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유경숙 작가 블로그] 문명의 변곡점을 섬세하게 짚어간 소설
구연상 교수의 "AI 몸피로봇, 로댕" 북토크
구연상 교수의 『AI 몸피로봇, 로댕』(아트레이크) 장편소설, 북토크에 초대합니다.
일시: 2024.5.24.(금) pm: 7시
장소: "소원책담" 종로구 혜화로6길 17. 101호
전화: 02-6465-8826
사회: 유경숙(소심쟁이 제가 사회를 맡습니다. 수줍음 많은 뒷방 늙은이로 ‘고요총량 법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몸인데, 그놈의 인연과 情때문에, 깜냥도 안 되는 사람이•••.)
이 책은 후딱 읽어치울 소설이 아니었다. 단테의 『신곡』 이후 가장 인간의 ‘영혼과 의식문제’를 과학과 철학을 겸해, 문명의 변곡점을 섬세하게 짚어간 소설이라고, 나는 당당히 명명할 수 있다. '신곡' 지옥편 33곡을 읽어 내려갈 때 맛보았던 그 섬뜩하리만치 정밀하고 정교했던 설계도와 다시 맞닥뜨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AI 몸피로봇, 로댕』을 끌어안고 봄 내내 앓았다. 읽어야지, 읽어야 하고 말고 하면서, 마냥 심적으로 앓기만 했을 뿐, 선뜻 벽돌 책을 손에 들지 못했다. 그 무렵에, 구교수의 전화를 받았다. 북토크에 ‘이야기 나눔 feat로 참여해 달라’고. 그때가 책이 출간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놈에 정 때문에 몰인정하게 안면 바꿀 수 있는 위인도 못되고. 그래저래 아니 읽을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고 5월 초부터 겨우 읽기 시작했다(그동안 단편 하나를 마무리 짓고). 내가 이 책을 읽기 전, 겁부터 냈던 이유가 있다. 초고 원고 상태로 조금 읽어봤기 때문이다. 아직 오지 않은, 그렇지만 곧 닥치고야 말 ‘AI 로봇과 공생’ 해야 할 필연 시대를 접하기가 두려웠다. “상상력의 빈틈을 우주만큼 키워 내가 현재 발 딛고 있는 ‘지금 여기’의 의미를, 때론 전자 현미경처럼 또 때론 제임스웹의 망원경처럼 우주 끝까지 멀리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라고, 야무지게 펼치는 그의 창작 의지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소설’이란 장르를 통해 문명 전환기 모델을 2030년 시점으로 써 내려간 SF소설이다. ‘생물학적 뉴런 칩’을 배양하는 연구 또 양자컴퓨터의 기술적 원리 등등, 내겐 문자로 읽는 것만도 골치가 지끈지끈 아팠던 생소한 분야였다. 최첨단 과학과 기술 분야에 대한 것들을 디테일하게 공부하고 또 그 새로운 시대에 자의식을 가진 AGI로봇과 인간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충돌과 공존 사건 등을 건축공학 설계도처럼 촘촘하고 명확하게 짚어나가는데, 나는 그만 곡소리를 내고 말았다. 또 그 사건들을 철학적으로 길라잡이하고 가리사리해가는 능력과 우리말 어휘의 뜻매김에, 나는 두 손 들고 탄복하고 말았다. 나는 언제 저토록 최선을 다해 공들여 소설을 써봤던가, 부끄러움에 한동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구연상 교수의 호가 ‘우박’이다, ‘우리말 뜻매김, 바로 쓰기 박사’의 줄임말이다. 그는 하이데거 전공자로 정통철학에 밝을 뿐만 아니라 우리말을 뜻매김하고 갈고닦는 언어의 귀재다. 나는 구 박사와 인연이 깊다. 그가 ‘세계문자심포지아 학술단장’을 맡고 있을 때, 보잘것없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나를 학술대회 발표자로 세웠고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회장을 할 때도 행사 때마다 초대해 줘서 공부할 기회를 많이 열어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보배로운 것이 情과 은혜이다. 그러므로 그의 요청에 쉽게 뿌리칠 수 없도록, 나는 일찍이 그 은혜의 그물코에 꿴 것일 수도•••. 정말로 깜냥도 안 되는 사람이 그날 어떻게 나올지? 나 자신도 예측할 수 없다. 아직 코뚜레를 하지 않은 목매기(어린 송아지)처럼 아무 데나 들이받고 사고를 칠 위험도 깔려있는 북토크를 기대하며, 부디 즐거운 맘으로 오시랏!
[출처] 구연상 교수의 "AI 몸피로봇, 로댕" 북토크|작성자 유경숙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