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러시아 백신 도입 검토 지시..러는 수출물량 감축 중
문 대통령 러시아 백신 도입 검토 지시..러는 수출물량 감축 중
고재원 기자 입력 2021. 04. 22. 16:20 댓글 18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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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개발해 세계 최초로 등록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티크V’. 러시아 보건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러시아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도입 가능성을 점검해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백신 수급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러시아산 백신 도입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참모진의 건의에 문 대통령이 '그렇게 하라'는 언급을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러시아산 백신의 사용현황과 부작용에 대해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산 백신과 관련해 변이 바이러스나 타 백신 수급 불안 등을 이유로 추가 백신 확보 필요성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란 ‘원칙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부와 계약을 맺은 백신들의 수급 불안 문제 등이 제기되자 방향을 바꿔 러시아산 백신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5일 외교부에 러시아산 백신 관련 정보를 수집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15일 외교부에 공문을 보내 러시아산 백신을 접종 중인 러시아와 알제리, 멕시코 등의 국가에서 백산 안전성 정보를 수집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도 러시아산 백신 도입 문제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가말레야국립역학미생물학연구소 연구진이 실험을 위해 극저온 상태의 시료를 다루고 있다. 가말레야연구소 제공
러시아산 백신은 가말레야연구소가 개발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스푸트니크V와 항원 합성 방식 백신인 '에피박코로나', 불활성화 백신인 '코비박' 백신이 있다.
아데노바이러스는 침팬지에 감기를 유발하는데, 여기서 독성을 없앤 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를 집어넣어 만들었다. 면역세포가 스파이크 단백질을 감지하면 항체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원리다. 91.6%의 예방효과를 보이는 스푸트니크V 백신은 러시아를 포함해 알제리, 아르헨티나, 가나, 필리핀, 이라크, 베트남 등 63개국에서 쓰이고 있다.
불활성화 바이러스 방식의 백신은 통적인 방식의 백신으로 화학약품 등으로 바이러스를 처리해 독성을 없앤 뒤 인체 내에 투입해 항체를 형성시키는 원리를 지녔다.
합성항원 백신의 에피박코로나는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항원)의 일부를 선별하고, 이를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바이러스 단백질 조각을 만든 뒤, 나노입자 형태로 인체에 주입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인 ‘스파이크 단백질’과 주변 당 분자를 제조해 보조 물질과 함께 투여한다. 미국 노바백스도 동일한 방식의 백신을 개발했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정부는 이 세 종류의 백신 중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스푸트니크V 백신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21일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를 포함한 다양한 백신의 공개 검증을 청와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러시아 백신은 국내에서 위탁 생산이 가능하다. 안정성을 검증하면 가격도 싸고 구하기도 쉽고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진영대결 때문에 터부시돼 있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 문제를 갖고 진영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5월부터 국내에서 생산된다. 지엘라파와 자회사 한국코러스는 이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국부펀드와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생산하기로 계약하고 기술 도입을 마쳤다. 생산되는 양은 전량 수출된다. 스푸트니크V 백신이 실제로 국내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스푸트니크V 백신이 임상 3상이 끝나기 전에 러시아에서 사용허가가 나며 부작용이나 관련 정보가 부족한 점과 희귀 혈전 증상이 나타난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과 동일한 종류의 백신이라는 점에서 도입에 일부 우려를 갖고 있다.
국내에 실제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지 의문도 제기된다. 지난달 28일 뉴욕타임즈는 러시아가 여러 국가들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백신의 해외공급을 적극 추진하다가 정작 자국 내 백신 공급량이 불안정해져 다시금 백신 수출량을 줄일 것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