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몹쓰리)의 문제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힐링캠프' 열어-피해자 '깊은 한숨' 만

사이박사 2018. 7. 23. 12:37

가습기살균제 피해 '힐링캠프' 논란...피해자 '깊은 한숨' 만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힐링캠프' 열어 
피해자들 '보여주기식'이라 반발
가습기 피해자 10%도 구제 받지 못한 상황 
"힐링캠프 돈으로 차라리 피해자 지원해달라" 
환경부 "힐링캠프 요구 있었다"

/사진=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

"아직 피해 구제도 못 받았는데 '힐링캠프'가 말이 되나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떠나 보낸 김미란 가습기살균제 피해 3, 4등급 폐섬유화 폐렴 피해자 모임 공동대표(43·여)는 환경부가 발송한 '힐링캠프' 우편물을 펼쳐보이며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4단계 사망자의 유족이다. 김씨는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내 몸도 성치않다"며 "이 와중에 '힐링'이라니 우리를 우롱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환경부, 1억원 들여 '힐링캠프' 열어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대상으로 힐링캠프를 연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피해 판정자들은 정부의 보상절차가 지지부진한 데도 캠프를 여는 것은 '보여주기식'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부 측은 "일부 피해자들 요청에 의한 것"이라며 항변했다.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지원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 6월 3~4단계 피해 판정자 3300여명에게 '가습기살균제 피해 힐링캠프' 우편물을 보냈다. 

캠프는 6월부터 북한산생태탐방원에서 1박 2일로 진행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판정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명상 활동 등이 포함됐다. 캠프는 무작위 추출을 거쳐 10가족이 선발됐다. 본지가 입수한 힐링캠프 용역계약서에 따르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올해 5월부터 12월까지 총 1억원의 용역계약을 맺었다. 환경부는 피해자들의 반응을 종합해 힐링캠프를 상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3~4단계 일부 피해 판정자 및 가족들은 구체적인 구제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힐링캠프'가 개최된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3~4단계 피해는 아직 정부가 공식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환경부는 3~4단계 피해 판정자에 대한 피해 구제 범위를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구제를 받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따르면 피해 주장 4748명 중 431명만이 피해자로 인정됐고 대다수 신청자들은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1278명은 아직 피해 여부에 대한 판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가해 기업의 충당금으로 지원을 갈음하는 '특별구제'도 135명만 받은 상태다. 특히 사태가 7년이 지난 2일에서야 4단계 피해 판정자 중 아동 간질성폐질환 환자(10명)가 처음으로 지원 대상자에 명단을 올랐다. 

■"캠프 강행은 보여주기식 행정" 
가습기 살균제 3,4등급 피해자 모임 '너나우리' 이은영 대표(40·여)는 "올해 초 환경부에서 피해자 모임 대표분들을 모아 힐링캠프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며 "당시 대다수 피해자 대표들이 캠프 참여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도 캠프를 강행하는 것을 보면 '보여주기식'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아직도 정식 피해자로 인정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비로 병원에 다닌다"며 "힐링캠프에 들어갈 돈으로 피해자들에게 지원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 피해 가정을 방문했을 때 힐링 프로그램을 부탁받아 수행한 것"이라며 "올해 10회의 힐링캠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자 단체만 13개일 정도로 각각 의견이 다르다"며 "(힐링캠프를)원하는 분들도 있었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