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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연합 깨졌다.. 20대 53%·중도 42% 민주당 지지 '철회'
이성택 입력 2021. 06. 11. 07:45 댓글 96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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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9개월, 표심을 본다]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대구지역에 출마하는 민주당 후보들이 총선승리를 결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 유권자의 35%가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 이른바 '민주당 이탈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이탈층 중 중도 성향 유권자가 4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탄핵 사태로 결성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에 압승을 안긴 ‘중도+진보 유권자 연합’의 해체가 가시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민주당 이탈층의 40% 이상이 “내년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뽑겠다”고 벼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대선을 약 9개월 앞두고 민주당에 빨간불이 켜졌다. 다만 민주당 이탈층 중 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도 50%에 달한다.
총선 이후 지지층 출혈, 민주당 > 국민의힘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지난달 25~27일 실시)를 보면,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다고 응답한 답변자는 3,000명 중 1,296명(43.2%)이었다. 이 중 35.2%는 “현재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54.8%는 “현재 지지 정당이 없거나 모른다”는 무당파였다. 국민의힘으로 옮겨 간 응답자도 18.7%나 됐다. 나머지는 정의당(11.3%) 열린민주당(9.7%) 국민의당(4.2%) 등으로 향했다.
국민의힘도 지지층을 일부 놓쳤지만, 민주당보다는 출혈이 크지 않다. 지난해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을 지지한 응답자는 656명(21.9%)이었는데, 이 중 국민의힘 이탈층은 22.4%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이탈층 중 64.8%가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한 무당파로 남아 있다. 국민의당으로 옮겨 간 비율은 18.4%이고, 5.9%는 민주당 지지자로 돌아섰다.
양당을 비교해 보면, 민주당 이탈층이 더 많은 것은 물론이고 민주당 이탈층의 '변심'이 더 급격하다는 뜻이다.
20대 53%가 "1년 전 민주당 지지, 지금은 철회"
민주당 이탈 현상은 20대 사이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18~29세 응답자 중 민주당 이탈층은 52.7%에 달했다. 2016년 겨울 촛불 시위에 열정적으로 참여한 뒤 문재인 정부 탄생의 동력이 된 20대 2명 중 1명이 마음을 바꿨다는 뜻이다. 다른 연령대의 민주당 이탈률은 각각 30%대였다.
스스로를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1년 전 민주당 지지층의 41.7%가 지지 정당을 바꾼 것은 민주당에 특히 뼈 아픈 대목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탄핵 정치 연합 구도'가 해체되고 새로운 정치 연합이 생길 가능성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촛불 시위를 계기로 진보와 손잡았던 중도가 5년 만에 여권과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與 이탈 이유는 '부동산·윤미향·조국'
청년진보당과 한국청년연대 회원들이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LH 부동산 투기에 분노한 청년들 모여라 긴급 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이탈층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분노, 윤미향·조국 사태 등으로 인한 실망,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인해 마음이 식은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이탈층의 81.4%가 '문 대통령 평가에 나쁜 영향을 준 이슈'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건’을 꼽았다. 이어 윤미향 민주당 의원 비리 의혹(66.9%),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64.3%),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61.0%) 등이 지목됐다. 소득주도성장 정책(56.3%)도 문 대통령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경제와 안보 불안 역시 민주당 지지 철회의 촉매가 됐다. '최근 1년간 가정 경제 형편'을 묻는 질문에 민주당 이탈층의 71.2%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또한 이들의 67.8%는 '국가 경제가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이탈층의 변심은 일시적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상당하다. '내년 대선에서 어느 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 40.2%가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를 접었다'는 것이 소극적 의사 표시라면,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있어야 가능한 답변이다. '그래도 여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17.6%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에 대한 평가도 후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향후 1년이 어떨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민주당 이탈층의 49.2%가 “비관적”이라고 답변했다. "낙관적"이란 응답은 19.6%에 불과했다.
미래 투표 성향 강한 대선, 무당층 표심이 변수
민주당 이탈층이 상당하다는 것이 민주당 대선 패배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9.6%로, 국민의힘(23.6%)을 오차 범위(±1.8%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지지 정당이 없거나 모른다"는 무당층이 32.6%나 되는 것은 국민의힘이 아직은 민주당의 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뜻이다.
조사 방법
이번 조사는 한국일보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 등을 통한 URL 발송) 방식으로 실시했다.
총 256개 문항을 설계해 △국정 인식 △공정 △안보 △젠더 등 폭넓은 주제들을 다양한 가설을 통해 검증했다. 세대론이 글로벌 이슈로 부상한 만큼, 세대 간 차이 및 세대 내 이질성을 집중 분석했다. 이번 조사처럼 방대한 문항을 묻는 데는 전화조사나 면접 조사에 한계가 있어 웹조사 방식을 활용했다.
①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메일·문자·카카오톡·자체 개발 앱으로 설문을 발송했고 ②중복 응답을 막기 위해 1인당 조사 참여 횟수를 제한했으며 ③불성실한 응답을 차단하기 위한 모니터링 등을 실시했다.
한국리서치 웹조사 담당 연구진이 조사 전반을 관리해 품질을 높였다. 국승민 미국 오클라호마대 교수와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이 조사 설계와 분석에 참여했다.
조사 기간은 5월 25~27일, 대상은 전국 만 18세 성인 남녀 3,000명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1.8%포인트다. 2021년 4월 정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지역·성·연령별 가중치를 부여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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