용품 판매가 급감했다. 표백제·방향제·탈취제·섬유유연제·제습제·방충제 등은 2017년 기준으로 직전 해와 비교해 평균 20~50% 매출이 줄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천연 세제를 만드는 재료들의 매출은 증가했다. 식초·구연산·베이킹소다·밀가루·소금 등 세제나 탈취제용 재료의 판매는 매달 20~30% 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인체 자극이 없고, 세제 잔여물이 거의 남지 않으며, 세정력까지 좋은 친환경 세제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세제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 세제로 안전하고 깨끗한 청소법, 지금부터 알아보자.

[세제 대체품, 무엇이 있나요]
1. 식초
찌든 때가 있는 알루미늄 냄비에 물을 붓고 식초 반 컵과 사과 껍질을 넣고 팔팔 끓이면 깨끗해진다. 주전자나 밥솥에 낀 물때는 물에 식초 2~3방울을 떨어뜨려 하루 정도 뒀다가 구석구석 닦은 뒤 깨끗한 물로 헹구면 된다. 주방기구와 싱크대를 식초로 닦으면 개미나 파리 등 해충을 쫓을 수 있다. 밥솥·냉장고·가스레인지 등은 물·식초·베이킹소다를 4대1대1 비율로 섞어 행주에 묻혀 닦으면 세척과 살균 효과가 있다.
2. 베이킹소다
도마나 나무주걱 등은 베이킹소다를 뿌려 문지른 뒤 식초를 뿌리면 거품이 생긴다. 이때 10분 정도 두었다가 깨끗한 물로 헹구기만 하면 된다. 베이킹소다를 이용하면 식기에 남은 얼룩을 쉽게 닦을 수 있다. 탄 냄비에는 물을 붓고 베이킹소다를 한 줌 넣은 뒤 센 불에 15분 이상 팔팔 끓이고 나서 닦으면 된다.
유리잔을 닦을 때는 베이킹소다를 미지근한 물에 풀어 잠시 담가 두면 된다. 은수저는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넣고 끓이면 깨끗해진다. 칼날 때문에 닦기 위험한 믹서는 베이킹소다 한 숟가락에 뜨거운 물을 붓고 돌리면 손쉽게 세척할 수 있다. 주방 수챗구멍에도 독한 락스 대신 베이킹소다 한 컵을 뿌리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살균과 함께 악취 제거 효과가 있다.
3. 소금
소금은 먹는 것보다 주방에 양보하는 게 좋다. 프라이팬의 기름을 키친타월로 닦을 때 프라이팬과 기름이 모두 뜨거워서 다칠 위험이 있는데, 소금을 뿌리면 쉽게 닦을 수 있다. 소금이 기름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바닥에 기름을 흘렸을 때도 소금을 뿌린 뒤 닦아내면 좋다.
4. 콜라
콜라를 주방 세제로 쓰면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콜라의 시트르산 성분이 산화하면서 강력한 세정 작용을 한다. 콜라는 기름때를 제거할 뿐 아니라, 태운 냄비에 넣고 끓인 뒤 닦아내면 반짝반짝 윤이 날 정도로 깨끗해진다. 행주에 묻혀 가스레인지를 닦으면 찌든 때가 말끔히 사라진다.

[천연 세제 활용법]
1. 소금으로 선명하게
흰 옷은 하얗게, 색깔 옷은 선명하게! 이것은 표백제 광고 문구가 아니다. 소금 이야기다. 표백제 대신 소금을 사용해보자. 소금은 섬유를 보호하면서 찌든 때를 깨끗하게 뺀다. 세탁물의 색이 빠지지 않도록 해준다. 그래서 천연 염색을 할 때에도 소금을 사용하곤 한다.
흰 옷과 양말에 물 1L당 소금 두 숟가락 넣고 20분 정도 삶으면 때가 깨끗이 빠진다. 기름때도 소금을 넣고 삶으면 깨끗해진다. 옷에 묻은 피는 소금물에 담갔다가 비벼 빨면 좋다. 세탁기를 사용할 때는 소금물에 20~30분 넣었다가 돌리거나, 물 1L에 소금 한 숟가락 정도 넣으면 때가 잘 빠지고 옷감에 세제가 남지 않는다.
물 빠질 염려가 있는 옷은 소금물에 30분 정도 담갔다가 빨면 되고, 색도 더 선명해진다. 진한 색일수록 효과가 좋다. 청바지는 물과 소금을 10대1 비율로 넣어 빨면 좋다. 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소금만 넣고 빨아도 세탁 효과가 있다.
2. 식초로 유연하게
아기 옷을 빨 때 섬유유연제 대신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려 담가두면 세제를 중화해준다. 살균 효과와 표백 효과도 있다. 일반 세탁물도 마찬가지다. 와이셔츠나 티셔츠 목과 소매의 찌든 때는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1대1로 섞어 문지른 뒤 다른 옷과 함께 세탁기에 돌리면 깨끗해진다. 스타킹은 식초를 넣은 미지근한 물에 담가두면 발 냄새를 없앨 수 있고 올이 잘 안 풀려 오래 신을 수 있다. 견직물과 모직물은 중성세제로 손빨래할 때 세제를 풀고 식초 한 큰술 넣으면 색이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빈 세탁기에 물을 채우고 식초 한 컵을 넣은 뒤 하루 정도 둔 다음 세탁기를 돌려주면 세탁기 내부와 호스를 청소할 수 있다.


[화학물질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상 수칙]
1. 물티슈 고를 때
항균 효과에 집착하지 말고, 유해성분이 없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항상 젖어 있는 물티슈의 특성상 부패를 막기 위해 방부제 사용이 불가피하므로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꼭 써야 한다면 번거롭더라도 마른 휴지에 물을 적셔 사용하자.
2. 생활용품 살 때
유기농이라는 상술에 속지 말자. 어차피 공산품은 100% 유기농 성분만 사용할 수 없는 한계를 지녔다. 화학물질을 기본으로 하는 제품은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3. 머리 감을 때
머리는 매일 감지 않아도 된다. 샴푸는 두피를 자극하고 지나치게 건조하게 만들어 두피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되도록 샴푸 사용 횟수나 양을 줄이고, 물로 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깨끗한 물로 헹구는 것만으로도 먼지나 매연을 씻어낼 수 있다.
참고 문헌
1 화학물질로부터 벗어나다, 노케미족/한국소비자원/소비자시대/2017.06
2 ‘노케미족’을 위한 건강한 친환경 청소법/한국소비자원/소비자시대/2018.03
3 담배보다 나쁜 독성물질 전성시대_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임종한 지음/2016
4 집이 우리를 죽인다_우리집 구석구석의 유해 독소들/허정림 지음/2013
김지선 베이비조선 객원기자(jskim906@gmail.com)
김지선 객원기자는 위해성 평가 전문연구소의 근무 이력으로 건강한 육아에 대한 관심이 많다. 현재 다섯 살 난 딸 아이와 한창 베란다 텃밭에서 채소 기르는 재미에 빠져 있다.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과 장난감 등 아이들의 생활 속 유해물질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취재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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