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모여살이)

[스크랩] “조씨 총기사건, 유영철 연쇄살인과 비슷한 심리”

사이박사 2007. 4. 24. 01:01
출처 : 총기난사
글쓴이 : 한겨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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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3일 (월) 09:01   한겨레

“조씨 총기사건, 유영철 연쇄살인과 비슷한 심리”


[한겨레]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난 조승희씨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온 세계가 충격에 빠져있다. 조씨가 스스로 찍은 사진과 비디오로 사회를 향한 뒤틀린 분노를 표현해 이 역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임상심리학자 및 정신과 의사들은 미국의 자유로운 총기 이용이 이번 사건의 일차적 원인이지만, 가난 등에 지친 부모나 학교 등이 아이를 방치했던 환경도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사람들이 조씨와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추정할 수 있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망상, 반사회 인격장애=아직까지 조씨에 대한 정신병리적인 진단 등이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여러 전문가들은 그의 비디오나 사진, 메모 등을 바탕으로 사실이 아닌 헛된 믿음을 가진 망상형 정신장애, 반사회적 인격 장애 등을 가진 것으로 추정한다.

유범희 성균관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조씨가 자신을 조직적으로 괴롭히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오랫동안 누적된 피해 망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우종민 인제의대 정신과 교수도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애정 결핍이나 이민자에 대한 차별 등을 겪으며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조씨와 유사한 인물이 우리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조용범 생명인권운동본부 공동대표는 “피해 망상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드문 것이 아니다”며 “예를 들면 방식은 다르지만 이전의 유영철이 벌인 연쇄살인과 심리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를 예방하려는 가정과 사회의 노력은 절실히 요구된다.

적절한 예방 필요=사회에 대한 분노와 그릇된 피해 망상이 있다 해도, 모두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회적 관심과 대처를 통해 예방할 수도 있다.

우 교수는 “이민 1세대인 부모도 가난 등에 지쳐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조씨에게 관심을 줄 수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서도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애정이나 관심을 덜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한 청소년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장(소아정신과 전문의)은 “조씨의 부모는 아들의 문제를 주변의 아는 사람들이나 목사 등을 찾아가 도움을 구했다”며 “이 부모 역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가진 한국적 정서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소장은 “정신 질환 역시 몸이 아픈 다른 질환과 같이 취급되면서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치료가 되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폭력적 컴퓨터 게임은 금물=많은 정신 질환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예가 많다. 하지만 총으로 사람을 쏴서 죽이는 게임 등에 빠져 있다면, 정신질환이 없더라도 심각한 폭력적인 성향을 갖게 될 수 있다.

조용범 생명인권운동 대표는 “미국에서 총으로 사람을 쏘아 죽이는 게임에 빠진 미국 명문대생들은 임상심리 상담 과정에서도, 항상 옆에서 감시받거나 조준 당하고 생각할 정도”라며 “조씨처럼 피해 망상 등이 심한 상황에서 이런 게임을 했다면 총기 난사 범행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 소장 역시 “우리나라에서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이 일기장 등에 친구를 쏴 죽이는 그림을 그리는 등 폭력성을 보인다”며 “일차적으로는 부모의 관심이, 사회적으로도 폭력적인 게임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이를 외톨이로 만들지 않도록 관심을 갖는 일 역시 필요하다. 일부 부모들은 다른 아이와 차이만을 너무 강조해 아이들이 배타적이 되도록 만들기도 하는데, 이는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역시 피해야 할 일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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