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가 발표한 일본 빠진 '강제동원 배상안'에 폭발한 탁현민 전 靑 의전비서관
울분 토한 탁현민 “오늘은 계묘국치일, 尹정부의 아둔함만을 탓하기보단…”
“2023년 3월 6일 오늘은 계묘국치일”
“한 나라가 무엇을 기념하는지가 곧 그 나라의 정체성”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수많은 독립·해방의 기념일들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안이했었는지 되돌아봐”
“역사는 결코 지나가는 게 아니라 언제나 되돌아와…오늘의 부끄러움을 깊이 되새긴다”
윤석열 정부가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국내 재단이 일본 기업 대신 판결금을 지급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 측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본 강제징용 기업의 배상이 빠졌다는 점에서 '반쪽 해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문의 남자'라고 불렸던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 "오늘은 계묘국치일"이라면서 "어쩌면 오늘의 치욕은 다만 현 정부의 아둔함만을 탓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탁현민 전 비서관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에게는 3·1절, 임시정부수립기념일, 동학농민혁명기념일, 의병의 날, 6·10 만세운동기념일, 광복절, 학생독립운동기념일, 순국선열의 날과 같은 법정기념일이 있다. 한 나라가 무엇을 기념하는지가 곧 그 나라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탁 전 비서관은 "해방과 독립을 기념하는 날들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어쩌면 여전히 미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오늘 들었다"며 "기념행사들을 만들면서 나는 늘 마음이 무거웠었다. 독립유공자, 유공자의 자손,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러했다"고 자신이 문재인 정부 시절 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카자흐스탄 홍범도 장군의 거처를 처음 방문했을 때, 함께 갔던 보훈처, 청와대 직원들은 눈물을 흘렸다"며 "가슴이 벅차서가 아니라, 보존된 거처의 초라함에 부끄러워서였다. 미안하고 죄송스러워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독립운동의 대가는 당사자의 죽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당사자의 고초는 물론 대를 이은 가난과 멸시는 바로 어제까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서 "그때마다 대한민국이 정말 이 정도 밖에는 안 되는 것인지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탁 전 비서관은 "그리고 그것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완성하지 못했음을 오늘 처절하게 깨닫는다"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그 수많은 독립과 해방의 기념일들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안이했었는지, 무심했었는지, 나태했었는지를 되돌아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역사는 결코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되돌아오고 있다는 이 엄연한 사실 앞에서 오늘의 부끄러움을 깊이 되새긴다"며 "2023년 3월 6일 오늘은 계묘국치일"이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
앞서 전날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2018년 3건의 대법원 확정 판결 원고들에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현재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에도 역시 판결금 등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부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대법원의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15명으로 일본제철에서 일한 피해자,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일한 피해자,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등 3개 그룹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받아야 할 배상금은 지연이자까지 약 40억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된 재원 마련은 포스코를 비롯해 16개가량의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우선적으로 추진된다.
박 장관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일 양국이 1998년 10월에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번 발표의 취지와 관련해선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되어 온 양국간의 긴밀한 우호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보다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엄중한 한반도 및 지역·국제 정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함께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과 지역 및 세계의 평화번영을 위해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일본 피고 기업의 참여가 없는 반쪽 해법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물컵에 비유하면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을 한다.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또 박 장관은 "일본으로부터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며 "일본이 기존에 공식적으로 표명한 반성과 사죄의 담화를 일관되고, 또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의견 수렴이 미흡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직접 뵙고 또 진정성 있는 자세로 성실히 또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Copyrights ⓒ 디지털타임스 & d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