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2022.39)

'돈 퍼주자”는 與 대권주자들 [김세형칼럼]

사이박사 2021. 5. 11. 09:29

'돈 퍼주자”는 與 대권주자들 [김세형칼럼]

  • 김세형
  • 입력 : 2021.05.11 06:01

▲ 지난 4일 오전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정 교육감, 이헌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청장 등이 고졸 취업지원 기반 마련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세형 칼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학에 못 간 청년들에게 세계 여행비 1000만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역 군인에게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을 주자는 아이디어에 대해 김민전 경희대 교수에게 평가를 의뢰해봤다.

김 교수는 "이낙연 전 대표 주장은 재원이 풍부하다면 장점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군복무를 마친 사람과의 형평 문제가 돌출 할 것이다. 이재명 지사 안은 문자 그대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해설했다.

다만 돈 많으면 무엇이든 다 해주면 좋을 텐데 총 국가부채가 2000조원을 돌파하고 IMF가 한국의 부채 증가 속도가 1위라는데 그런데 돈을 퍼줄 능력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스라엘은 군복무 후 약간의 돈을 지급해 청년들이 세계 여행에 나서도록 권장하는 풍습이 있다. 세계 여행을 마친 후 대학에 진학하는 게 관례다.

나는 텔아비브에 사는 교민(정자은 씨)에게 군복무 후 세계 여행에 얼마나 정부가 돈을 보태는지를 물어봤다.

36개월 복무한 전투병의 경우 약 720만원을 전역 시 지급한다는 답변이 왔다.



한국의 군복무는 이스라엘의 절반인 18개월이고 1인당 GDP는 이스라엘이 4만2000달러로 한국의 3만달러 수준보다 40%가 높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216만원을 준다면 이스라엘과 같은 수준이 되고 이낙연 전 대표가 3000만원을 주자는 것은 정말 오버하는 포퓰리즘이다.

무려 3000만원을 주려면 한해 20여 만명이 전역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6조원 이상이 소요된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가.

두 사람이 '청년들에게 돈 퍼주기'를 쏟아내자 합리적인 편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참지 못하고 20살이 된 사회초년생에게 1억원씩 주자는 더 파격적인 제안으로 가담했다.

이걸 실현하려면 연간 13조원이 든다는 주장도 있고 27조원을 계산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디어의 원천은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라는데 그 책에는 성년이 되면 1억6000만원을 주는 것으로 씌어 있다.

이재명 지사의 세계 여행비는 대학에 진학 못한 숫자를 15만명으로 보면 1조5000억원이 들어간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1, 2, 3위가 제안한 청년퍼주기 예산을 합치면 대략 20조~30조원이 매년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런데 세 사람은 어느 누구도 돈이 어디서 나올지 재원(財源)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1935년 미국 정치에서 대선에 출마한 루이지애나 지사 휴이 롱이 "유권자 모두를 왕으로 모시겠다"는 개념을 차용한 것 같다.

그후 아르헨티나의 페론, 그리고 금세기 초에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가 이런 비슷한 포퓰리즘으로 대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가재정의 중요성, 향후 엄청난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는 상황에서 '청년에게 돈 퍼주기'를 공약으로 내건 선진국은 보이지 않는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 일본 스가 총리,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곧 총선을 통해 권력을 재편해야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 총리 후보가 돈 퍼주기를 들고나온 사실은 없다.

한국이 어느듯 세계 최고의 포퓰리즘 국가가 돼가고 있다.



한꺼풀 더 뜯어보자.

가정형편이 안돼 대학 진학을 못한 고졸출신이 진학을 포기하고 생업에 나서는 상황은 안쓰럽다.

그들에게 세계 여행을 선물하는 것은 인생에 큰 경험이 될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4년 동안 대학을 다닌 것과 같은 기간 세계 일주를 다니는 것 어떤 것이 더 역량 개발에 도움이 되겠느냐"면서 "여행비로 1000만원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이 말이 성립하는가? 대학4년간 평생을 살아가는데 뒷받침이 되는 전문지식을 함양한다.

갓 스물 나이에 대단한 천재가 세계 여행을 한다면 간혹 '별의 순간'을 포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학업 성적이 뛰어나면 집안 형편이 안좋아도 장학생으로 받아주는 대학은 꽤 많다.

이마저도 안되는 경우 여행한다고 역량이 개발되나. 그리고 세계 여행을 4년 동안 1000만원으로 할 수 있는듯한 이 지사의 표현은 오버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진단 대한민국 부동산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주형 기자

청년퍼주기가 이론적으로 허술하기는 이낙연 전 대표나나 정세균 전 총리나 다 마찬가지다.

