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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_메르스와 도덕의 문제

사이박사 2015. 6. 19. 12:49

메르스와 도덕의 문제

지금의 동기주의 도덕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이 미칠 나쁜 결과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이 메르스 확진자가 아니라면, 자신은 무엇이든 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게다가 우리는 만일 자신이 메르스에 감염된다면 그것은 자신의 책임과 무관한 것이고, 자기 자신이 피해자가 되므로 자신이 감염 사실을 알기 전에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메르스 감염을 막지 못한 사회가 자신에게 더 큰 책임이 있는 이상, 자신은 사회에 대해 마음대로 행동할 권리가 있는 양 믿는다. 이러한 자기 우월적 또는 자기 중심적 도덕관은 자신이 남에게 피해를 끼칠 의도가 없기만 하다면 자신의 어떠한 행동에도 아무 책임이 없다고 생각한 결과이다.

하지만 전염병은 그것이 특정한 누군가의 책임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게 아닌 한, 공동체 모두는 그 전염을 막기 위한 방법과 수단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따라야 한다. 모두가 이러한 노력을 함께 기울이지 않는다면, 전염은 막을 수 없게 되고 만다. 이때 누군가의 "선한 동기"나 "자신이 피해자인지 아닌지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사실은 전염병 자체는 도덕과 무관하다는 사실이다.

누군가 전염병에 걸렸다면 그는 그의 도덕적 책임이나 피해 여부를 떠나 '전염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극단적 보기를 들어, 특정 전염병에 걸린 사람이 소각되어야 한다면, 우리는 그를 소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도덕의 문제가 아닌 '전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해, 이러한 전염의 문제를 도덕의 문제로 잘못 걸고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그 잘못으로 말미암아 '도덕의 세계'가 존립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앗아가는 가장 비도덕적인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지인의 부탁이라는 이유만으로 환경 파괴를 묵인해 준다면, 그 파괴가 '도덕의 세계', 달리 말해, 모여살이(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살아갈 세계)를 무수는 한, 가장 비도덕적인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다만 여기서 문제거리는 도덕세계와 도덕바깥세계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전염병은 그 자체로는 도덕의 바깥, 즉 자연의 세계에 놓인 사건이지만, 그것이 도덕의 세계가 있기 위한 기반이나 토대 또는 조건, 한 마디로 말해, 사회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인 한, 그것[전염병]은 도덕에 앞선 사건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자연이나 인공세계가 도덕의 밑바탕이 된다면, 그 밑바탕의 흔들림이나 무너짐은 곧 도덕의 붕괴를 불러올 게 뻔하다. 이러한 "불러올 뻔"의 연관[걸림새]이 성립된다면, 전염병과 자연파괴는 '비도덕적 행위'보다 더 '비도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도덕"은 무엇인가? 도덕은 "길과 베풂"으로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길을 가르치고 닦도록 하는 일과 그 길을 걸어감으로써 사회에 유익한 짓[말+행동]을 베푸는 일을 체계화한 것(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도덕은 그것이 함께 나눠지는 세계 속에서만 힘을 가질 뿐,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세계[자연+인공물]에서는 아무런 영향력도 발휘할 수 없다.

다시 '보이지 않는 끈'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도덕과 자연은 마치 "열매와 뿌리" 또는 "위와 밑"의 연관처럼 '어긋매낀 끈'으로 묶여 있다. 열매와 뿌리 사이에는 가지와 줄기 또는 자연의 순환과정과 같은 인과계열이 작동하지만, 우리는 그 계열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무에 달린 열매가 뿌리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믿는다. 열매는 뿌리를 밑바탕으로 하여 생겨난 것이고, 뿌리는 그 열매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도덕은 열매로서 주로 사람들의 삶에서 생겨나 펼쳐지지만, 그것의 뿌리는 자연이다. 자연이 병든다면, 곧바로 열매도 조잡들거나 땅에 떨어져 썩게 마련이다. "마련"이라는 말은 '도덕과 자연'의 맞물림 안에는 그 둘이 한데 이어진 그 나름의 이치가 놓여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의 몸이 오늘날 비록 일종의 기호가 되었지만, 몸은 아직 자연의 범주에 가깝다. 그러므로 메르스에 감염된 몸은 병든 자연이라고 볼 수 있고, 그 아픈 몸은 도덕의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나는 도덕과 자연이 서로 '어긋매낌[어긋 맞물림]'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 기초해 메르스 문제는 '도덕의 문제'에 앞선 '자연의 문제'임을 내세우고자 했고, 그에 따라 현재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메르스 도덕'에 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 보고 싶었다. 하늘의 해는 살아있는 모든 것의 삶의 원천이지만 그것 자체가 '도덕의 사건'으로 해석될 수 없다. 그 까닭은 해는 '도덕'의 너머에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만일 누군가 해를 부수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를 막아야 할 뿐 아니라 그의 시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먹은 마음과 하고자 했던 짓은 '도덕 세계 자체'를 무수는[무너뜨리고 부수는] 짓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메르스 감염자가 그 바이러스를 사회에 퍼트리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거나 그 마음을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면 그는 사회적 비난뿐 아니라 강력한 처벌까지 받아야 한다. 다만 이러한 비난과 처벌은 그의 행동이 가져올 위험의 크기, 바꿔 말해, 우리 사회가 전염병을 막아낼 능력의 정도에 맞춰 헤아려져야 한다.
슬기 맑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