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몹쓰리)의 문제/ 세월호

유병언 음모론_정부에 대한 불신 70%를 넘어

사이박사 2014. 7. 23. 21:09

'못믿겠다'…무능 공권력 '불신의 망령' 키워

[뉴스분석] ‘못믿겠다’ 공화국… 이번엔 유병언 음모론
"유병언 대역… 발표시기 조율…" 헛발질 수사가 의혹 확대재생산

“억울하게 ‘유병언’이 되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2일 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유병언(73) 청해진해운 회장 시신 발견 기사에 달린 비꼬는 댓글이다. 이 댓글은 수 시간 만에 1만건이 넘는 추천을 받았다.

지난 21일 유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이를 둘러싼 각종 ‘음모론’이 쏟아지고 있다. 시신이 유 회장이 아니라는 의혹부터 검찰이 오래전부터 유 회장의 사망을 알고 있었으나 발표 시기를 저울질했다는 것까지 다양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유 회장의 시신임을 최종 확인했음에도 인터넷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온갖 의혹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검찰과 경찰, 정부에 대한 불신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모론은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제기됐다. ‘광우병 괴담’에 이어 천안함 폭침 사건 역시 발생 4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 이들이 많다. 지난해 8월 한국갤럽의 설문조사 결과 천안함 사건을 ‘북한 소행’이라고 응답한 30대는 44%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경우 생존자 수 등을 둘러싼 정부의 오락가락 발표와 미흡한 대처로 ‘정부 불신’의 불을 지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 발표에 불신이 생겼다’는 응답은 71.9%에 달했다. ‘정부의 발표에 대해 진정성을 느꼈다’는 응답은 7.4%에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국가개조’를 위한 조치를 내놓았지만 참사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다.

40여일간 검찰과 경찰이 총동원돼 체포에 나섰던 유 회장은 집중 수색 구역 인근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송치재 휴게소 주변을 55회에 걸쳐 연인원 8000여명을 동원해 정밀 수색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지지 않은 정부와 유 회장 주검 발견에서 드러난 검·경의 부실수사가 국민들의 불신을 부채질하는 셈이다. 

세월호 100일… 특별법 제정 촉구 도보행진 세월호 참사 발생 99일째인 23일 오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 학생 대열이 안산단원고교 앞을 지나가고 있다.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가족 대책위와 시민, 사회단체 회원들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서울로 향했다.
안산=이재문 기자
고양버스터미널 화재장성 노인요양원 화재, 서울지하추돌사고, 소방헬기 추락사고 등 잇따른 사고도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회사원 성모(33)씨는 “평소 음모론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번 음모론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렇게 만든 정부의 탓도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기되는 의혹들을 풀지 못하고 넘어간다면 앞으로 음모론이 확대재생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기본적으로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다 보니 이런저런 음모론들이 나오는 것”이라며 “사회적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수사체계에 대한 불신과 음모론은 계속 나오기 때문에 정부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권이선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