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모여살이)

[스크랩] 조승희, 조용한 수학천재서 '이스마일 도끼' 되기까지

사이박사 2007. 4. 22. 21:22
출처 : 북미/중남미
글쓴이 : 조선일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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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1일 (토) 02:55   조선일보

조승희, 조용한 수학천재서 '이스마일 도끼' 되기까지

범죄자는 태어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버지니아 공대 총격 참사를 일으킨 후 자살한 조승희의 23년 인생을‘이스마일의 도끼(신의 처형 등으로 해석)’로 이끈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역정을 되짚어보면 곳곳에서 그‘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초등학교… 운동 잘하고 똑똑한 모범생

처음부터 조승희가 ‘왕따’인 건 아니었다. 서울 모초등학교를 다니던 조승희의 담임은 “평범한 아이였다”고 기억한다.

고모는 “공부는 잘했지만 내성적이었다”고 그를 떠올렸다. 다만 외조모는 “말수가 워낙 적어 부모가 걱정했다”고 했다.

1992년 초등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온 조는 영어가 그리 필요하지 않은 수학에선 ‘천재’로 통했다. 운동도 잘하고 똑똑한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는 거의 없었다.

그를 기억하는 한 동창생은 “그가 스스로를 격리시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친지들은 그가 어릴적부터 활달했던 누나와 달리, 워낙 말수가 적어 부모를 애태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학교… “항상 혼자 밥 먹고 외로워 보여”

그의 존재감은 점점 사라져갔다. 19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이 공개한 조의 중·고시절 기념앨범(year book)에도 조는 외톨이였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조는 1998년 중학교 1학년 때의 앨범에만 밴드부에 소속돼 단체 사진을 찍은 것이 있을 뿐 다른 아이들과 어울린 사진이 없었다. 300쪽이 넘는 두꺼운 고교 졸업앨범에 실린 그의 추억은 증명사진 같은 조그만 것 한 장밖에 없었다.

그가 나온 초·중·고등학교는 거의 한동네라고 할 만큼 가까이 모여 있는데도 ‘그와 친하게 지냈다’는 동창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놀림감’이었다. 한 동창은 “중학교 친구들이 그를 밀쳐 쓰러뜨리고, 비웃는 등 괴롭힘이 심했다고 들었다”며 “특히 어눌하고 이상한 발음 때문에 더 놀려댔다”고 말했다. 중·고교를 함께 다닌 존 단토니오(D’Antonio)는 “5년 동안 그 친구 입에서 들은 단어가 50개도 안 될 것”이라며 “항상 카페테리아에서 혼자 밥을 먹었고, 너무 외로워 보여서 내가 슬플 정도였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손봐 줄 사람 명단’ 갖고 다녀

그래도 공부는 잘하는 편이었다. 그와 함께 웨스트필드 고등학교를 다녔다는 한 학생은 “조는 정말 똑똑(supersmart)했지만 너무 말이 없고 외톨이어서,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친구(confused kid)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학교생활은 점점 더 악몽이 돼 갔다. 동창인 크리스 데이비스(Davids)는 “수업시간에 책을 읽으려 하지 않아 선생이 억지로 읽게 했는데, 그제서야 입안에 무엇을 담고 있는 듯한 이상한 목소리로 책을 읽었다”며 “그러자 교실 전체가 웃기 시작했고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대인관계를 기피하고 외톨이가 됐던 그의 성장기 학창생활은 그의 내면에서 외부세계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고 도착적 세계관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와 고교를 같이 다닌 카맨 블랜던(Blandon·현재 웨스트 버니지아대학 재학)은 “조가 학교 때 ‘손봐줄 사람 명단’을 만들어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폭력적 시 자주 짓고, 고치라해도 그대로 내 

그의 성격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불을 켜놓고 자고, 새벽부터 일어나 똑같은 음악만 반복해서 듣거나, 남는 시간엔 혼자 농구를 하고, 혼자 밥을 먹는 등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수들은 그에게 말을 걸면 최소 20초는 지나야 겨우 한마디 들을 수 있었다.

영문과 니키 지오바니(Giovanni) 교수는 조를 수업시간에 불필요한 말썽을 일으키는 ‘사고뭉치’이자 ‘깡패’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지오바니 교수는 “그는 늘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매번 수업시작 전에는 그에게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으라고 잔소리를 해야했다”고 말했다. 폭력적이고 외설적인 내용이 포함된 이상한 시를 자주 지어와 이를 고치라고 지시했으나 조는 세 차례나 똑같은 시를 그대로 제출하며 반항했다. 비밀경호대(SS)의 심리연구실장이었던 마리사 란다조(Randazzo)는 AP통신과의 회견에서, 교내 총격사건 범인들의 71%가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면서 자란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구부러진 세계관과 극단적인 공격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조는 그런 선례를 그대로 따르는 교과서적 경우라고 말했다.

[워싱턴=허용범 특파원 heo@chosun.com]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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