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눈 감고 쓰는 기사_대우조선해양 '51일 파업'의 뒤끝_8165억 손실 추정
"물 들어올 때 배의 노 버린 꼴".. 잃은 건 신뢰 얻은 건 상처뿐
이용상,박상은 입력 2022. 07. 25. 04:06 댓글 116개
호황 진입했지만 8165억 손실 추정
손배소·노-노 '갈등' 불씨는 여전
하청 노동자 열악한 삶 부각은 소득[=> 하청 노동자들의 '시들살이(죽살이)'의 공론화, 누구에게 소득이 됐는가? 그들이 바라는 바는 깎였던 임금의 회복! 그동안 잃어버린 임금 손실 얘기는 어디로 갔는가? 한쪽 눈 감고 쓰는 기사(사이)]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했는데, 한국 조선업은 노를 내동댕이쳐버린 셈이죠.”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 22일 끝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 사태를 두고 이렇게 진단했다. 공권력 투입 직전에 노사는 손을 잡았지만 많은 상처를 남겼다.
조선업은 수년 단위로 불황과 호황을 반복한다. 최근 10년 누적 손실이 7조7446억원에 이르는 대우조선은 이제 막 ‘슈퍼 사이클’(장기호황)에 진입했다. 지난해 수주 목표의 40% 이상을 초과 달성했다. 올해도 파업 전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8척, 컨테이너선 6척 등을 59억3000만 달러(약 7조4500억원)에 수주했다. 24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은 올해 상반기에 세계 발주량 2153만 CGT(표준선 환산톤수) 중 979만CGT(45.5%)의 계약을 따내 중국(43.4%)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하필 이때 터졌다. 51일의 파업으로 대우조선은 8165억원(매출감소 6468억원, 고정비 1426억원, 지체 보상금 271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추산한다. 업계에선 더 큰 걸 잃었다고 걱정한다. 노사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선주회사들과의 신뢰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납기가 지연되거나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면 신뢰가 붕괴된다.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손해배상 소송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과 정부 측 모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일부 협력업체도 소송에 적극적이다. 노동계에서 다시 반발할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 당시 쌍용차는 파업을 주도한 노조원과 금속노조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었다. 13년이 지나도록 마무리되지 않았고 현재 대법원 선고를 남겨두고 있다.
노노 갈등도 진하게 남았다. 파업에 반대하는 대우조선 직원은 맞불 농성을 벌였고, 대우조선 노조는 금속노조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현재 부정투표 의혹으로 개표를 중단했다.
그나마 하청업체 노동자의 곤궁한 삶이 부각된 건 수확이다. 하청 직원은 원청 직원과 비슷한 일을 하면서 임금을 절반 수준밖에 받지 못한다.
한편 대우조선 직원들은 2주간의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그동안 지연된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23일에는 옥포조선소 1독(dock)에서 30만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 진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용상 기자, 세종=박상은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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