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모여살이)

[스크랩] 고립된 자아·폭력문화가 빚은 ‘저주의 복수극’

사이박사 2007. 4. 19. 23:05
뉴스: 고립된 자아·폭력문화가 빚은 ‘저주의 복수극’
출처: 경향신문 2007.04.19 19:50
출처 : 사회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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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자아·폭력문화가 빚은 ‘저주의 복수극’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이 새로운 각도에서 주목 받고 있다. 조승희씨(23)가 NBC에 보낸 우편물에서 ‘콜롬바인 총기난사’ 등 과거 참사들과의 유사성이나 영화·게임 등 대중문화의 폭력적 요소들이 곳곳에서 감지되면서다. 미국 언론들은 조씨가 동영상·사진·텍스트 등 다양한 미디어를 동원한 점에서 ‘multimedia manifesto(복합미디어 선언문)’로 이름짓기도 했다. 고립된 자아와 폭력문화가 결합한 ‘병리(病理)적’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조씨의 ‘선언문’과 행적에서 드러난 4가지 모방성을 살펴봤다.








유나보머 테러…범죄 합리화 ‘우편물 발송’유사

조씨의 범행수법이 ‘유나보머(Unabomber) 테러’로 불리는 연쇄 편지폭탄 테러범 시어더 카진스키와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버드대 출신의 수학 천재로 버클리대 교수였던 카진스키는 1978년부터 1995년까지 16차례에 걸친 소포폭탄 테러로 3명을 숨지게 하고 23명에게 부상을 입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문명혐오주의자인 그는 ‘유나보머 선언문’으로 명명된 ‘산업 사회와 미래’라는 제목의 편지로 자신의 범행이 현대기술 문명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로 과학기술과 관련 있는 대학(University)과 항공사(Airline)에 폭탄을 보내 ‘유나보머’란 별명이 붙었다.

조씨가 ‘선언문’에서 현대사회의 ‘물질만능’과 ‘탐욕’, ‘쾌락주의’에 대한 징벌을 범행의 명분으로 삼았다. 조씨는 “너는 벤츠로도 부족했지. 속물 덩어리 너는 금목걸이로도 만족하지 못했어. 보드카, 코냑도 충분하지 않았고 그 모든 향락에도 너는 만족하지 않았어. 이 모든 것이 너의 쾌락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거야”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너(You)’는 미국 사회를 지칭한 것으로 보는 해석이 많다.

조씨가 범행 전 언론 매체에 범행의 명분을 주장하는 ‘선언문’ 형태의 우편물을 보낸 수법도 유사하다.

그 점에서 전문가들은 “조씨가 오랫동안 고립된 채로 생활하면서 세상을 자신만의 좁은 시각에서 보는 편집증이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광호기자〉



‘복수’를 모티브로 한 한국영화 ‘올드 보이’ 장면들과의 유사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조씨가 NBC에 보낸 사진 중 가장 불가해한 사진의 영감은 칸영화제 대상을 받은 한국영화에서 온 것 같다’고 전했다. 바로 조씨가 ‘망치’를 들고 위협하는 사진이다.

실제 조씨의 사진과 영화 속 주인공 대수(영화배우 최민식)의 사진은 망치를 치켜든 손의 위치와 방향, 팔의 각도, 증오가 가득 찬 표정 등이 놀랍도록 닮았다. 뉴욕타임스는 “두 사진의 포즈는 유사하고, 영화의 구성(plot)은 더 살펴볼 가치가 있을 만큼 음울하다”고 평가했다.

영화는 평범한 회사원 대수가 납치를 당해 15년간 감금당한 뒤 풀려나, 감금 당한 이유를 더듬어가면서 복수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은 조씨가 권총 자살을 암시한 사진처럼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 머리 관자놀이 부분에 권총을 쏘아 자살을 하는 것으로 끝난다. 뉴욕타임스는 평론가 마놀라 다기스의 말을 인용, “영화의 사망자 수와 가학적 폭력은 고급 예술과 저급 예술의 차이를 분간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컬트 영화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NBC는 조씨가 총을 겨누는 장면이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로버트 드니로를 연상시킨다고 보도하는 등 미국 언론들은 조씨의 사진들이 대부분 각종 영화 장면을 모방한 것으로 분석했다. ‘택시 드라이버’는 외롭고 소외된 주인공이 결국 분노를 폭발시킨다는 내용이다.

버지니아 공대 폴 해릴 교수는 두 장면의 유사성을 통해 조씨가 32명을 죽이는 데까지 이르도록 한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를 바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김광호기자〉

◇ 영화 ‘올드보이’…증오찬 표정·망치 사진 흡사

‘복수’를 모티브로 한 한국영화 ‘올드 보이’ 장면들과의 유사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조씨가 NBC에 보낸 사진 중 가장 불가해한 사진의 영감은 칸영화제 대상을 받은 한국영화에서 온 것 같다’고 전했다. 바로 조씨가 ‘망치’를 들고 위협하는 사진이다.

