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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낙제국가 스웨덴과 이탈리아 유럽서 '왕따'

사이박사 2020. 6. 1. 09:25

방역 낙제국가 스웨덴과 이탈리아 유럽서 '왕따'

파리/손진석 특파원 입력 2020.06.01. 04:14 댓글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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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러 나라들이 코로나 사태로 닫아둔 국경을 다시 개방하면서 ‘방역 열등국’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선진국으로 불린 나라 중에서도 입국 금지 대상국으로 분류되는 ‘수모’를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리스는 6월 15일부터 해외여행객 입국을 허용하기로 하고 입국 가능한 대상국으로 29개 나라를 확정해 지난 29일(현지 시각) 명단을 발표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AP 연합뉴스

그리스는 EU 27개 회원국 중 독일·오스트리아·크로아티아·체코 등 13국의 여행객에게 빗장을 풀기로 했다. EU 바깥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중국·호주·이스라엘 등 16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국력이나 평소 외교 관계 등은 배제하고 철저히 방역에 성공했는지만 평가해 안전하다고 판단한 나라의 국민만 입국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그리스에 입국할 수 없는 나라에는 유럽의 중심 국가로 꼽히는 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이 포함됐다. 미국과 캐나다도 마찬가지로 입국 금지 대상이다. 몰타·키프로스·알바니아 같은 작은 나라들이 입국 허용 대상으로 분류된 것과 대조적이다. 그리스는 코로나 사망자가 5월까지 175명으로, 유럽에서 방역에 성공한 축에 드는 나라다. 그리스는 북유럽 4국 중에서도 노르웨이·덴마크·핀란드는 입국을 허용하기로 결정했지만 방역 실패국으로 꼽히는 스웨덴은 제외하는 ‘차별 대우’를 했다.

30일 그리스 아테네 남쪽 해변/신화통신 연합뉴스

스웨덴은 북유럽에서조차 이웃 국가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6월 15일부터 서로 국경을 개방하고 관광객을 받기로 상호 합의했다. 그러면서도 스웨덴에 대해서는 계속 국경 차단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내부 봉쇄령을 내리지 않은 스웨덴은 사망자가 4395명에 달한다.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사망자를 합친 숫자의 5.5배에 이르는 수치다.

북유럽에서 스웨덴이 기피 대상이라면 남유럽에서는 유럽의 코로나 진원지로 인식된 이탈리아가 이웃 국가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이탈리아와의 국경 개방에 신중해야 한다”며 국경 폐쇄를 고수하고 있다.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도 이웃 국가들과 상호 국경 재개방 방침을 선언했지만 이탈리아는 제외했다. 이탈리아에 국경을 열겠다고 한 유럽 국가는 지금까지 스위스뿐이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는 공개적으로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30일 페이스북에 “우리가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탈리아를 ‘나병 환자 수용소’로 취급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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