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다스리기)

안철수가 또 패배한 이유..'박영선 아줌마' 발언에 담겼다

사이박사 2021. 3. 28. 10:29

안철수가 또 패배한 이유..'박영선 아줌마' 발언에 담겼다

최경민 기자 입력 2021. 03. 28. 05:50 수정 2021. 03. 28. 07:46 댓글 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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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읽어주는 기자] 안철수의 옛 사람들, 안철수를 공격한 野 단일화 경선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22일 극우성향 유튜브 '이봉규TV'에 출연해 웃으며 "도쿄에 아파트 가진 아줌마는 충분히 상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사진캡처=유튜브

"도쿄에 아파트 가진 아줌마는 충분히 상대 가능합니다. 흐흐흐."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안철수 대표가 지난 22일 극우성향 유튜브 '이봉규TV'에 출연해 일본 도쿄에 아파트를 보유했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한 말이다.

'안철수의 새정치'가 10년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이 한 마디로 모두 설명된다. '사람' 관리를 못하고,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치명적인 약점 말이다.

박영선 후보를 겨냥해 '도쿄에 아파트 가진 아줌마'라고 말한 것을 보자. 정치적 비판도 아닌 '막말'에 가까운 단어가 나왔다. 과거 인연은 아예 없다는 듯, 마치 다시 안 볼 사람인 것처럼 말한 것이다.

안 대표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했을 때, 박 후보를 '모시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떠올려보면 씁쓸함이 남을 수밖에 없다. 안 대표는 박 후보를 직접 만나 영입의사를 물을 정도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었다. 그런 사람을 이제는 유튜브 방송 속 비웃음거리로 삼은 것이다.

'공감'의 문제도 있다. 그는 도대체 왜 '아줌마'라는 표현을 했는지에 대해 "제가 아저씨니까요"라고 답했다. '아줌마'라는 단어를 단순히 '아저씨'라는 단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과연 그러한가. '아줌마' 표현은 일상적으로 나이 든 여성을 낮춰 부르는 말로 활용된다. 그래서 '아저씨'와 대비되는 말로는 '아주머니', '이모', 혹은 '여사님' 등이 쓰이는 게 보통이다.

안 대표는 아직도 이게 '막말'에 가까운 개념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는 23일 라디오 방송에서 "부적절한 표현이었다. 그런 용어는 쓰지 않을 생각"이라면서도 "불편함을 느낀 분이 계셨다면"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사실 저도 집 없는 아저씨이기 때문에 그 말이 그렇게 받아들여질 줄은 몰랐다"는 말도 했다. 이번 건에 대한 '사과'나 '유감'이라는 표현도 하지 않았다.

이번 '도쿄 아파트 아줌마' 발언에서 보듯 안 대표는 과거 어떤 인연이 있든 간에, 현재 상황에 따라 그 사람에 '막말' 혹은 '비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그 막말이 '선'을 넘었는지조차 잘 모른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아군인 정치판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아줌마' 소리를 들은 박영선 후보가 먼 훗날이라도 안 대표에 호의적인 접근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안 대표에 대한 세간의 평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있을 때 잘해라, 제발"이라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후보 옆에 사람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말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라며 "사람 관리, 공감 능력에서 꾸준히 약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함께 해온 이들 중 안 대표 옆에 서 있는 사람이 거의 없지 않나"고 말했다.

안 대표가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 원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줄곧 기싸움을 벌여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과거 '안철수의 멘토'로 불렸던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 경선 국면에서 안 대표를 겨냥해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안 대표와 지역구(서울 노원병) 경쟁자 관계였지만, 그래도 바른미래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본인을 조종하는 여자 상황제가 있단 말은 들었나"라고 공격했다. 지난 대선 '안철수의 입'으로 활약했던 장진영 변호사도 "안철수가 집에만 가면 결정이 뒤집어지더라"는 기자들의 말을 전했다.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안 대표를 지속적으로 비판했던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도 '국민의당'의 브레인 중 한 명이었다. 심지어 안 대표의 제3지대 경선 상대였던 금태섭 전 의원은 한때 안 대표의 측근이었다. 안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모두 곁에 뒀을 사람들이다.

안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그리고 이번 보수야권 통합 과정까지 거치며 좌에서 우로 이동해왔다. '철새'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만큼 정치 스펙트럼이 넓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변에 남은 사람이 없고, 그래서 도와주는 사람들도 한정적이라는 약점이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과거에 손잡았던 이들이 오히려 그를 공격하고, 경쟁했다.

안 대표는 단일화 결과를 인정하며 "기성의 낡은 정치를 이겨내고 새로운 정치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안철수의 전진은 외롭고 힘들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로운' 길을 걸어서는 결코 자신의 '새 정치'를 펼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그는 이미 각종 선거에서 3연패에 빠져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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