실제 조씨의 사진과 영화 속 주인공 대수(영화배우 최민식)의 사진은 망치를 치켜든 손의 위치와 방향, 팔의 각도, 증오가 가득 찬 표정 등이 놀랍도록 닮았다. 뉴욕타임스는 “두 사진의 포즈는 유사하고, 영화의 구성(plot)은 더 살펴볼 가치가 있을 만큼 음울하다”고 평가했다.

영화는 평범한 회사원 대수가 납치를 당해 15년간 감금당한 뒤 풀려나, 감금 당한 이유를 더듬어가면서 복수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은 조씨가 권총 자살을 암시한 사진처럼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 머리 관자놀이 부분에 권총을 쏘아 자살을 하는 것으로 끝난다. 뉴욕타임스는 평론가 마놀라 다기스의 말을 인용, “영화의 사망자 수와 가학적 폭력은 고급 예술과 저급 예술의 차이를 분간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컬트 영화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NBC는 조씨가 총을 겨누는 장면이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로버트 드니로를 연상시킨다고 보도하는 등 미국 언론들은 조씨의 사진들이 대부분 각종 영화 장면을 모방한 것으로 분석했다. ‘택시 드라이버’는 외롭고 소외된 주인공이 결국 분노를 폭발시킨다는 내용이다.

버지니아 공대 폴 해릴 교수는 두 장면의 유사성을 통해 조씨가 32명을 죽이는 데까지 이르도록 한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를 바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김광호기자〉

콜롬바인 총기사건…범행 당일 행동 태연

조씨는 ‘선언문’에서 1999년 4월 발생한 콜롬바인 고교 총기사건의 주범인 에릭 해리스와 딜란 클레볼드를 ‘순교자(martyr)’로 표현했다. 바로 오는 21일이 이 사건의 8주기 추모일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조씨의 범행은 계획적인 것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 콜로라도주 콜롬바인 고교에서 일어난 사건 당시 평범한 고교생이던 에릭과 딜란은 도서관에서 900여 발의 총알을 난사, 학생 12명교사 1명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별한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조씨가 사건 당일 아침 평소처럼 평온한 일상을 시작한 것처럼 에릭과 딜란도 사건 당일 오전 태연하게 볼링 수업을 듣기도 했다.

영화 ‘화씨 9·11’의 감독 마이클 무어는 2002년 이 점에 착안, 다큐멘터리 영화 ‘볼링 포 콜롬바인’을 만들었다.

사건의 뿌리가 미국 정부의 느슨한 총기 규제에 있다는 점을 정면 비판하면서, 공포를 조장해 권력을 유지하는 미국 정치의 폭력성을 고발했다. 동영상 곳곳에서 조씨가 “너는 내 가슴을 짓밟고 영혼을 능욕했으며, 양심을 불로 지졌다”고 알 수 없는 폭력과 모욕, 고통을 호소한 대목과 묘하게 중첩된다.

따라서 조씨는 에릭과 딜란에 대한 언급을 통해 이들에 대한 정서적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영화의 프리즘을 통해 걸러진 관점에서다. 실제 조씨는 ‘선언문’에서 “나는 약자들과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처럼 죽는다”고 스스로를 순교자로 묘사했다.

〈김광호기자〉

비디어 FPS게임…가상공간의 사격게임 하듯이 몰입

권총 두 자루를 휴대하고 눈에 띄는 대로 상대방을 살해한 조승희씨의 범행 방식은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FPS게임(First Point Shooting, 1인칭 사격 게임)과 유사하다.

FPS게임이란 게이머가 주인공이 되어 화면에 나타나는 적을 제거하는 사격 게임의 일종으로 1인칭 시점으로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에 마치 자신이 가상공간 안에서 직접 전투를 벌이는 듯한 몰입감이 특징이다.

미 경찰은 16일 오전 7시15분쯤 기숙사에서 두 사람을 살해한 조씨가 600여m 떨어진 노리스 홀(공학부 건물)에서 2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오전 9시46분쯤 노리스 홀에 들어선 조씨는 206호 강의실을 시작으로 복도와 강의실을 휘저으며 30여분 동안 엄청난 양의 탄약을 쏟아부으며 기계적으로 발포했다. 목격자들은 조씨가 “탄창이 주렁주렁 매달린 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시종일관 침착하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번 사건이 미로처럼 굽어진 복도와 복잡한 방들을 지나 상대방을 ‘섬멸’하는 것이 목적인 FPS게임과 닮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장갑을 끼고 쉴 새 없이 탄창을 갈아끼워가며 권총을 난사하는 이른바 ‘쌍권총 모드(mode)’다.

공교롭게도 조씨가 범행에 사용한 글록 9㎜ 권총은 FPS게임에서 소(小)화기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범행 당일 NBC사에 보내진 조씨의 영상과 사진이 공개된 뒤 인터넷에서는 ‘유명 FPS게임의 테러범 복장과 유사하다’는 네티즌들의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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