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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두 달]대형참사 진상규명 '좌절의 법칙' 왜

사이박사 2014. 6. 15. 23:05

[세월호 참사 두 달]대형참사 진상규명 '좌절의 법칙' 왜

반짝 관심·급조 대책으로 번번이 실패… 악순환의 문제는 뭘까
유관기관 비협조·유가족 분열에 시간 지나면 흐지부지
대구 지하철·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 때도 동일한 수순
경향신문 | 박은하 기자 | 입력 2014.06.15 21:50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정확히 두 달이 지났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거리로 나와 진상규명을 위한 1000만인 서명을 받고 있다. 여야는 국정조사까지는 합의했으나 기관보고 등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정부와 정치권은 사고가 재발되지 않게 철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왔다. 지난달 27일 재난가족협의회를 결성한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 대구 지하철 방화 사고,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고 등 참사 유가족들은 사고 발생 초기 관심은 많지만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은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대형사고는 반복돼왔다고 말한다. 뭐가 문제였을까.





서울광장 끝나지 않는 추모15일 휴일을 맞은 시민들이 서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아 추모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 충격 속 쏟아지는 관심과 약속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 이튿날인 2013년 7월19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학생들의 시신이 임시 안치된 태안의료원을 방문했다. 서 장관은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상규명에 총력을 다하고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부는 22일 총괄반, 사고조사반, 사후대책반으로 구성된 사고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자녀의 장례를 앞둔 유가족들은 보상 문제에 힘을 쏟을 겨를이 없었다. 이정석 공주사대부고 총동문회 사무처장 보증하에 보상금 문제를 구두합의하고 유가족들은 장례를 치렀다.

■ 의혹만 남긴 수사

해병대 캠프 사고 관계자 중 김모씨(37) 등 4명과 안면해양유스호스텔 대표 오모씨(51) 등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캠프장은 마땅히 갖춰야 할 인명구조시설인 계류장이 없었고, 교관들은 인명구조 자격증이 없는 무자격자들이었다. 공주사대부고 교사들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태안 해경, 태안군 공무원도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 조사 단계에서 제외됐다. 업무미숙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고 군 공무원의 경우 '과태료'를 물리는 등 나름의 감독을 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유족들은 현장조사까지 하며 재수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소된 이들은 모두 1년6월~2년6월형을 선고받았다.

192명이 사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에서는 시신이 수습되기도 전에 증거인멸 논란이 일었다. 사고 직후 대구시와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들이 사고 차량을 기지로 회송시켜 물 청소를 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유가족들은 대구시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했지만 기관사, 관제사, 역무원 등 지하철 현장 직원 8명만 기소됐다.

■ 보상 문제로 찢겨진 유가족

수사 결과에 유가족들이 반발하는 와중에 보상 논의가 진행됐다.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 유족들은 장례를 치른 뒤 제3자가 보증한 구두약속은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보상금을 한푼도 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며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일부는 교육부에 '더 이상의 사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보상에 합의했다. 교육부는 이후 사건이 해결됐다며 손을 뗐다고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참사 희생자 가족 대표 이후식씨는 전했다.

■ 정부와 직접 싸우는 유가족

해병대 캠프 사고 유가족 일부는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공무원들의 관리감독 소홀 혐의를 밝히기 위해 자구책에 나섰다. 교육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중앙부처에 민원을 넣었지만 진상조사 요구는 묵살됐다. 태안군 청소년 시설 담당 공무원들은 경찰 조사 진행 중 다른 곳으로 발령났다. 청소년수련장 관리 소홀 의무에 대해 항의하면 여가부와 태안군이 '서로의 책임'이라며 끊임없이 미뤘다. 유가족 세 가정은 결국 지난해 9월부터 청와대 앞 1인시위를 시작했다.

해병대 캠프 사고 희생자 이준형군의 어머니인 문광숙씨는 "언론은 장례식이 끝나면, 정부는 보상이 끝나면 발을 뺀다"며 "누구도 책임 있는 모습으로 끝까지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석기 대구지하철 참사희생자 대책위원장은 "힘없는 유가족이 사고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지방정부를 상대하는 것이 힘들었다"며 "언론과 사회단체, 정치권, 종교단체 등 공적기구가 체계적으로 조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