여당 대선 후보 랭킹 1, 2, 3위가 청년퍼주기를 들고 나온 까닭은 2022년 대선에서 환심을 사기 위해서 임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 모임인 '더민초'가 지난주 20대 청년대표들과 대화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열심히 일 해도 못 살고 망한다면 비트코인에 투기해 망하겠다. 청년들 일자리를 위해 청와대에 상황판을 만들었다는데 대통령은 어디 갔나"라고 물었다.

'조국 딸처럼 허위인턴 표창장으로 대학 간 애들 있나?' '김어준이 성역이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고영인 더민초 운영위원장은 "우리는 실패를 자인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한국의 청년들은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와는 다르다.

그들은 라틴계보다 더 똑똑하고 현실적이다.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부터 말했다. 다시 말해 “It's the economy, stupid"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고 정치권에 호소한 것이다.

이런 청년들에게 1000만원, 3000만원을 던져주겠다는 것은 모욕이다.



여당 대권주자들이 입만 벌리면 돈을 퍼주겠다는 것 외에 국정운영 포부에 대한 다른 구상은 아예 없나?

기껏 한다는 다른 버전은 벌금을 재산 크기에 비례하여 매기자는 것인데 그런 것은 대선후보가 할 제안이기엔 너무 멸치같이 작은 개념이다.

작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5차례 재난기금을 퍼부으면서 IMF로부터 국가부채가 가장 빠르게 증가한다는 경고를 받았다.

문재인정부는 국가부채 627조원을 물려받아 금년 말이면 965조원으로 팽창하고, 또 무슨 돈퍼주기를 하면 1000조원 고지를 돌파한다.

내년에는 무조건 1000조원이 넘어가고 국가 부채비율도 50%를 넘기게 된다.

국회예산처는 국가부채가 더 늘어나지 않으려면 매년 68조~115조원 이상 증세(增稅)를 해야만 버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 흐름은 미중간 기술패권 전쟁이 격화되고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테크, 희토류 등 경쟁산업을 키우느라 혈안이 돼 있다.

한국이 백신 조달에 실패한 건 정치 지도자들이 세계 흐름을 읽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여서 그랬다는 지적이 많다.

내년 대선에서는 세계 흐름을 재빨리 간파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있는 정치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재계에선 "이젠 법대 출신 정치인들의 고집스럽고 어리석은 안목이 지긋지긋하다"는 푸념이 도처에 넘쳐난다.

자신의 정치 영달이 아닌 미래를 읽고 국민의 삶을 챙기는 지도자의 출현을 갈망한다.



특히 기본소득은 전 세계가 실행하는 국가가 없다.

이재명 지사의 단골 메뉴인 기본소득은 1인당 25만원씩(4인가족 100만원) 상·하반기에 한 번씩 연간 2회 주면 26조원이 소요된다.

연간 50만원 받은 개인 입장에선 월 4만원 남짓한 푼 돈에 불과하다. 두 배로 키워 연간 기본소득 100만원을 25만원씩 4회 나눠준다면 52조원가량이 든다.

재정적자가 52조원씩 발생하는데 그래봤자 한 개인의 수중엔 8만원 정도다. 이 돈 역시 푼돈으로 거의 무의미할 것이다.

기본소득 실험을 처음 국민투표에 붙인 스위스의 경우 매월 300만원 정도 주는 것으로 설계했다. 그래야 생활자금으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민들은 현명하게도 국가재정의 앞날을 위해 77%의 반대로 압도적으로 부결시켰다. 이 세상에 기본소득 같은 것을 실시하는 나라는 없다.

피케티가 제안한 사회생활 출발금(1억6000만원)을 주는 나라도, 군 전역비로 3000만원을 주는 국가도 없다.

한국의 대권주자들인 이재명 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만이 휴이 롱의 흉내를 낸 셈이다.

한국은 저출산, 국민소득, 군인, 공무원연금 등 엄청난 충당금으로 가만히 있어도 2050년이면 모든 적립금이 완전 바닥나는 부도국가가 된다.

대선후보들은 이제 세상에서 제일 쉬운 돈뿌리는 얘긴 중단하라.

다른 국가들과 경쟁하여 돈얼 벌어 국부를 키우고 좋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아이디어를 내라.

그런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는 리더는 정치판에서 축출해버리는게 유권자들의 몫이다.

알렉시스 토크빌의 말마따나 '포퓰리즘 퇴짜'를 유권자들의 권리이자 책임으로 행사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아르헨티나 베네주엘라 그리스 같은 잘못된 사례를 본받으면 청년들의 꿈을 죽이는 길이다.

오일쇼크로 유가가 급등하지 비축유를 헐어서 쓸것인가 유가를 올려 절약을 유도할 것인가의 물음에 미국은 비축유방출을 반대한 반면, 베네주엘라는 환영한 역사가 있다.

2022년 대선에서 한국유권자들은 위의 두사례중 어느쪽 손을 들어줄 것인가.

[김세형 고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