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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인터넷 언어_최원미

사이박사 2014. 5. 29. 11:34

5월 29일

 

http://www.urimal365.kr/?p=14829

 

  • 태국 청소년들도 통신언어를 쓴대요!

     
     

    어느 문화권에나 청소년젊은이들이 사용하는 그들만의 언어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자신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유대감과 소속감을 다지기도 하고, 기성세대와의 보이지 않는 선을 긋기도 한다.
    필자는 4월 한 달간 태국 치앙마이에서 약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람푼에 있는 중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캠프 및 수업을 진행하였다. 그곳에서 만난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태국의 청소년 어휘를 조사했다. 태국은 라인LINE이나 페이스북facebook 같은 누리소통망SNS이 매우 발달해 있어 청소년 용어는 주로 문자 용어에 더 많이 분포되어 있었고 일부 어휘는 말하기에도 사용되고 있다. 오늘은 그중 자주 쓰이는 10개의 표현을 소개하겠다.

     

    1)이산 수린 지역에 있는 씨링톤 중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전자 우편으로 확인한 결과, 이 글에 소개된 어휘를 그 지역 학생들도 사용하고 있다는 답을 받을 수 있었다.

     

     

    1. 벙똥บ่องตง
    의미: 진짜로, 정말 확실하게 말해서
    어원: 벅 뜨롱뜨롱บอกตรงๆ 벅บอก-말하다/뜨롱뜨롱ตรงๆ-정확하게, 확실하게

     

    ‘벙똥’은 ‘벅 뜨롱뜨롱’을 빠르게 줄여서 말하면서 일어난 발음의 변화로 만들어진 말이다.

     

     

    2. 쭝베이จุงเบย
    의미: 매우, 몹시, 아주 심하게
    어원: 짱르이จังเลย매우, 몹시, 아주 심하게

     

    ‘쭝베이’는 ‘짱르이’와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로서 채팅에 주로 사용되는 문어적 표현이다. 쭝베이는 태국어로 표기하면 ‘จังเลย’인데 이 중 모음 ‘ㅏ ’와 모음 ‘ㅜ ’가 인접해 있고, 자음 ‘ㄹ’과 자음 ‘ㅂ’이 또한 바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키보드를 누를 때 실수로 오타가 나는 것이 굳어져서 ‘쭝베이จุงเบย’라는 청소년 채팅 용어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오타로 인해 파생된 어휘로 ‘오나전완전의 오타’이 있다.

     

    태국어 자판 키보드 예시1

     

     

    3. 풋풋ฝุดๆ
    의미: 힘 내자
    어원: ‘쑷쑷สุดๆ’에서 파생된 단어로 특별한 인과 관계는 없다.

     

    태국 청소년들에게 물어보니 ‘풋풋’의 발음이 마치 아기가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옹알이를 하느라 원래 단어인 ‘쑷쑷’을 부정확하게 말하는 것과 같이 귀여운 느낌이 들어 이 말을 쓴다고 하였다.

     

     
     

    4. 꾸กู
    의미: 나/저폼ผม/찬ฉัน/누หนู와 같은 의미
     
    5. 믕มึง
    의미: 당신/너쿤คุณ과 같은 의미
     
    6. 댁แดก
    의미: 먹다낀กิน과 같은 의미

     

    위에 소개한 세 단어는 타이 문자를 창제한 람캄행 대왕의 재위 시절에는 표준어로 사용되던 어휘였다. 람캄행 대왕이 본인을 지칭할 때 사용하던 어휘가 ‘꾸กู’ี’였고, 백성들을 지칭할 때 사용하던 어휘는 ‘믕มึง’, ‘먹다’에 해당하는 동사는 ‘댁แดก’이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세 단어 모두 청소년들 사이에서만 쓰이고 있으며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은어로 여겨진다. 특히 댁แดก 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먹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씹지도 않고 입안으로 쏟아 부어 넣다’라는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어서 사용하기에 조심스러운 표현이다. 이 세 단어는 귀족 어휘로 사용되던 것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비격식적 표현으로 변화한 것으로, 언어의 역사성을 잘 보여 주는 사례이다.

     

    2)‘댁แดก’은 청소년 은어로 분류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산 지역에서는 지역 방언으로 굳어져 전 연령층에 걸쳐 생활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7. 따엥ตะเอง/뗑เตง
    의미: 그대/당신
    어원: 뚜아ตัว몸/엥เอง자신

     

    직역하면 ‘자기 자신’, 의역하면 ‘내 분신 같은 그대여’라는 뜻이다. 연인 사이에서 서로를 표현할 때만 쓴다. 요즘은 ‘뚜아엥ตัวเอง’에서 더 줄인 표현으로 ‘뗑เตง’을 더 많이 쓴다.

     

     

    8. 판디ตะเอง/뗑ฝรรดี
    의미: 잘 자요
    어원: 판디ฝันดี

     

    ‘판디ฝรรดี, ฝันดี’는 의미와 발음이 같지만 표기가 다르다. 태국어에서는 ‘’가 두 개 연이어 쓰일 때 ‘안รร’으로 발음하기 때문에 본래의 ‘판디ฝันด’ีี ี’에 있는 모음 ‘ㅏ’와 받침 ‘ㄴ’을 대신해서 ‘’ 두 개를 넣어 ‘판디ฝรรดี’로 쓰고 읽는다.

     

     

    9. 크랏ครัช
    의미: 공손의 표현으로서 남성 화자들이 문장의 맨 끝에 붙여서 말하는 종결 어미원래는 ‘크랍ครับ’

     

    ‘크랍ครับ’을 키보드에서 적을 때 ‘’ 대신 인접해 있는 ‘’을 잘못 타이핑하는 실수가 굳어져 청소년 용어로 자리 잡았다. 문어로만 쓰인다.

     

    태국어 자판 키보드 예시2

     

     

     

    10. 외래어에서 온 청소년 용어, 파이ไฟ้/펠ฟล

     

    ‘파이’는 영어 ‘fight’에서 왔고 ‘펠’은 ‘fail’에서 왔다. 의미는 영어의 원뜻과 같으나 표기는 태국어로 하며 말하기와 쓰기에 모두 사용된다.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하겠지만 태국 사회에서도 청소년들이 쓰는 어휘는 조금은 공손하지 못한 언어, 한때 사용하고 마는 언어 정도로 여겨지며 그 생명력도 약할 것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이 옳다고만 할 수는 없다. 실제로 태국인이 채팅 용어로 사용하는 ‘하하하하5555’ 나 ‘흐흐หึหึ’, 또는 ‘탐아라이ทำอะไร, 뭐해?’를 ‘탐라이ทามราย’로 쓰고 말하는 것 등은 청소년들로부터 퍼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보통 발음의 경제성이나 효용성을 고려해 줄여서 표현한 것인데, 이는 남녀노소 모두가 선호하여 세대와 관계없이 빈번하게 사용하는 언어가 되었다. 또한 청소년 언어를 비주류 언어라고 볼 수만은 없다. 람캄행 대왕이 사용하던 귀족 어휘가 700년이 지난 요즘 청소년들이 쓰는 언어가 되었듯이 오늘 소개한 표현이 언젠가 태국의 귀족 어휘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글_최원미
    동덕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으로 태국 수린직업전문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