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 광화문이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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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을 할 때면 들르게 되는 도시에 따라 그 여정이 즐거워지거나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그 도시의 주변 환경과 생동감, 미관, 문화, 그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여행자의 심상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도시가 주는 경관과 느낌은 여행자뿐 아니라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정서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뉴욕을 방문할 때마다 항상 즐겨 찾았던 곳은 59번가에서 시작되어 110번가에서 끝나는 센트럴 파크(Central Park)였습니다. 거대한 마천루 숲 사이에서 사람이 숨쉴 수 있도록 나무숲과 정원이 있는 센트럴 파크는 아이스링크, 산책로, 동물원과 인공 호수가 있어 경관 또한 아름답고 놀이터로 훌륭하며 셰익스피어 축제 같은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기도 하여 남녀노소 모두에게 푸근한 공간입니다. 더욱이 공원주변에는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있고 조금 동쪽으로는 현대미술관이 있어 뉴욕이란 대도시의 문화와 함께 5번가와 7번가의 패션거리가 형성되어 있으므로 뉴욕의 라이프 스타일을 한눈에 느끼고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삶에 지치고 찌든 노숙자들에게도 열린 공간으로서 그들에게 여름은 천국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미국 서부의 미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할 때는 언제나 아름다운 골든 게이트 브리지(Golden Gate Bridge)를 들르게 됩니다. 그때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골든 게이트 파크(Golden Gate Park)를 꼭 들르는 것은 아름다운 조경 때문만이 아닙니다. 박물관과 과학아카데미, 식물원, 동물원도 있고 여기저기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구경할 수 있는 정원들 그리고 숲이 우거진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일대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무지였으나 공원으로 조성되어 오늘 날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의 휴식의 공간이자 자랑이 되었습니다. 골든 게이트 브리지와 골든 게이트 공원이야말로 이 도시의 긍지이자 상징일 것입니다. 전 서울시장이 예술 섬을 만들기로 했던 한강 다리 아래 강 위에 떠 있는 노들 섬의 계획이 새로운 서울 시장의 취임과 함께 무산되었습니다. 전 시장은 그곳에 6,375억원을 투자해 오페라 하우스 콘서트홀을 만들 예정이었습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정책이라 우려도 했습니다. 그러나 노들 섬이란 운치 있는 이름에 걸맞게 오페라뿐 아니라 문화적인 공간이 그곳에 생긴다는 것이 서울시의 자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시장이 바뀌자 전 시장의 정책은 휴지가 되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서울시장은 그곳에 전 시장의 계획과 반대의 성향인 도시 형 농업공간을 조성한다고 하여 또 한 번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서울시의 예산 사정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한 순간 돌변해버린 계획에 황당한 느낌이었습니다. 대지 중 일부를 테니스장으로 만들고 남은 공간에는 시민에게 1년 단위로 임대하여 어린이 농업전시장등 테마 농장을 만들며 한강대교 동쪽 터는 산책코스를 조성한다고 합니다. 다른 용도로 이 터를 변경하는 데는 2년 여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 남은 여유 시간에 임시로 농장을 운영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농업공원 조성은 시장의 도시 텃밭 등을 통한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강조해온 시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시장은 워크숍에 참석하여 "노들 섬에 본래 지으려고 했던 오페라 하우스가 주는 즐거움보다 풋풋한 농산물이 자라는 걸 보는 즐거움이 더 클 것" 이라며 "노들 섬이나 공원뿐 아니라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한강부지, 경의선부지, 광화문도 농업공간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현재 한강변의 남은 부지들과 둔치를 이용하면 임대용 임시농원이 가능하고 현재의 한강 산책로는 그 자체로도 서울시민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아 있는 부지들을 임시 임대 농업 전시장으로 쓸 수도 있으니 그런 부지들을 이용하면 되지 굳이 노들 섬을 그런 공간으로 조성해야만 할 필요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도쿄시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가 맞닿은 도쿄만의 산책로들은 서울시의 한강변의 공간보다 훨씬 작지만 도쿄 시민들은 전혀 불평 없이 산책을 즐기고 있습니다. 더욱 황당하고 놀랐던 시장의 발언은 광화문도 농업공간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고 한 말입니다. 국가의 얼굴이자 상징이며 수도 심장부인 경복궁의 광화문 앞 광장에 농산물이 자라는 상상을 하면 즐겁다고 하는, 농촌문화에 대한 그리움과 애착이 많은 것 같은 시장은 어떤 관점에서 그것이 즐거울까요? 그곳에 팥, 콩도 심고 상추 쑥갓 배추들을 심어 광화문 앞거리가 농산물이 자라는 거리로 변하면 정말 즐거울 것인지요? 전 서울시장은 유서 깊고 단아했던 세종로 거리를 부수고 '역사의 증인'인 은행나무들을 뽑아버렸습니다. 마치 허허 벌판, 붉은 광장처럼 휑뎅그레한 광장을 만들어 실망을 시키더니 다음 시장인 현재의 시장은 그것도 모자라 이젠 그곳에 농산물을 심는 것도 고려 중이며 그것이 즐거울 것이라고 상상한다니 이것은 산 너머 산이 또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점점 서울시의 행정이 이렇게 반시대적으로 반도시적으로 반문화적으로 가고 있는데 이것이 자랑스런 도시를, 수도를 만들겠다는 것인지요? 서울 시민들이 수도의 자존심과 긍지인 광화문 앞을 농업단지로 바꾸어 도시텃밭을 가꾸는 것이 훌륭한 교육일까요? 꼭 이곳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농산물을 지으며 여가선용을 해야만 하는지 의문입니다. 과연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몸살을 앓는 서울시, 그 공간과 전통 유적문화가 어떻게 파괴되어갈지 두렵기만 합니다. 또한 광화문 광장은 서울시장이 하고 싶은 대로 꾸밀 수 있는 곳 자신만의 공간이 아닙니다. 그곳은 서울시민의 것만이 아니라 이 나라 모든 국민의 전통이 살아있는 유적지입니다. 서울시에서 서울시장의 의사에 따라 바꾸곤 하는 그런 허술한 공간이 아니지요. 한강변 역시 2년 여의 시간이 흐른 후 용도 변경을 하게 되면 그때는 어떤 공간으로 나타날지 그 또한 그 후의 계획이 걱정스럽습니다. 노들 섬 계획은 명칭이 주는 느낌처럼 예술적 공간이 들어서서 한강이 주는 시각적 아름다움과 함께 시너지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면 호주의 시드니 음악당처럼 대도시인 수도 서울에 어울리는 계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천문학적인 공사비는 서민들의 관점으로 보면 부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수도 서울의 또 하나의 상징물일 수만 있다면, 또 그것이 관광자원이 될 수만 있다면 꼭 부정적인 시각만으로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지구상 그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그 도시에 조화되는 아름다운 공원과 배경이 있습니다. 파리의 뱅센(Vincenne) 숲과 도시 곳곳에 들어서 있는 작은 공원들과 문화유적 그리고 센트럴 파크는 서로 조화되는 숲과 인공호수들이 새들과 함께 평화롭습니다. 골든 게이트 파크에는 갖가지 꽃들과 식물로 이루어진 숲이 있어 그 또한 평화롭습니다. 런던의 하이드 파크는 나름대로 주위의 전통적인 건축양식들과 조화되어 일상에 고된 시민들의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채소를 심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만물에는 그에 합당한 격이 있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공원과 도시는 꼭 농산물만이 아니라 그 자연환경과 배경 그리고 역사에 맞는 것들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수도 서울의 아름다움과 긍지는 우리의 깨인 눈으로 지켜내야만 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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