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처는 EBS의 방송화면을 잡은 것입니다.
방송이 전하는 바칼로레아의 내용이 무엇인지부터 보실까요?
응시자 다섯 명 중 네 명이 합격합니다. 찍을 수 있는 보기도 없고 외울 수 있는 모범답안도 없는 시험입니다.
시험은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치릅니다. 복잡한 지문도 없고 짧은 한 문장으로 된 철학시험입니다. 2000년에는 ‘타인을 심판할 수 있는가?’였고 1996년에는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1993년에는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가?’였습니다.
세 개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 4시간 동안 답을 씁니다. 철학 과목을 포함한 15개 과목 모두 주관식 논술입니다. 수험생들은 일주일간 시험을 보고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이면 시험에 통과하게 됩니다. 시험에 통과하면 점수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국공립대학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10점 이상 합격자는 수험생의 80% 이상이나 된다네요.
또 10점 미만 불합격자에겐 재시험의 기회를 주고 합격률을 높인다고 합니다. 즉 시험의 목적은 못하는 학생을 가려내고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학생을 합격시켜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이 있는 날 ‘올해 어떤 철학 문제가 나왔을까’하며 프랑스 국민들이 관심을 기울입니다. 수험생처럼 철학 시험 문제를 기다립니다. 정치인들은 TV에 출연해 자신이 작성한 답안을 발표하기도 하고 학자와 시민들은 빈 강당에 모여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거리에서 공원에서 집 안에서 프랑스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온 국민이 시험을 치르는 셈이죠. 그렇게 매년 프랑스가 함께 생각하고 답을 찾아온 것이죠.
1989년 중국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해에는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가?’라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2006년 이민자 폭동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특정한 문화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나왔고요. 2013년 정치인의 탈세와 온갖 비리가 부각되자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도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200년 넘게 프랑스 시민을 생각에 빠뜨린 바칼로레아, 즉 이 시험의 목적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죠.
물론 바칼로레아가 정답은 아닙니다. 반대로 우리 서열주의식 입시를 무턱대고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겠죠. 바칼로레아는 그러나 미래를 짊어질 다음 세대에게 생각하는 힘을 갖도록 한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또 우리 시험은 정답을 맞추는 시험이라면 프랑스 바칼로레아는 정답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입시 한파를 피하려고 수능일을 앞당겼는데 목요일 갑자기 추워진다고 합니다. 수험생 여러분들 긴장하지 마시고 수능 잘 보시길 바랍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