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모여살이)

[스크랩] “한국은 사상이 신앙 위에 있다”

사이박사 2007. 1. 17. 07:05
뉴스: “한국은 사상이 신앙 위에 있다”
출처: 한겨레21 2007.01.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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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6일 (화) 08:02   한겨레21

“한국은 사상이 신앙 위에 있다”


[한겨레] 반년째 매카시즘의 사슬에 얽매어 있는 정진권 염창교회 목사의 심경“노란색으로 칠한 사택 보고 열린우리당 지지하는 좌경이냐고 하더라”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매카시즘의 사슬은 정진권(52) 염창교회 목사를 자꾸만 조이는 듯했다. 교회 홈페이지에 세 차례 해명을 올리고 설교 시간에 용서를 구했지만, 한국 교회는 그의 사상을 시험에 들게 하고 반년째 놔두질 않고 있었다. 그는 매일 밤 11시에 그를 지지하는 교인들과 함께 기도를 하고 있었다. 1월4일 오후 염창교회에서 정 목사를 만났다.

서울남연회 선거에서도 책 복사해 돌려

<사진으로 본 분단 60년>을 어떻게 만들게 됐나.

=세계감리교대회(WMC)의 주제가 ‘화해’였다. 그런데 정작 행사에 화해와 평화라는 주제의 프로그램이 없더라. 전세계에서 3천 명이 참석하는데,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부탁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총무를 맡고 있는 탈북자 선교단체인 북방선교회와 감리교평화연구소가 평화포럼을 만들어 이 일을 맡기로 했다. WMC에 3대 제안을 했다. 휴전선 근처 도라산역 예배, 국제평화포럼 개최, 분단 60년사 편찬 등이었다. 분단 60년사 집필을 평화포럼이 주관하기로 한 것이다.

사상 논쟁으로 번지게 된 발단은 무엇이었나.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가 “좌경·반미적인 자료가 어떻게 WMC에 있을 수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들었다. 다른 보수적인 목사, 장로들도 문제를 제기해 3천 권 가운데 국내 참석자에게 배부된 700권을 회수했다. 광주항쟁, 노근리 사건, 4·3항쟁 등이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조지 프리먼 WMC 총무는 “책 내용이 좋은데 왜 회수하냐”며 의아해했다. 심지어 프리먼 총무는 노근리 문제에 대해 “우리(미국)가 회개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대회가 끝난 뒤, 서울남연회 감독 선거에서는 이 책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 한정석 후보와 다른 후보가 맞붙었는데, 상대편이 이 책을 복사해 돌리면서 색깔 논쟁이 붙었다. 내가 한정석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거든. 그 뒤 문제가 커져 교단 총회에서 조사위원회가 구성되고 자격심사위에 회부됐다.

자격심사위에서 뭐라고 답했나.

=공산주의자라 할지라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산주의자도 우리 동포고, 선교 대상 아닌가. 그 생각이 잘못됐다면, 나는 빨갱이다. 다행히 자격심사위는 나를 건강한 감리교 목사라고 판정했다.

다른 사상적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나.

=서울남연회 평신도회 총무들이 내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북한주체사상연구>라는 책을 보고 나를 좌경 목사로 몰았다. 나는 탈북자 선교를 위해 주체사상을 연구한다. 전도하려면 북한 사람들부터 이해해야 되지 않겠나. 더욱이 이 책은 주체사상 비판서다. 또 한번은 노란색으로 칠해진 사택을 보고, 염창교회는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좌경 교회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까지 신앙이 사상과 지역, 모든 걸 뛰어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그게 아니었다. 사상이 신앙 위에 있었다.

레슬링 선수처럼 버티겠다

감리교 비전향 장기수 지원단체인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을 용공으로 규정하고 문제 삼고 있던데.

=그곳의 이사장을 맡은 적이 있다. 적도 먹여살리는데, 장기수들을 못 돕겠나. 나는 그 일을 통해 공산주의자가 기독교인이 되는 걸 봤다.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카를 바르트가 그러지 않았나. 진정한 기독교인은 진정한 사회주의자이고, 진정한 사회주의자는 진정한 기독교인이라고.

그럼에도 교인들은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선악을 따지기 전에 내가 원인을 제공했다. 그 점을 회개한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분단을 뼈저리게 느꼈고 통일의 필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WMC를 한국에서 다시 한다면, 난 다시 책을 낼 테다. 그만큼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 퇴진 압력에도 레슬링 선수가 납작 엎드려 버티는 것처럼 버틸 것이다. 버티는 것도 목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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