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살림살이)

[목멱칼럼]청년실업 정책의 순리와 합치_김홍유 경희대 교수·한국취업진로학회장

사이박사 2018. 4. 26. 08:46

[목멱칼럼]청년실업 정책의 순리와 합치

 최은영 기자 2018-04-03 05:00
[김홍유 경희대 교수·한국취업진로학회장] 오늘날 청년실업의 총체적 난국을 지켜보며 노자(老子 B.C. 570~490) ‘도덕경’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이상적 사회계획적으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순리에 따라 통일과 합치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를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우선 비(非) 개입의 원칙을 의미한다. 관리자는 배후에서 작용해야 하며 최대한 순리에 따라야 한다. 모든 관리자는 
지혜와 자제심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정부의 청년실업 관련 정책 방향과 내용을 살펴보면 이 글귀가 더욱 절실해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2019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확정하면서 내년도 ‘슈퍼예산’ 편성을 예고, 청년실업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함께 어려움을 드러냈다. 그 동안 정부는 청년 실업, 인구절벽 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오히려 악화된 현안들에 대해 여전히 세금을 투입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많은 이들이 청년실업에 대한 좋은 지적을 하고 있지만 1990년대부터 청년취업과 관련해 고민하고 주장하고 연구한 사람으로서 청년실업의 원인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인구구조의 변화, 산업구조의 변화, 사회인식의 변화’라는 세 가지로 특정할 수 있다. 

한국전쟁 이후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국가경제 발전에 많은 인력을 필요로 했고 이에 따른 성장주도형 다양한 인구관련 정책들이 나왔다. 특히 대학의 입학정원을 늘리는데 기여한 졸업정원제(대학에서 입학 정원 이상을 뽑고 졸업 시험을 통해 제한된 정원만을 졸업시키는 제도)와 대학 자율화 정책 등은 에코붐 세대(베이비부머의 자녀세대, 20대 후반)의 노동의 질에 대한 욕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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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대학 정원 자율화 이후 인문계열을 중심으로 정원이 대폭 확대되다 보니 30% 선이던 대학진학률이 80% 선까지 치솟았다. 이는 고학력 청년 실업자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국가경제를 이끌던 산업의 축이 노동집약산업에서 기술 및 자본집약형으로 바뀌고, 생산성 중심의 숫자 위주 고용경제에서 효율성 중심의 가치 중심 사회로 탈바꿈했으며, 개인능력 중심의 서열식 경쟁 사회에서 협력과 상생 팀워크를 기초로 하는 사회로 변화했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의하면 대기업집단의 전체 순 고용 인원은 2013년부터 감소해 2015년에는 1만7000명에 그쳤는데 이는 청년층에서 일자리 취득보다 상실이 더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고용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6년 27.2%에서 2015년 22.6%까지 감소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민족의 뿌리 깊은 DNA의 한 부분인 선비정신에 기초한 직업의식이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요즘 말하는 흙 수저들이 벼슬을 얻는 수단과 신분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교육이 중심에 있었다. 특히, 일제 36년이란 식민지지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 욕구는 더욱 더 절실해졌다. 너도나도 자식을 교육시키는 것이 최고의 미래투자 가치로 생각했고, 그 때문에 교육 수요는 가히 폭발적으로 늘었다. 정작 오늘날 필요한 인재인 기술기반의 이공계 인력은 ‘쟁이’라고 부르며 천대했고 인문계에 치중한 교육을 해온 결과 오늘날 인재의 편중현상과 청년실업 대란을 유발했다. 

노자가 말한 것처럼 청년실업 정책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순리에 따르는 자세와 배후자로서의 관리자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앞서 제시한 목표에 맞추기식의 정책은 다양한 부작용을 양산하고 합의에 이르는데 방해가 될 것이다. 지금 그리고 미래에 적합한 청년실업 정책개발 그리고 차분한 관리와 전문가 및 현장의 목소리에 기초한 정책의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말이 있다.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순리에 따르는 행보와 함께 전문가 및 사회적 합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빚을 물려줄 것인가 아니면 좋아진 고용경제를 물려 줄 것인가를 고민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